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근면.성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이는 우리 부모님의 말씀이요, IMF전엔 정답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정말 그런가란 물음표를 던지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워킹 푸어 빈곤의 경게에서 말하다란 책을 읽은 느낌은 침울, 분노, 희망이 교차한다.
미국이란 나라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내용이지만 뒤집어 놓고보면 우리의 현실과도 일치하는 부분들이기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부자들의 세무조사는 줄이고 빈자의 세무조사를 늘린 미국과 부자감세를 단행하고 유리지갑의 세금은 날이 갈 수록 늘어가는 대한민국의 정책은 너무나 닮은 꼴이다.
아흔 아홉냥 가진 사람이 단 한냥 밖에 없는 사람의 그 한냥을 앗아 백냥을 채워야만 하는지 ? 30년전 시급과 동일한 시급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빈곤의 경계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그 가능성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취임식때마다 부르짖는 기회의 땅,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나 미국에서는 있었는 안되는 일 아닌가?

故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전까지도 읽었다는 유러피안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의 차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성공한 재미교포들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듣다보니 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분노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반복되는 일상과 싸우느라 지쳐 있는 사람들. 받고 있는 임금만으로는 도저히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현재의 삶이 미래를 위한 삶이 되지 못하고 가난의 덫을 더욱 강화시키고 마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워킹 푸어(working poor)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모순적인 말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가난해져서는 안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서문중에서 9쪽


그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체제의 한계상 본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가? 어떻게 하면 빈곤의 경계에서 잊혀진 사람들로 존재하는 그들을 구원할 것인가? 어느 한부분을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 복잡다단함이 내포된 그들의 현재를 어떻게 볼것인가? 나의 능력밖의 문제긴 하지만 우리 이웃의 문제, 나아가 언젠가 바로 나 아님 후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워킹 푸어의 모습이 이미 현실화되어버린 절망의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뉴스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것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돈이 원수다.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치아를 모두 잃어버리거나 아이를, 지병을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채를 갚을 길이 없는 사람들, 흑인이 일했던 농장노동자로 유입되는 멕시코 불법이민자들, 대한민국을 위한 제3세계의 저임금 노동자들, 꿈이 없는 직장, 아이들의 꿈이 피어날 수 없는 학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들은 과연 희망찬, 장미빛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열 아홉살에 세아이의 엄마가 된 싱글맘, 술, 마약, 폭력, 질병, 실직, 가정내 폭력의 악순환이 그들의 현재는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를 위해 과속질주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문제를 악용하는 파렴치한들. 그속에 재미한인들의 이야기도 언급된다니 충격이다.
이민간 사람들이 하는 시쳇말로 한국 사람이 젤루 무섭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18~34세의 흑인남성 12%가 형무소에 있고,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투표율, 그들의 문제를 정치인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호사가 한편이 되어주는 빈자들은 축복받은 자들이다" 398쪽"

"학교는 자기 달성적인 예언으로 가득찬 곳이다. 학교는 희망과 절망이 함께 존재하고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좌절이 함께 존재하며 빛이 점화되기도 하고 꺼져 버리기도 하는 곳이다."  433쪽


"빈곤의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번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행복은 사회전체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잊힌 사람들은 스스로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일 악전고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되었다. 에필로그 512쪽


그러나 저자는 한편으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대관계가 끈끈한 가족, SOME(So Others Might Eat)의 성공사례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처방, 다른 접근을 하면 그들도 충분히 빈곤의 경계에서 탈출할 수 있다. .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이 빈곤의 경계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성은 존재한다.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말이 허언이길 간절히 간절히 빌고 싶다. 식코를 통해본 문제점처럼 왜 4500만이나 되는 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가? 미국정부가 투입하는 돈이 신형 구축함 한대값이란 문장처럼. 신형 구축함 증설을 포기하면 안되는 것인가?
신입사원 연봉의 500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경영자들은 정말로 그만한 보상을 받아야만 하는가? 30년전의 시급으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에~

 

국가, 정치인, 기업, 사회단체, 개인 모두가 워킹 문제 해결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

"우파를 사법계로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 법조계 보수파들은 '국가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는 진실이지만 동시에 편협한 정의이기도 하다. 국가는 단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약자를 강하게 하고 힘이 없는 자들에게 힘을 주고 정의를 장려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행복의 추구를 장려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국가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동시에 광범위한 공동체를 실현시키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가는 과잉규제나 억압을 행사할 수 있는 동시에 개척과 창조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국가는 사적 영역에서는 개인을 내버려두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원을 모아야 한다. 정치에는 한 가지 이상의 특성이 있으며 그 모순을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가는 우리
에게 기술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우리들이 건국 이래 지속적인 실험을 해 왔듯이. 어떤 사회체제도 이런 모순을 해결한 적이 없다. 496쪽
 

 

사회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면 워킹 푸어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존속하는 한 저임금 노동자는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사람들이 워킹 푸어가 되는 현실! 그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아들 딸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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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0% "나는 워킹푸어"


| 기사입력 2009-08-05 11:07



직장인 70% "나는 워킹푸어"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직장인 대부분은 자신이 `워킹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7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워킹푸어 인지 정도' 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1%(536명)가 자신을 워킹푸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중 비정규직 기혼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5일 밝혔다.

조사 결과, 남성(68.7%)보다는 여성(71.6%)이, 정규직(66.5%)보다는 비정규직 직장인(73.6%)이 자신을 워킹푸어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 기혼 여성은 응답자의 77.6%가 자신을 워킹푸어라고 답했다.

자신이 워킹푸어라 생각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월급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빠듯해서'란 답변이 70.3%로 가장 많았고 퇴직 시 생계 곤란(38.1%), 부채 감당이 어려워서(28.2%), 고용불안(24.8%) 등의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또 자신을 워킹푸어라고 답한 직장인 536명 중 절반을 넘는 59.3%가 워킹푸어를 오랜 기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푸어가 생기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부익부 빈익빈을 유도하는 사회적 구조(47.1%)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높은 생활비(46.3%)와 불안정한 고용형태(40.5%) 등의 순이었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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