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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미스터리 -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7
조지 윌리엄스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진화론, 창조론
시원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여 우리가 궁금해하는 모든 비밀이 과학의 힘으로 속속들이 밝혀져도 둘 간의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고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그래도 수긍하지 않을 것 같다.
학창시절 배운 단편적인 다윈의 진화론 상식으론 부족한 허기를 채워줄 책들을 읽어도 명확한 상이 잡히지 않아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아도 진화의 미스터리와 같은 과학 책을 읽는 기쁨은 여느 책을 읽을 때보다 더 크다. 그러나 전혀 생소한 용어와 전문적인 설명을 모두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다양한 책을 접하다 보면 이미 읽은 책들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여 켜켜이 쌓여가는 앎의 무게가 부지불식간에 늘어가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의 원제는 '주둥치의 발광'이고 부제는 '자연에서의 목적과 계획에 대한 증거들'이지만 부제에 반하는 자연에는 목적과 계획이 없음을 입증하는 적응과 자연선택이라는 명확한 논리와 인과율에 따라 진행되는 진화를 입증하는 책으로 진화는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게 위해 한글판 제목도 진화의 미스터리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지난주에 읽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란 책에서도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선택, 근친상간 등의 문제를 접했는데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진화의 미스터리는 그동안 축적된 진화론을 입증하는 과학적 성과들과 연필이나 기계들을 대비하여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므로 진화론이나 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을 만한 책이다.
생존에 유리한 속성은 유지하고 해가 되는 속성은 제거되는 이치를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틀거리 속에서 설명하고 영아살해, 임산부와 태아, 병원균과 인체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생명이 존속되고 자신의 유전자를 길이길이 전하기 위한 수컷들의 싸움도 바로 자연선택의 하나라는 것이다.
설계자가 존재하는 기기들과는 달리 자연에는 설계자가 없다는 것이 저자는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가 작동하려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물질적 기계 이상의 그 무엇인 초자연적인 존재자가 필요하다는 생기론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를 생물학적 설명에서 추방한 기계론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신론자는 아니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고등 생명체인 인간 신체의 오묘한 작동원리를 경탄하여 그 신비가 풀리지 않는 데에서, 오묘한 자연의 법칙이나 원리가 있게 만든 초자연적인 존재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에 쉽게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지적 한계를 지닌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신체게 완전무결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의 눈이 세계라면, 귀가 두개가 아니라 3개 이상이라면, 외부에 노출된 음낭의 문제 등등의 예의 인간의 신체는 불완전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질병도 아주 많다는 것이고 의학계에서도 진화론의 원리를 반영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생태계가 어떤 원리나 계획, 목적에 의해 오늘의 모습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생명체들이 처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것들이 살아남아 대를 이어온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되는 진화의 비밀을 다윈이 발표할 당시엔 입증할 수 없었던 것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입증가능한 것들이 많아져 당시의 비판을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 인류의 유전적 특징은 석기시대에 거의 형성된 것과 유사하지만 우리의 식습관, 생활습관이 좋은 방향보다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형성되어 온갖가지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소하지만 웰빙붐만 보아도 쉽게 수긍이 가는 문제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질병들의 주요한 원인은 석기시대에 완성된 인체의 적응과 현대의 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예는 우리의 편식과 음식점 메뉴나 슈퍼마켓 선반을 훑으면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물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이다. 석기시대에는 가장 달고 부드럽고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이로웠다. 잘 익은 과일이나 먹기 좋은 땅속줄기라든가 사냥해서 잡은 야생동물의 가장 먹기 좋은 부분들만 찾아 먹는 것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갖고 있는 강력한 화학 무기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중략
오늘날의 인류는 석기 시대와 같은 정도의 욕구를 가졌으나 역사상 가능했던 수준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설탕, 지방, 소금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비만, 당뇨, 심장 질환 그리고 여러 종류의 암 발병률이 높아졌는데 석기시대의 정상적인 음식을 먹었더라면 그러한 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았을 것이다. 271~272p
자연선택에 의해 앞으로 수십만년, 수백만년이 지난후의 인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과연 그때까지 지구의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공상과학 영화를 보더라도 인류의 미래는 밝기보다는 암울하기만 하다. 자연 생태계에 치명타를 가하며 바벨탑을 쌓아가는 지금의 생활방식으론 인류가 노화로 고통받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고통을 받을 것 같다.
진화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자연선택과 적응이란 핵심 키워드로 설명하고 입증할 수 있는 생명체들의 이력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