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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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의 모든 과학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듯한 실패담들...(그걸 실패라고 규정할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제쳐두고)
이처럼 유쾌한 톤의 과학 에세이라니. 너무 즐겁게 읽었다.

우주에 대한 어떤 과학 이론, 가설을 봐도 막연하다....라는 느낌만 들 정도로 너무 거대한 세계라서, 그 안의 먼지보다도 작은, 어쩌면 우주의 시선에선 존재조차 않는 나라는 자아가 느껴져서 그저 아득한 이야기라고 종종 생각한다.

우주의 역사, 자연의 법칙, 지구의 비밀, 생명의 기원 등 실로 방대한 내용이라서 읽다보면 시간개념이 없어지고 지금이 몇년도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긴... 지금이 몇년도인지 무슨 상관인가 싶다.

과학에 만고불변의 이론은 없는 것. 한껏 이성적인 모습으로 권위를 보여주던 과학계도 전혀 새로운 이론을 마주치면 주춤주춤 물러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아까 언뜻 새로의 힘의 단위? 힘의 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본듯한데...)

이 책의 무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편집증 적 미치광이 부류의 과학자들이고, 어쨌든 영어 사용자 중심의 세계질서를 다시한번 느껴야만 한다는 불편함도 살짝 있다.

- 그물로 잡는 고기 중의 25퍼센트 정도는 너무 작거나, 원하지 않는 어종이거나, 잡을 수 없는 시기에 해당하는 ‘부수 어획‘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보도된 어느 분석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도 암흑기에 살고 있다. 그저 그물을 내려서 어떤 고기가 올라오는가를 볼 뿐이다˝ 많게는 2200만톤의 원하는 않는 고기들이 죽은 채로 바다에 다시 던져지고 있다. 새우 1킬로그램을 잡는 과정에서 대략 4킬로그램의 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쓸모없이 낭비 된다. - 299

- 인간은 하늘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이면서도 동시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던 생물을 멸종시키면서도 우리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만약 우리의 외루운 우주에서 생명이 어디를 지나왔는가를 기록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감시할 일을 맡길 수 있는 생물을 디자인하려고 한다면, 그런 일을 절대 인간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 490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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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 / 호로스코프 외 / 시들, 풀피리 노래들 ㅣ 사뮈엘 베케트 선집
사뮈엘 베케트 지음, 김예령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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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는... 원어로 읽으면 더 쉬울까.
문장 구조, 시어들의 배열, 음운.
이런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어쩔수 없는 번역의 문제여서
갑갑하게 읽히는 거면 차라리 낫겠다.

- 또다시 두려워지다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아서
사랑받는데 네 사랑은 아니어서 - 카스칸도 중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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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러블리 와이프
서맨사 다우닝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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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는 흥미롭게 읽었다.

화자인 남편이 수동적이고 무능력함으로 자신을 한심하게 보이게 만든 지점이 재밌다.
그래서 꽤나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니까.

살인 충동에 휩싸여 있고 실행할 마음가짐까지 충분히 갖춘 두사람이 만났으나, 결국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점이 범죄자들의 성품이려나 싶다.
동류의 범죄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 구석도 좀 웃긴 부분.

어쨌든 권선징악은 없다는 미결의 이야기다.

- 밀리센트가 우리 가정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을리 없으니 그녀가 했다고 하는 것이다. - 55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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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43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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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했다. 좋다.:)

- 저마다
더 깊은 밤이 필요했다 - 시인의 말

<우리를 위하여>
그 밤의 언덕에서 개 한마리가 컹, 컹, 짖고 있었다.
그 모습은 우리 모두가 속한 세계로부터 저 홀로 툭 튀어나온 듯 고독하게 보였다.
그 고독이라면 전 세계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당신의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세계에서 우리는 끝없이 긴 한 줄의 문장을 언제나 끝맺으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넘지 못하는 국경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국경선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슬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앞에서 사랑하고 옆에서 의심하고 뒤에서 밟았다.
우리는 우리의 무덤을 팠다. 어느 날 당신이 내디딘 단 한 걸음 때문에
그 한 걸음 때문에 당신은 우리의 대오에서 사라졌다.
그 밤의 어둠 속에서는 뭔가에 씐듯 베테랑 사냥꾼조차도 다 잡은 짐승을 눈앞에서 놓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 개처럼 당신은 짖어라.
그 추리닝을 입은 개처럼 당신은 허공과 싸워라. 그 허공이 당신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리.
그날이 그날처럼 24시간 흘렀다.
항구적으로 불안은 우리를 위하여 전류처럼 흐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언제나 환하게 불을 켠다.

원래 시 독후감에 전문을 올리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너무 좋아서.. 틈틈히 읽으려고..
너무 좋은 시집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2020.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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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ㅣ 문학동네 시인선 30
이승희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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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그렇게 내린다, 내 삶의 전부이신 막막함이여, , 호텔 캘리포니아 혹은 늙은 선풍기의 노래, 맨드라미 정원,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쓸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삶이 쓸쓸하고 스산해서 인가.
죽음을 갈망하는 간절하나 막연한 바램들이 시가 된 것인가.
그러나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들에 시선이 붙들려져 이 땅을 밟고 서있는 듯,
어쩔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 폐허 속으로
들어온
천진 난만
나는 줄게 아무것도 없어서
너
즐겁게
노는 동안
폐허로 살아낼 수 있었던 것 - 시인의 말 중

- 어떤 열렬한 마음도 이 세상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내가 싸워야 한다면 그 때문. - 맨드라미는 지금도 중

- 죽을 힘을 다해 꽃을 피우는 일은 못 된 짓이다. 죽을 힘은 오직 죽는 일에만 온전히 쓰여져야 한다. 당신도 모르게 하찮아지자고. 할 수만 있다면 방바닥을 구르는 어제의 머리카락으로, 구석으로만 살금살금 다니면서 먼지처럼 쓸데없어 지자고. 한없이 불량해지는 마음도 아이쿠 무거워라 내려놓고. 내 몸 어디든 바람처럼 다녀가시라고. 당신이 나를 절반만 안아주어도 그 절반의 그늘로 나 늙어가면 되는 거라고. - 제목을 입력하세요 중

2020.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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