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ㅣ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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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만으로도 마음이 갑갑스러운 그 시절.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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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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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2년에 읽었던 책이다. 그때 남긴 리뷰가 있으니 정확하다.

그 때의 감상은 이랬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원제가 아니다. 원제목인 ‘como agua para chocolate‘은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 상황을 뜻한다.
달콤하기만한 제목이 실은 부조리하고 부당함을 깨트리려는 뉘앙스의 제목이라는게 훨씬 마음에 든다.(중략) 이 작품은, 음식과 성, 자유의지와 환상이 버무려진 글이다.
무게감이 있다 할 순 없겠다. 그러나 안에 담긴 사상의 크기는 가볍지 않다.
페미니즘 문학, 요리 문학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그냥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게 좋겠다.- 2012.June

그 때의 나와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인지, 지금도 비슷한 감상을 가지고 읽었다.

그 동안 읽어왔던 남미 문학에서 느꼈던 특유의 생명력이랄까. 아니 그 보다는 그 생산력이 아름답거나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징그럽다? 고 느껴진다는 점이 추가 되었고, 마술적 리얼리즘 어쩌고는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또,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꾸고 싶어졌다.

여성의 교육의 부재라는 문제, 가족의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라는 문제, 돌봄 노동의 굴레라는 문제, 정절을 강제한다는 문제, 물리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수만가지의 억압이 존재한다는 문제 .....

그 모든 문제의 끝에는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고, 그 명료한 사실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티타는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했다지만, 식도락이야 말로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지지하는 바이다.

티타는 시선을 들어 어머니를 바라 보았다. 그렇다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가탔다. 문제가 있다고. 거세할 상대를 잘못 찾았으며 자기를 거세시켜야 했다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그래야 자기를 결혼시키지 않고 대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로사우라를 결혼시키는 최소한의 명분이 선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 33

존 브라운은 밤에 실험실로 들어와 벽에 적힌 글씨를 보고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반짝였다. 티타는 이 문장으로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 127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왔다고요!
티타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마마 엘레나는 마술처럼 영원히 사라졌다. 위풍당당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조그마한 빛이 되었다. 유령이 사라짐에 따라 티타의 몸도 점점 안도감에 젖어들었다. - 210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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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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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부끄럽고 두려운 삶을 살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을 생각이냐? - 38

그래도 꾸준히 책을 곁에 둔 암살자 래생은 부끄럽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 삶을 산 것 아닌가.

이 숲을 거닐고, 더 외로워져야겠다.- 작가의 말 중

래생 처럼 외로워 지는 걸 말하는 걸까.

재밌게 읽었다. 믿고 읽는 작가다.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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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 개정판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4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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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지만, 시대성을 고려해도 이게 어딜봐서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인가...

복장터지는 로맨스.

스타크필드 사람들의 평은 이선 프롬은 병과 근심 두가지에 푹 묻혀 살아온 셈이라고 측은하게 말한다. 측은은 개뿔.......

자신의 엄마 간병과 살림을 도맡아 한 지나에게서 큰 위안을 얻고 결혼까지 한 이선은 매티 실버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랑을 갈망한다. 아니다 갈망이라고 할 순 없다. 그저 묵묵히 그녀의 주변을 경계하고 빙글빙글 돌며, 아내의 감시의 눈을 견뎌낸다.

이선은 배은망덕하다. 7년 전만 해도 총명한 아내를 얻는 일에 기뻐하던 그는 이제 새로운 연인을 갖지 못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을 안고 있다. 한이 많고 불만투성이인 여자 옆에서 인생을 낭비할 순 없어서 몹시 억울하다. 그러나 기울대로 기운 집안의 운은 보란듯 아내에게 위자료를 던져주고 이혼을 할 여력도 없다.

맷은 과연 이선을 사랑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경제력도 배움도 없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가 친척의 집에 몸을 의탁한 상황, 의지할 만한 남자로 이선을 바라봤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리 만무한 여자의 기대에 이선은 적극적이었나? 그것도 아니다. 막연하게 아내가 알아서 이혼을 해주길 바라는 나약한 의지, 의심의 눈초리에 주눅드는 모습.....

쫓겨나는 매티를 배웅하는 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불행한 연인은 썰매 사고로 가난과 기약없는 미래뿐인 스타크필드의 쇠락한 집에 묶이게 된다.

아마도 지구상에 가장 불행한 자는 나라고 여기며 말수 없는 우울한 얼굴로 살아가겠지... 이선 프롬은.
이런 생각만으로도 무척 짜증스러운 이야기다.

절대 이런 이야기를 로맨스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이선은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이 여자, 자기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막아온 이 여자가 마치 자신의 영혼 속에서 솟아난, 오랜 좌절로 가득 찬 자신의 슬픈 과거, 실패, 고생 헛된 노력으로 얼룩진 자신의 청춘을 구현하는 가슴 아픈 존재같이 느껴졌다. 이 여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고, 이제 그 모든 상실을 보상해준 하나를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그는 일순 엄청난 증오의 불길이 가슴에서 솟아나 팔을 타고 불끈 쥔 주먹으로 내려감을 느꼈다. - 99

그가 열정 때문에 저지른 실수를 자각한 순간 그 충동이 사라졌고, 자신의 처지가 본모습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병약한 아내를 거느린 가난한 남자고, 자신이 떠나가면 그녀는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임을 깨달았다. - 122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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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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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아무것도 없이, 대기를 좀 해야 하는 병원에 가는 길에 이 책을 꺼내 들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책 고르는 손에 무슨 신이라도 붙은게 아닐까 싶다. ㅋㅋ

병원 비리에 대한, 그 안의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두어시간을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읽고 있자니 현장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무주는 병원 비리에 안일하게 대처하다 지방 병원으로 밀려난 병원 행정직원이다. 그 안에서 새로 태어나려는 시도?로 비리를 고발하지만, 무주에게 돌아온 것은 동료들의 비웃음과 외면이다. 일면 사회가 그런 곳이라고 병원이라는 배경을 통해 이야기한다. 비정하고 낙관이 없는 사회를 산업의 몰락으로 유령화되어가는 도시위에 그렸다.
이런 시스템의 대표 명사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또 한번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에서 어떤 거미와도 공존하길 거부하는 한마리의 거미같은 존재들.
비난일까 생각했지만, 연민이라고 느껴졌다.

편혜영.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

이석은 언제나 의사에 대해 혹평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믿을 수 없는 건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의사만큼 악랄한 인간은 없어. 희망으로 병이 낫나. 절망에 빠진 사람한테 돈이나 계속 쏟아부으란 얘기지. 잘 들어둬. 그런 인간한테 속으면 안 돼. - 15

할 수 있는 한 모조리 다시 시작할 작정이었다. 선한 의지로 우정을 쌓아가고 순간적인 충동에 굴복하지 않고 신념과 신의를 지키고 동료와 신뢰를 만들어가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가족과 사랑을 나누고 나날의 삶을 좀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소소한 웃음과 농담과 잡담을 나눌 작정이었다. - 55

관행만큼 편하고 안전한 건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면 ‘관행’이 비난받을 것이었다. - 75

무주는 그 모든 가능성을 지닌 아이를 잃었다. 질서와 명분을 잃었다. 선하고 바르려는 의지를 잃었다. 이석도 아이를 잃었다. 삶을 다 바쳐 살리려던 아이를 잃었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병원은 차라리 거대한 장례식장이었다. 가족을 잃게 되리라는 소식을 듣는 곳이었다. 사무장 말이 맞았다. 병원에서는 누군가 죽기 마련이었다. - 93

마태복음 8장에 이런 구절이 있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계속 곱씹었어. 예수는 인자하고 자비롭다면서 죽은 사람한테 왜 이러나,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야박해도 되나...... 이해 할 수 없었지. 한참 새기니까 조금 알 것도 같더라고.
무슨 뜻인데요?
영혼이 죽은 자는 내게 필요 없다, 불신자는 불신자에게 가고 믿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 그러니까 나를 따르는 건 믿는 자로 충분하다는 뜻이려나. - 140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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