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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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
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원천의 대부분이 2~3천년도 훨씬 전에 형성되었다는 것이 놀랍고  그 시기에 어떻게 그런 사상이나 종교가 탄생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인간의 본원적인 질문은 옛날이나 지금은 다를바 없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왜 사는가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던지지 못하는 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은 시계 추와 같이 왔다갔다하고 자고 일하고 쉬고 자고를 반복하며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혹자는 노자의 생각을 따라 살기도 하지만 이쭝우선생의 후흑학을 신조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노자는 생몰연대가 불분명하여 공자가 예를 물은 사람이라거나 후대 사람이라거나 설이 분분하지만 최근에 출토된 도덕경의 사본을 미루어 보아 전국시대의 인물이란 설에 무게를 둔다.
5천자밖에 안되지만 방대한 지혜를 닮은 도덕경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동서양인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란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잠재운 사상은 공자, 맹자의 유가도 아니로 노자, 장자의 도가도 아닌 이사, 상앙,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사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나라 이후 수천년을 중국의 지배사상으로 자리잡은 유학과 노장사상(도가)이다.

 

노자하면 무위자연, 현실세계를 벗어난 신선의 도, 불노장생의 섭생술에 능한 사람들,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용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도피한 사람들이나 선택하는 사람들의 철학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 책이 바로 노자강의이다.

 

노자강의는 음식, 건강, 성공, 여성의 미, 연애와 결혼, 화목한 가정, 이혼,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전반을 두루 관통하는 심오한 깨달음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해석은 실로 놀랍고 고전의 자구해석의 강의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이런 강의를 진작에 들었다면 아마도 지금 노자의 광팬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서고금의 사례와 실생활의 사례를 곁들이는 야오간밍의 노자강의가 CCTV에서 진행한 백가강단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이유를 과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은 사례를 들었음에도 쉽게 와닿지 않는 대목이 있음은 아무래도 나 역시 후흑학적 사고, 생활방식에 깊이깊이 물들어 있음은 아닌가 싶고, 다투지 않고도 이기는 노자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경쟁지심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는 두려움도 크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知人者智)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自知者明)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 강함보다는 부드러움, 인위보다는 무위, 시속의 명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항구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大器晩成, 大巧若拙의 마음으로 오래도록 지속되는 그 무엇을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것처럼 보이는 물이 노자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준다. 막히면 돌아가고 담는 그릇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가 변하는 물, 만물을 이롭게하지만 나서지 않고 낮은 곳에 처하는 물.

 

착한 사람에게만 선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악인까지도 선으로 대하는 인간관계의 출발점, 많이 베풀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성공하는 길이요 하는 일에서 성공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아들에게 엄마가 돼지 잡아준다는 말을 지켰던 증삼의 모습과 대비되는 후흑학에 경도된 위앤스카이(원세개)의 모습을 대비해 보면 성공하는 사람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상이 맺힌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리 살다보면 더디 가는 것 같고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도덕으론 노자의 생각과 일맥상통한 원칙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다르다는 것을 즉자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물 안의 개구리와는 바다를 논할 수 없으니, 그것이 사는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는 얼음을 논할 수 없으니, 그것이 사는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식견이 얕고 좁은 사람과는 도를 논할 수 없으니, 그가 받은 교육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출처 : 장자 秋水편 百川灌河단락- 황하의 신인 하백에게 북해의 신인 若이 한 말 434쪽

 

종전에 보았던 익숙한 노자의 상과는 다른 각도에서 중국의 역사, 문화, 오늘날의 삶의 양태를 곁들여 알아듣기 쉽게 해석한 야오간밍의 박학다식함이 노자의 진면목을 다시보게 만든다.

 

 

물의 일곱가지 덕

1. 물처럼 자리매김을 잘해야 합니다.
이것을 연연해 보면 인간관계에서 당신은 자신의 자리매김을 잘해야 합니다.  있어야 할 곳, 성공할 수 있는 좋은 곳에 처할 줄 알아야 하죠. 물을 보십시오!
다른 것들이 앞다퉈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애쓰는 반면에, 물은 다른 것과 다투지 않으며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겸허히 처합니다.  


2. 물처럼 깊고 고요해야 합니다.
인간관계 중의 마음가짐은 물처럼 고요하고 깊어야죠. 깊은 심연은 겉으로는 아무 흔적이 없지만 그 내면의 깊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답니다. 그 속엔 마치 교룡蛟龍이 숨은 듯 하고 보주寶珠가 잠긴 듯하죠.

 

3. 물처럼 어질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은 언제나 베풀고 두루 사랑하며, 보답을 바라지도 않죠. 큰 나무라고 해서 더 많이 주거나, 작은 풀이라고 해서 더 적게 주지 않습니다.  귀여운 판다라고 해서 더 많이 주거나, 흉악한 늑대라고 해서 못 마시게 하지도 않죠. 그저 묵묵히 베풀뿐입니다. 물은 이처럼 우리에게 인간관계에서 진정으로 베풀고, 널리 사랑하며, 이기적이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4. 물처럼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제 중에 한 말은 반드시 신용을 지켜야죠. 무엇보다 말을 해야 할 때 할 줄 알고, 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합니다. 흐르는 물처럼 막히면 그치고 트이면 흘러서 그때그때읫 상황에 맞춰가야 합니다.  물은 확 트였을 때는 도도하게 흐르고, 넘칠 때는 거친 물바람 소리를 내지만, 잔잔할 때는 아무 소리도 없이 침묵합니다.

 
5. 물처럼 무위無爲와 유위有爲를 모두 잘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잘된 정치는 물처럼 아무 함이 없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촉촉히 적셔줍니다. 물처럼 맑고 고요해서 아무 함이 없지만, 모든 더러움을 씻어내주는 유위도 있어야죠.

 
6. 물처럼 능력을 잘 발휘해야 합니다.
물은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해서  생명체에게 양분을 주고, 사람들에는 전기.항만.유통.세탁과  같은 편리를 제공하죠. 세상에서 물의 역할이란 너무나 크답니다. 인간관계 역시 이를 본받아 '일함에 아주 능란事善能'한 방향으로 노력해가야 합니다.


7. 물처럼 때에 맞춰서 움직이고 멈춰야 합니다.
물은 언제나 천시의 변화에 따릅니다. 물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돌아가고 낭떠러지를 만나면 내리꽂는 폭포가 되고 협곡을 만나면 빠르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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