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도 유희로 즐겼으니, 나도 유희로 소비합니다 랄까.

세계의 서점을 유랑하는 무리들이 있다.

견학, 시찰 뭐 그런게 아니라 유랑.

큰 목적이라기 보다는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보기에도 부럽고 좋다.

꼭 거창한 당위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유희.

물론 100% 순수한 즐거움은 아닐 것이다.

결과물로 이런 한정판 레어템 책이 나왔으니.

개봉열독 프로젝트는 이미 세 출판사가 작당?을 하기전에 외국의 사례로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막상 이런 이벤트라니 즐겨 찾는 독자도 즐겁다. 종종 있기를.:)

궁금증 하나. 정말 아무도 스포일링을 하지 않았을까? (난 안했음>_<)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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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되돌릴 수 없는 어떤 난관을 지나쳐온 보통 사람.

매 순간 폭도처럼 머리 속을 점령하는 과거의 환영.

즐겁냐고 묻는다면 유쾌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대답할 법한 생의 기억.

구지 친절을 베풀 온당한 이유가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내리는 잔인한 선고.

극복하거나 외면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이야기 속 그들은 아무래도 끝내 극복할 수는 없을 추락.

미국의 목가. 그 환상. 아름답게 기억되는 시절의 끝에 절망과 광기.

너는 어디에서 온것일까, 나에게서는 아닐텐데라는 착각.

어디에서건 불어올 수 있는 바람 같은 불안의 씨앗.

거대한 공허와 압도적인 허기, 그런것이 자라나는 독서였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다시 읽어봐야 할까 그건 모르겠지만, 휴먼스테인은 곧 읽게 될 것 같다.


스위드 레보브의 삶은, 내가 아는 한, 매우 단순하고 매우 평범했으며, 따라서 딱 미국인의 기질에 맞게 훌륭했다. - 56

어떤 사람들은 평생 아주 착했다는 이유로 형이 단순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시모어는 절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어. 단순해 보인다고 해서 절대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야. 그래도 형한테 자신에 대한 의문이 다가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 만일 자신에 대한 의문이 인생에서 너무 일찍 찾아오는 것보다 나쁜게 있다면 그건 그게 너무 늦게 찾아오는 거야. 형의 인생은 폭탄에 의해 박살나버렸어. 그 폭발의 진짜 피해자는 시모어야. - 111

이건 실크 작업이라고 부르는데, 이 자체로도 이야기가 길죠. 하지만 먼저 이야기할 건 이겁니다......이건 피케 기계라고 부르죠. 피케라고 부르는 아주 가는 실을 박는 건데, 다른 바느질보다 훨씬 솜씨가 좋아야 해요...... 이건 관택 기계라고 부르고 이건 스트레처라고 부르고 당신은 아가씨라고 부르고 나는아빠라고 부르고 이건 살아 있다고 부르고 저건 죽어간다고 부르고 이건 광기라고 부르고 이건 애도라고 부르고 이건 지옥, 순수한 지옥이라고 부르고, 여기서 견딜 수 있으려면 여기에 강하게 묶여 있어야 하고. 이것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계속 나아가려고 노력한다고 부르고, 이것은 대가를 완전히 치르지만 도대체 뭐에 치르는 것이냐고 부르고 이것은 죽고 싶고 그 아이를 찾고 싶고 그 아이를 죽이고 싶고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도 그 아이가 겪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 아이를 구하고 싶다고 부르고, 이런 고삐 풀린 분출, 이것은 모든 것을 지우는 것이라고 부르지만 효과가 없다. 나는 반은 미쳤다. 그 폭탄의 박살내는 힘은 너무 강력하다...... - 202

콘론 부인은 말했다.
레보브 씨 부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비극의 희생자예요.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비록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족으로서 살아남을 거라는 점이에요.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으로 살아남을 거예요. 우리는 기억을 온전히 유지한 채 살아남을 거고, 우리 기억이 우리를 지탱해 줄 거예요. 두 분이 이런 아무런 의미없는 일을 이해하기 쉽지 않듯이, 우리도 쉽지 않겠죠. 하지만 우리는 프레드가 여기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가족이예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을 거예요.
그녀는 분명하게 또 힘을 주어 스위드의 가족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스위드는 그뒤로 몇 주 동안, 그녀의 친절, 그녀의 동정심이 처음에 믿고 싶었던 것만큼 그렇게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두 번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 325

딸이 일하는 장소를 보니 아이가 미국 역사의 경로를 바꾸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건물의 녹슨 비상계단은 누가 디디면 저절로 무너져내릴 것처럼 보였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도로로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능은 화재가 날 경우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 쓸모없이 매달려 삶에 내재하는 크나큰 외로움을 증언하는 것으로 바뀐 것 같았다. 스위드가 보기에 다른 의미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외로움을 증언하는 것이 그 건물의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그래, 우리는 외롭다. 몹시 외롭다. 그리고 늘 우리 앞에는, 지금보다 더 짙은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처리할 방법은 없다. 외로움을 뜻밖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막상 경험할 때는 깜짝깜짝 놀라게 되지만. 자신을 뒤집어보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는 안이 안에 있어 외로운 대신 안이 밖으로 나온 채로 외롭게 되는 것일 뿐이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메리, 네 어리석은 아버지보다도 더 어리석은 메리, 심지어 건물을 폭파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건물이 있어도 외롭고, 건물이 없어도 외롭단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어. 역사상 어떤 폭파 운동도 거기에는 흠 하나 내지 못했지. 인간이 만든 폭약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도 그것을 건드리지는 못한단다. 내 멍청한 아이야, 공산주의에 경외감을 품지 말고, 보통의, 일상적인 외로움에 경외감을 품어라. 노동절이 오면 밖으로 나가 네 친구들과 함께 외로움의 더 큰 영광을 향해, 슈퍼파워 가운데서도 슈퍼파워를 향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을 향해 행진해라. 거기에 돈을 놓고, 내기를 하고, 그것을 숭배해라. 말을 더듬는 아이, 분노에 찬 아이, 멍청한 아이야. 카를 마르크스에게, 호찌민과 마오쩌둥에게 복종하여 고개를 숙이지 말고, 위대한 신 외로움에게 고개를 숙여라! - 338

광기와 도발. 인식 가능한 것은 없다. 그럴듯한 것도 없다. 앞뒤가 맞는 맥락도 없다. 그는 이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난을 수용하는 능력조차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멋진 생각이 그를 사로잡는다. 고난을 수용하는 능력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 210

그래, 그들의 요새는 금이 갔다. 여기 멀리 떨어진, 안전한 올드림록에서도. 이렇게 한번 벌어진 이상, 다시는 아물지 않을 것이다. 절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 모든 것이 맞서고 있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가 그들의 삶을 비난하고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도대체 레보브 가족의 삶만큼 욕먹을 것 없는 삶이 어디 있단 말인가? - 288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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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 나의 읽기, 당신의 읽기
황석영.성석제.김연수.천명관.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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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여럿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에 대한 추천사를 남겼다.

어쩔 도리없이 읽고나니 열권 남짓의 문동 세계문학 전집이 즐겨찾는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긴다.

이것은 고도의 낚시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명백한 판촉 행위인것... ;ㅂ;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이렇게 재미나게 읽었다우...라고 추천을 한 책을, 더군다나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고전인 경우, 안 읽을 순 없는 노릇이다.


좋은 소설이란 ‘답‘이 아닌 그 시대를 산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것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밖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 고전이 매번 사람들에게 다르게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 23, 백영옥.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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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5-1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
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작가들이 좋다고 생각한 책도 저 같은 일개 독
자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hellas 2017-05-19 15: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열권정도만 읽어볼 생각이 나는거겠죠. 이미 읽은 책은 이견도 꽤 있습니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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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가의 페르소나인 듯한 아이리스의 괴롭고 외로운 경험들이 예민하지만 신경질적이지 않은 그 어떤 지점의 시선으로 다루어진 것이 좋았다.

손에 베일 것만 같은 예민함이, 조금만 삐끗하면 추락할 것 같은 위태로움이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데, 지적으로 충만하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관계맺기에 능란하지 못한 여성으로 설정되는 아이리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과연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게 만들었다.

화자인 아이리스라는 캐릭터는 고스란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아이리스와 대항하는 남성들의 캐릭터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자신을 감추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속삭임의 익명성을 애호하는 모닝, 결국 어떤 꿍꿍이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한 조지, 스티븐, 패리스, 유약한 모습으로 쓸쓸하게 퇴장하는 마이클.

그들과의 관계를 거쳐 결국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아이리스를 타자화하여 바라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시리 허스트베트를 처음 만난 소설이고 작가 자신의 첫 소설이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준점이 될 작품이었는데, 무척 좋았다.

단언하건데 나는 시리의 애독자가 될 것 같다.

덧붙여 의역된 제목인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은 무척 시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불쌍한 클라우스, 말도 안 되는 무의미는 반드시 찾아올텐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의미는 찾아온다. - 198

당신은 다른 사람들 같지가 않아요. 잠시 말을 쉬었다가 그가 말했다.
하지만 대체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패리스가 말했다. 당신은 날 수 있어.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냥 날갯짓만 퍼덕퍼덕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패리스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에요.
그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고 아이러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말이 시간을 두고 가라앉아야 할 때가 자주 있죠. 있잖아요, 한동안 땅 속에 묻어두는 거. - 242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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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94
서효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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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는 반성을 모르는 굴뚝이었다. 솟구치다 사라질 연기를 위해 반성을 모르고 살았다. 나는 남성 시인이고 이성애자며 판정받은 장애가 없다. 돈 안 되는 시를 쓴다며 이른바 예술 한답시고 인중에 힘깨나 주고 지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회적 오른손잡이로서 불편함과 마주해 악수하지 않았다. 내가 겪지 못한 불편은 누군가에게 불쾌와 상처, 고통과 폭력이었다. 문단이라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문학은 반성을 토대로 지속될 것이다. 수년간 발표한 시를 모으니 그때는 몰랐던 여성혐오가 지금은 보여 빼거나 고친 시가 몇 있다. 온갖 곳에 염결성과 예민함을 드러내면서 하필 방종했던 부분이다.
여수의 굴뚝을 얼마간 지나치면 장인의 묘가 나타난다. 꽤 높은 둔덕이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공장들 너머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두번 절을 하는 동안 딸아이가 묘와 묘 사이를 뛰어다닌다. 삶과 죽음의 간격에서, 반성과 망각의 틈에서 감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는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 시인의 말 중.


오늘은 맘에 드는 시간이 없다. 인간은 모두 같은 얼굴이고,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유해하고, 너와 나는 썩고 있다. - 취향을 찾아서 중.

사람이 죽는 일은 거대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잠자코 앉거나 서서, 각자의 도착지를 생각할 것이다 - 지축역 중.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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