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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자고 나면 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길이 넓혀지고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 서울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주거개선이란 명목으로 삶의 질 향상이란 명목으로 서울은 전통이나 문화의 보존보다는 개발이 우선인 시대를 숨가쁘게 건너고 있다. 한반도의 중심도시가 된지 600년이란 역사를 지닌 서울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유럽의 도시를 보면 고색창연함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주 오래되고 유서깊은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도시 자체가 문화유적이란 생각이 들정도의 화면을 자주 보게 된다. 과연 선진국이라 다른군! 우리도 자칭 선직국이라 하고 20개국인가 22개국인가 하는 클럽에 가입하고 회의를 유치한 것을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들떠 알랑방구를 끼지 않았던가. 그럼 우리도 선진국 다운 안목으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모색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지 않은가 이말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수장되어도 대책이 없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피맛골이 사라졌다. 한번 사라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주 많이 사라지고 있고 명목하에 흙담이 시멘트 담이 되고 흙길이 포장도로 바꾸는 것을 보존이라고 해도 맞는 말인가? 추억이 사라지고 문화가 사라지고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나면 박제화되지 않을까?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려는 영국인 킬번, 미국인 바도로뮤씨와 같은 한옥지킴이 문화지킴이의 안타까운 뉴스를 보면 정말 너무 흔해서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시멘트로 지은 집을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인으로 20년간을 발품을 팔아 서울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취재하면서문화인, 주민들을 만나고 관련 문헌을 수집하는 저자의 땀이 행간마다 베여 나온 책이 '서울 북촌에서'라는 책이다.
북촌은 행정구역상으로 삼청동과 가회동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저자는 그 범위를 인근의 평창동, 성북동은 물론이요 한양 도성안의 전 지역으로 그 시야를 확대한다.
서울 하면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경희궁, 남대문, 동대문 식으로 로 보존된 명소만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서울에 이런 아름다운 골목길이 있구나. 일제시대, 전쟁, 개발독재를 거치며 하나둘 헐리고 잘리어나가고 시멘트로 포장되어 원모습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실하게 묻어난다. 수 많은 골목길을 오갔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체취, 나라의 정국을 논의했던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집들은 사라지고 겨우 표지석으로 남은 곳도 많지만 나름으로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켜켜이 담겨 있어 안타까움과 흐뭇함, 북촌의 골목길을 아이들과 손잡고 거닐고 싶은 마음이 흠씬 베어나게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가 그들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려고 찾는 것이 아닐진대 우린 명소위주의 관광아이템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지.
저자가 발품을 팔면서 성돌이를 하면서 다닌 한양도설의 도보여행길, 영산대제, 종묘제례 등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관광자원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나올정도의 편벽고루함의 상징이었던 성균관의 오늘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고향의 한옥마을이 문화마을로 지정되면서 고색창연했던 기와를 걷어내고 흙담길을 시멘트 돌담길로 새단장한 것을 보면 어릴 적의 추억이 모두 지워지고 전시물이 되어버린 안타까움이 서울 북촌이란 책에도 담겨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정책, 사람의 온기가 흐르는 유적이 되어야지 사람의 온기는 사라진 문화유산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엔 고루한 사람이란 말을 들어도 북촌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그분들과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 서울도 또 다른 꿈을 꾸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몰랐던 서울의 아름다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알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