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닿지 않을 독백을 지치지 않고... 상대에게가 아닌 자신에게 던지는 말들이어서 일까.좀처럼 와닿지 않고 한두발짝 앞에 툭 떨어져 버린 말들.화자의 그녀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되는 순간은 놓아버린 자신을 떠올리는 순간이다.그러나 그 순간이 너무 찰나.어디선가 읽은 문장들은 그녀에게 와 튕겨져 나간 문장들이었을까.한 발짝, 한 발짝 더. 는 누구에게 던지는 말이었을까.공허하게 남는 말들.내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와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짝이 아닌 받침대 위에 생뚱맞게 올라가 있는 찻잔만 같을 때가요. - 842017. dec.
재미를 끌어올리는데 솔직히 너무 오래 걸렸다.시리즈가 열 몇개나 된다고 하고, 오픈 시즌이 ‘조 피킷’의 처음임을 생각하면.후속 시즌을 읽을지 말지 조금은 고민된다.수렵감시관이라는 것도, 다양한 야생이 살아있는 환경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서.그러나 환경이 어떠하건, 진실을 은폐하고 이익만을 쫓으려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니 이런 환경감시 스릴러? 도 있는 것이겠지.그나저나 대체로 권선징악 불행하지 않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소설답다.조는 고기를 얻으려 사냥하는 사람은 문제 삼지 않았다. 적어도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고기를 사먹는 것보다는 훨씬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치즈버거를 먹으면서 사냥을 반대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먹을 고기 때문에 수많은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사냥감을 스토킹하고 뒤쫓고 해체하고 먹는 것은, 고기 가공처리 공장에서 무시무시한 망치로 소를 때려죽이는 것보다 훨씬 납득할 만한 행동이었다. - 1142017. dec.
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게 몸이라도 던지겠지만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만 편지를 세탁기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 오병량, <편지의 공원> 중.시집을 꽤 자주 사서 읽지만 아직 시는 잘 모르겠는 나에게 매우 좋았고, 좋을 것같은 티저 시집.티저라니.. 앞으로 구매할 문학동네 시인선을 고르는데 매우 유익하다. 모두 읽으면 좋겠으나 시 초심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인용을 모두 하기엔 좋은 시가 너무 많아서 이만...나무에게 남은 게 이름뿐이라도 계절이 되면 잎이 돋고 떠나갔던 것들 돌아오는 모양이라 조금은 미련을 남겨두어도 괜찮아서 좋다 - 김정진 <버드맨> 중.심란한 구석에 손목을 내리고 문득 멸망한 유물론자처럼 앉아 있어요저녁은 친절하고, 사월은 불길하니까환하게 염불을 외며교양 있게 슬퍼하는 거야미쳐도 곱게 미치는 거지 - 이용한, <불안들> 중.2017. dec.
오는 봄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 입춘 부근 중바다는 어디서부터 가져온 파도를 해변에, 하나의 사소한 소멸로써부려놓는 것일까누군가의 내부를 향한 응시를이 세계의 경계에 부려놓는 것일까 - 파란 돛 중더 어두운 데로 귀를 기울여음악을 듣는다별이 나올 것이다뭇별들이 파도칠 것이다귀에서 별이 쏟아질 것이다뺨과 목덜미가 빛으로 낭자할 것이다세상에 없는 악기가 될 것이다 - 악기점 자리/ 낭만조 중신형철의 해설이 무척 좋았다. 시도 시고.. :)해설의 일부에서는 음성 지원도 된다. 그의 글은 종종, 자주 감상적이고 에두르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또 그게 그래서 맛인 경우라고 생각한다.2017. dec.
두번째 읽는 손원평 작가.서른의 반격이라고는 했지만, 결국 어떤 것에 대한 반격이었나.이 시대의 고민들을 우겨넣기만 한 것은 아닌가.나는 남들과 다르다 온몸으로 외치고, 나를 봐달라고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어필해야 하는 세상에 던져진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어떤 대답이 있었나.그렇지만 딱히 작가가 그런 대답을 내놔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왜 이런 찝찝함이 남는 것인지.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일종의 피로감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한다. 질문과 상념이 모여 태어난 작품이라고 작가가 이야기하니, 그래서 이런 상념이 남는가 싶다.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여기던 김부장의 김빠지는 퇴장 장면에서 인생의 씁쓸함을 느낀다면 나는 김지혜에 가까운가 김부장에 가까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어떤 짓을 해도 천지 개벽을 해도 김부장보다는 김지혜에 가까운게 사실일지라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면 언젠가 인생 전체가 창피해질 날이 옵니다. - 22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복입니다. 눈에 보이는 전복 말고 가치의 전복요. - 67그때 나 홀로 결심했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때 혼자였던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특별히 그 결심에 무슨 이름을 붙여주고 싶진 않다. 집단의 기억이 아니라 온전히 내 가슴에만 새겨진 외롭고 아름다운 그림 조각이다. 거기서 나는 조금 슬픈 예감을 했다. 모두가 오늘을 잊어버리고 말 거라고. 지금의 열기는 곧 사그라질 불꽃같은 거라고 말이다. - 90지환과 규옥이 던진 정반대의 명제들은 계속 나를 괴롭혔다ㅏ. 지환은 현실을 영리하게 따르라고 강조했고 규옥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용기를 가져보자고 했다. 정반대에 놓인 두 개념에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마주하긴 괴롭다는 거였다. - 132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인지, 우리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아른거렸다. 멀리서 본 우리의 몸짓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고 시시했으며 한심하고 애잔했다. - 2092017.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