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까
수전 퀸란 지음, 하정임 옮김, 권오길 감수 / 다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를 읽었던 기억 탓인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그와 비슷한 류의 깊이있는 사고를 요하는 철학적인 책일 수도 있겠다는 책이라고 지레짐작했었다.

 그러나 실물을 보고나니 철학적인 책이 아니라 과학책이란 것을.. 미국고등학교과학교사협회에서 우수과학도서 선정이란 평가가 인정하듯 책의 내용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생태계,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고 마음에 각인시켜도 좋은 책임엔 분명하다.

 작가가 손으로 그린 풍경화처럼 보이는 삽화들만으로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정말, 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까? 우리말 속담 재주좋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는 것처럼 원숭이가 실수로 떨어지는 것인가란 호기심으로 이 책을 잡을 수 있다. 먼저 읽은 아들에게 왜 떨어졌니라고 물이니 예상외의 답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게도 들릴 수 있으나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식물이나 동물들에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열대우림의 밀림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관찰한 과학자들의 연구성과가 담겨 있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남아메리카에 일부만 남아 있는 열대밀림이 날마다 엄청난 면적이 사라지고 있어 지구의 허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동식물 모두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호림이나 자연보호구역으로 일부 지역을 소규모로 보호해서는 그것을 막을 수 없고 지금보다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인간이 손대지 않고 놔두면 자연생태계는 저절로 복원된다는 이야기가 개발만능에 사로잡혀 4대강 살리기를 하고 천혜의 갯벌을 간척지화하는 우리네 정책도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80년대 시위대를 체포하여 내팽겨쳤던 불모의 땅 난지도 역시 매립이 끝난 지금 자연은 나름의 복원력을 발휘하여 사라졌던 동식물의 낙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생태계 파괴는 포식자가 아니라 인간이란 족속이 근본 원인이다.

 일정면적당 열대밀림의 동물들이 무거울까 온대지방의 동물들이 무거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시사철 식물이 자라고 밀림이 우거진 열대우림이 동식물의 낙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가 없는 시기가 있어 열대밀림에 포식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사바나나 초원에 더 많아 일정한 면적을 기준으로 동물의 무게를 측정하면 열대밀림이 결코 많이 나가지 않는다 것이다.

 이런 연유로 원숭이가 먹이가 풍부한 시절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독성이 강한 나뭇잎이나 열매를 배고파서 따먹게 되고 이로 인해 독에 취해서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열대밀림은 그림의 떡인 먹이가 많다는 이야기고 실제론 보기엔 울창해도 먹잇감이 부족한 때도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을 허문다.

 이 책을 읽으면 아나키즘의 사상적 기저가 된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즉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군대 개미가 무리지어 있는 곳에 개미새가 모여들고 개미나비가 모여드는 이유 역시 생존을 위한, 번식을 위한 자구책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개미나비가 번식을 하려면 질소가 필요한데 개미새의 흰색 분비물에만 나비가 않는 이유도 번식을 위해.. 호랑나비가 소똥이 있는 곳에 몰려드는 이유도 이런 이유인가?

 독개구리의 독은 본래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따라 생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독사의 독도 이런 이유인가? 궁금하다.

독개구리를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을 하였는데 일반먹이를 주고 양육을 하면 독이 없는 개구리가 되는데 밀림지역의 먹이를 주고 기르면 독개구리가 된다고 한다.

 말파리와 찌르레기를 몰아내는 장수말벌과 꾀꼬리, 오르펜돌라의 공존, 개미와 쇠뿔아카시아의 공생, 주변환경에 따라 잎도 꽃도 달라진 시계풀의 변신, 원숭이가 나무열매를 먹고 배설한 것을 쇠똥구리가 땅에 바로 묻어주어 나무들이 번식하게 된다는 이야기 등등으로 흥미진진한 호기심여행, 관계여행, 비밀여행을 끝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숲지키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냥 보면 단순한 눈요깃거리, 신비한 자연현상에 불과하지만 그속엔 그들이 악전고투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공존공생하는 식물과 곤충, 새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사는 인간사회도 서로가 손을 맞잡고 공존공영할 수 있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요 생존법이란 생각이 든다.

 숲이 파괴되는 것은 단순히 숲만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허파가 구멍이 나고 그곳에 터잡고 살던 동물, 식물이나 새들, 곤충들이 절멸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개발만능, 단순히 우리가 편하게 살기 위해 목전의 이익을 위해 우리별 지구를 근본부터 파괴하는 행위란 생각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생존할 수 밖에 없는 원주민들을 위한 북반구의 선택받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한 머잖아 열대밀림이 보호구역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손을 떼면 스스로 복원되는 자연.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최상이지만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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