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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붉은 옷을 입은 홍의장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솥두껑으로 조총을 막은 의병장, 조선의 거유인 남명 조식의 제자, 끊임없이 모함을 받아 상보다 벌을 받은 분이란 단편적 지식을 확실히 보완할 기회를 역사소설 현자 곽재우가 제공한다.
천지사방에 도적이 창궐했던 명종연간, 태생적 컴플렉스를 지닌 용렬한 임금 선조, 당쟁으로 간자보다는 현자들이 목숨을 수도 없이 잃었던 시대, 오판으로 왜구가 조선을 절대로 넘보지 않을 것이란 것에 무게를 두고 준비를 소홀히 했던 조선은 임진왜란이란 누란의 위기에 봉착한다. 이율곡의 10만 양병설로 주류인 서인들이 면책임하려 하지만 10만 양병설을 이율곡선생이 본인 입으로 한적이 없다고 하니 이것도 바로잡아야 할 오류라고 지적한 것을 어느 책에서 보았다.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자 그것을 반복하게 된다는 어느 사학자의 말처럼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 다시 병자호란을 당하게 된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오판하여 임진란에 구원의 손길을 보낸 쓰러져가는 명을 받들다 신생제국 청의 발부리에 걷어차이는 형국.. 지금도 그 교훈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를 구원해준 미국에 대한 절대 추종은 현대판 사대주의는 아닐까?
병자호란시에는 의병활동이 임진란보다는 드문 것 같다. 나라 위해 목숨바친 사람들을 홀대한 후과라고 할까. 아직도 친일파의 후손들이 득세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친일잔재 청산을 못한 우리..각설하고
처녀작이라 그런지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단 생각을 했다. 단문의 연속, 독자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너무 상세한 심리 설명이 해설에 가까워 호흡이 끊어졌다고나 할까? 국사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홍의장군 곽재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분의 일대기를 소설로 선보인 작가의 노작에 박수를 보낸다.
창의하여 모든 재산을 바쳐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일가, 임종이 임박한 순간 조선의 2대 명장으로 이순신장군과 홍의장군 곽재우라고 언급한 이수광선생의 지봉유설이 당도한다. 국난의 순간 인물은 태어나고 영웅이 도래한다. 사람의 참 모습은 어려운 순간을 당하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말처럼 홍의장군 곽재우는 누란의 위기에서 조선과 백성을 구한 불세출의 영웅이었지만 살아서는 상보다는 벌을 더 많이 받았던 것을 지적하고 있다.
보리암에서 독학정진하던 청년 곽재우는 사서육경을 독파했어도 학문에 진전이 없어 지리산 자락 산천재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조선의 거유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가 되어 문무를 겸비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일취월장 학문적 성과를 거둔다.
아버지를 따라 연행길도 다녀오고 의주에서의 생활을 통해 장군은 조선백성의 삶과 현실의 모순을 뼈져리기 절감한다. 첫 응시한 과거장의 모습은 장군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다. 선비의 큰 뜻을 펼칠 만한 시대가 아닌 현실, 서른이 넘어 2등으로 급제하였건만 용렬한 임금을 비꼰 답안 노장을 입에 담았다고 파방이 된다. 양명어후세하야 이현지부모의 뜻을 접고 현자피세하여 고향으로 낙향하여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재주와 포부는 있으되 시대와의 불화가 영웅을 알아주지 않는다.

곽재우장군 생가


솥바위 현고수

정암진
임진란의 발발, 전재산을 바치고 현고수란 나무에 북을 걸어 창의의 깃발을 들었던 홍의장군 곽재우, 10명의 의병으로 첫승을 거두고 연전연승, 육지에서의 최초의 승전보, 기뻐하고 더욱 북돋우야 할 정부건만 조선의 조정은 그렇지 못하다.
간신배들의 모함, 현실을 모르고 병법을 모르는 조선의 장수들이 그의 뜻을 져버린다.
공신의 나라 조선, 정말 많고도 많다. 초기는 말할 것도 없고 반정이 있을 적마다 공신록에 이름 올린 자들이 점점 늘었다. 그래서 파당이 생기고 백성의 안위는 뒷전이고 파당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하는 자들로 넘쳐난다. 난리가 끝나고 공신을 책봉할제 말고삐를 잡은 내시는 있어도 의병장은 단 한분도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
공을 인정하여 여러번 관직을 제수했지만 장군은 병을 핑게로, 모친상을 핑게로 사직상소만 연이어 올린다. 괘씸한지고..왕은 두려워한다.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처럼 선조와 그 무리배들은 홍의장군도 두려워했다. 난세를 구한 영웅이지만 그것이 기화가 되어 목숨을 잃은 충의지사가 어디 한둘일까?
어떻게 살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홍의장군 곽재우가 묻고 있다. 피세를 택했어도 국난의 위기에선 일어서는 마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외적을 물리쳤으되 그 공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 그분의 마음이 일제치하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마음이 아닐까?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직도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그 분들의 공을 후손인 우리가 인정하고 받들어 모시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짊어진 책무가 아닐까?
조국을 위해 목숨바친 분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훗날 또 다시 위기가 온다면 누가 나서길 바랄 것인가. 현자 곽재우는 홍의장군의 일대기를 오롯이 되살려낸 소설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