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지음, 신좌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란 책이 인기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반대의 제목을 단 책이 눈에 띄자마자 선택한 책이다.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상호부조론을 읽은지라 인간의 이타성이나 협동이 인간사회의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에 상반되는 적자생존론에 입각한 경쟁과 투쟁이 발전의 원동력이란 입장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와 작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생존원리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이는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파고든 철학의 문제이자 정치학, 사회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100% 들어맞는 해답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보인다. 이 말을 들으면 이것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것이 맞는 듯한 상반된 주장들이 공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기점으로 홉스의 만인대 만인의 투쟁상태로 보는 입장이 성악설의 입장이라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입장이 바로 성선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로포트킨이나 매트 리들리가 사례로 든 벌, 개미, 새, 원숭이, 늑대, 침팬지 등의 사례가 동물과 다른 능력을 지닌 인간사회에도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차이도 있다는 것을 상호협조론에선 간과하였지만 리들리는 상호부조론 이후의 과학적 성과물들과 경제학, 심리학 이론을 추가하여 인간의 이타성을 돋보이게 한다.

 

경제학 이론인 게임이론을 기저로 한 죄수의 딜레마, 유괴범의 딜레마 등에서 보여준 다양한 대응방식에서 더 많은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승패의 사고보다는 공존의 사고에 입각한 선택하는 것이 승리의 횟수를 더 많게 해준다고 한다.

 

노동의 분화, 성욕과 노동, 남녀의 노동분화가 인간사회뿐만 아니라 영장류에서도 동일하고 일부 군체동물의 경우 종의 보존을 위해 자신의 생식욕구마저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신자유주의, 국경없는 경쟁, 무한경쟁은 국가와 기업, 성인의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논리만이 아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경쟁이 천부적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배워온 사람들에겐 상호협조와 이타성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몸에 배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바라는 인간형이 경쟁에 능한 인간임엔 분명하겠지만 인류사의 발전을 이끌어 온 근간엔 경쟁이 아니라 상호부조와 이타성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타적 유전자의 메아리는 오래동안 울려퍼질 것이다.

 

책속 밑줄 긋기

유전자는 협동해서 염색체를 만들고, 염색체는 협동해서 게놈이 되고, 게놈은 협동해서 세포를 형성하고, 세포는 협동해서 복합 세포를 이루고, 복합 세포는 협동해서 개체를 만들고, 개체는 협동해서 군체를 이룬다. 한 마리의 꿀벌 조차도 겉보기와는 달리 아주 높은 수준의 협동을 하며 산다.  30쪽

 

감상주의자들은 아직도 동물들을 해친 것은 인간이 아니라 기후 변화이며, 인간이 한 일은 어차피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에 책임을 돌림으로써 면죄를 받으려는 소망이 이토록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그러나 인간이 처음 발을 내디딘 시기와 멸종의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고,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도 기후 변화는 여러 차례 있었고, 이상하게도 멸종된 동물들에게 공통점 - 큰 짐승들만 사라졌다 - 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인간이 죄를 면하기는 어렵다. 302쪽


어떤 사람에게 자갈밭의 소유권을 부여해 보라. 그는 곧 그곳을 정원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같은 사람에게 그 정원을 9년간 임대해보라. 그는 그곳을 사막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소유권이라는 마력은 모래를 황금으로 변화시킨다. 316쪽(아서 영의 여행기(1787)중에서


사회질서의 뿌리는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 있에, 인간의 머릿속에 완전한 조화와 미덕의 사회를 실현할 본능적인 능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실현할 능력은 존재한다  3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