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CSI 과학수사대, 세븐, 양들의 침묵, 셜록홈즈
완전범죄는 없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모든 사건의 단서는  반드시 현장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될 수 있는 한 현장에 가까이 가라'고 말하는 저자는 피해자가 그곳에서 죽었는지 아니면 죽은 후에 옮겨진 것인지, 사망시간이 언제인지 밝혀내기 위해 직접 사체가 버려진 현장을 찾아간다. 그렇지만 그는 유무죄의 여부나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조사하여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이다란 법의학의 본연의 자세를 다한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책의 제목이 모든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래야 세상은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권력을 등에 업은 의문사, 실종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무지를 근거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미이라처럼 경외의 대상, 숭앙의 대상으로도 자리잡기까지 한다.

현장수사의 중요성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개구리소년 사건이 아닐까. 십수년이 지나서 유해가 발견된 곳은 수 많은 경찰관이 동원되어 현장수색을 한 곳이었이니 말이다. 왜 그들은 발견하지 못하였을까?


CSI 과학수사대의 길반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저자. 그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독일의 유명한 법의곤충학자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 사례들과
유전자감식의 역사와 도입여부에 대한 논란, 히틀러의 인종학에 대한 맹비난을 곁들이는 책으로 과학의 효용성과 아울러 악용되었을 경우의 위험성을 두루 경고한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거나 시체가 유기되는 곳을 찾아와 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다하는 파리와 거미 등의 곤충이나 절지동물이 살인사건이 발생된 시기, 시체가 살해된 장소에서 이동해 온 경로와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법의곤충학를 다룬 부분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유충과 구더기를 보여주어 역겹기도 하다. 미이라는 성불이나 이적의 실현이 아니라 기후조건, 토양조건 등이 어우러져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현 시점에 발생한 사건들을 해결할 단서를 찾아내는 수사방법의 중의 하나를 보여준다.

 

지문감식, 유전자(DNA)감식을 다루는 부분은 주로 친자확인,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가 신체적인 접촉이 있거나 현장에 남겨진 머리카락, 혈흔, 담배꽁초 등을 이용해 범죄자를 찾아내고 영구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와 아울러 DNA 분석결과를 보관하는 데이터뱅크에 대해 반대 논란이 있지만 저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관리하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지만 언제든지 잘못 사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상존하므로 선뜻 공감하기는 힘들다. 외국과 달리 우리는 지문날인제도를 유지하는데 이것 자체가 전국민을 피의자로 간주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감식에 아울러 인종론을 들고나온 생물학자, 이를 파시즘에 활용하여 인종청소를 단행한 히틀러의 죄악상과 오류를 조목조목 따지고 있지만 간혹 저자의 개성인지 몰라도 진지해야 할 대목에 너무 경박한 표현이 인종론의 본령에 접근하려는 독자의 의중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은 인류를 위하여 선의로 사용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유전자 감식도 책에서 든 사례처럼 조작을 하거나 과대포장한다면 죄가 없는 사람을 구속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심슨사건처럼 정말 죄가 있는 사람이 형사재판에서 면죄부를 받았지만 결국엔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거나 증인의 불확실한 증언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된 사람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 널리 활용되었으면 좋겠다.(어느 과학자가 특허권을 포기하고 감식기술을 공개한 것처럼,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책에서 밑줄긋기

과학수사의 십계명
현장을 돌아보는 게 언제나 최선이다. 현장에 될 수 있는 한 가까이 가라.

단서는 반드시 현장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곤충만 찾아낼 수 있다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는 것이다.
아무도 믿지 마라. 특히 당신 자신이 그려본 가정을 신뢰하지 말라.
열 살짜리 아이가 이해할 수 없다면 잘못된 설명이다. 자신에게 되물어라.
당신의 가정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하라.
다른 모든 가능성이 부정되고 나서 남는 설명이 옳은 것이다.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다.
아무리 정확한 계산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추정결과가 현장 상황과 정말 맞아떨어지는지 항상 유념해야 한다.
선악의 문제는 증거를 가지고 가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죄냐 무죄냐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진실이 무엇인가 밝혀내는 것뿐이다.

 

"엑스펙토 레수렉티오넴 모르투오룸 expecto rescurrectionem mortuorum" 죽음으로부터 다시 부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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