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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남조 외 지음, 이경철 엮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 한 수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 마음이 평온해지고 감사와 행복으로 충만한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운 얼굴,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중앙일보에 시가 있는 아침이란 제호로 지금까 연재되고 있다. 그들중 일부를 갈무리하여 시와 엮은이의 해설을 시와 곁들여 놓은 책이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신정근지음, 사계절펴냄)란 책에 김수영 시인의 풀이 실려 있다. 시를 자주 읽던 시절 암송했던 시다. 지금 다시 암송을 하려니 버겁다. 세월의 무게만큼 기억력 감퇴하여 고작 시 한 수 암송하는 것도 며칠이 걸린다.
풀이 눕는다.- 김수영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중략)
시에 담긴 함의가 나를 감동케 했던 시편들, 어두운 시대의 등불이 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서가 되기도 했던 시편들..
대한민국은 시인의 나라라고 할만큼 시인들도 많고 시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시를 그리 많이 읽지 않는다. 그만큼 마음이 삭막해지고 있다.
호수 1 -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68p)
계절과 그 시점의 상황에 어울리는 시를 고르고 시인에 관계된 일화를 버무려 평을 해놓은 해설편의 구절도 한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곁들여 놓은 풍경화같은 사진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내가 알고 있던 시인들 그리고 전혀 몰랐던 시인들의 시어들이 가슴에 와 닿아 파문을 던진다.
직녀에게 -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중략 198p)
어떤 시들은 노래로도 불린다.
자연을 노래하고 인생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반도의 상처난 가슴을 보듬는 가락이 되어 흐르는 시..
하루에 한편이면 두 달이 행복해지는 아침. 무에 그리 급하다고 냉큼냉큼 주어 삼키고 돌아서면 아득해지는 시편들..
단 몇시간만에 마지막 장을 덮는다.
남녘엔 꽃들의 잔치가 열리고 있다.
나도 훌쩍 그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에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에서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저문 섬진강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이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58p)
꽃이 피고 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시어로 피어나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시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의 여유가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