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성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여 한 짓거리에 자기 몸을 병들게 하거나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남은 몰라도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동일한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의사가 경제학을 논한다?
좀 의아했습니다. 경제학자도 아닌 의사가 경제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입니다. 몰론 통섭의 시대라고 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지요 우리에게도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피터 우벨은 세계적 경제.심리 석학으로 의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앤하버 보훈병원 내과의사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관심분야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의료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젊었을땐 육상선수이자 레슬링 선수였던 사내가 식습관 문제로 당뇨병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로 욕망의 경제학은 출발합니다. 그렇게 건강하던 그 사내가 당뇨병으로 고생한다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정크푸드,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무쇠같던 사내를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일을 뒤집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그는 그런 의사결정을 해서 자기 몸을 병들게 하였을까요  욕망의 경제학은 이것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주류 경제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합니다.

애덤스미스의 국부론로 시작된 고전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였지만 신고전경제학파가 주류가 된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학에서 심리학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경제적 인간은 자신의 물질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라고 전제하는데 반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완전한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 고찰한다는 점에 신고전 경제학과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이 100% 이성적이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접근은 상당한 충격입니다. 인간과 다른 경제 주체인 기업, 국가의 입장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모두에서 이야기하는 당뇨병, 비만, 흡연은 물론이고 미국의 주택문제로 발생한 모기지론 사태, 환경문제 등등을 분석하여 보면 인간이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라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선택을 한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영어단어중 ----n-, ----st, ---ing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어느 유형인가. 우리는 눈에 익은 ---ing를 우선 꼽지만 실제로 ---n-은 동일 유형임에도 끝에서 두번째 철자가 n인 영단어는 바로 떠올리기는 어렵다. 이것이 바로 카너번과 트버스키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먼저 제시하는 번호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의 수가 달라지는 기준점효과(닻내리기효과), 도박시 배팅의 문제, 미끼상품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등등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이 내린 결정이라고 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원인들을 행동경제학이 밝히려고 하는 주제다. 손해를 회피하려는 욕구, 자기손에 일단 들어오게 되면 더 값어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보유효과 등도 우리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극단적으로 저자는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1000의 10프로가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더 문제가 많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연봉 10만불을 주는 회사를 1시간 이상의 통근거리인 회사를 선택하느냐 연봉 5만불의 근거리 회사를 선택하느냐.. 넓고 좋은 집을 위해 장시간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느냐 등등의 문제에서도 우리는 당연히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믿고 싶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욕망의 경제학에 담긴 지론이다.

 

작은 정부, 불개입의 원칙을 선호하는 주류경제학에겐 욕망의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선택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민영화가 진행되면 정말 좋은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을까(공항, 물, 공공기관 민영화로..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도 비용도 경쟁을 하면 낮아진다) 물론 낮아지는 것도 있을 것이나 미국의 의료현실을 보면 정말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그래서 오바마가 의료개혁을 밀어붙이지 않았나)

 

건강을 해치는 식품, 담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개입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 나아가 적극적인 개입을 해서라도 우리의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론이다. 백번 만번 지당한 말씀이다.

작금의 세종시의 문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수치계산으론 MB의 수정안이 올바른 해결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법령이 제정되어 진행중인 정책을 백지화하고 전면 수정하는 것에 대한 감정적인 앙금을 1%도 고려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말대로 나라를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고 천만번 외쳐도 쇠귀에 경읽기로 그치는 것은 아닌가. 신고전경제학 나아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맹신하는 그들이 행동경제학(욕망의 경제학) 관련서를 읽었으면 좋겠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먹는 양이 달라지고(접시의 크기가 큰 것을 두면 더 먹게 되고 스프 그릇에 구멍을 뚫어 호스로 계속 공급하면 더 많이 먹게 되고. 눈앞에 바로 잡을 수 있는 음식보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음식이나 장난감이 더 좋아보인다는),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계속 피우게 되고, 정크푸드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런 경제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욕망의 경제학에 담긴 피터우벨의 주장이다.

 

 

책에서..
'자유로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만큼 자유는 매우 특별하며 많은 사람이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고귀한 가치다. 또한 자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자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결혼할지, 몇 명의 아이를 낳을지, 어떤 샴푸를 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자유에 '나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6p

 

나는 사람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흔히 저지르는 오류를 밝히는 과정에서 '통제받지 않는 시장'의 위험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시장에 적당한 족쇄를 채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수 언론이 시장근본주의의 타당성을 전파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 7p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제대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또한 담배를 끊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며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를 초래한 자유시장 정책을 장려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한다.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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