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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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기획한다는 것, 엄청난 음모와 반인륜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미 수만가지의 재난을 기획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재난의 안에 있을지 밖에 있을지 선택할 수도 없이, 견고하게 구축된 듯 보이는 안전망의 작은 틈에 푹하고 발이 빠질지 모르는 것.

클라우드 나인을 찾는 이야기로 만들수도 있었지만, 작가의 선택은 그것이 아니었다.
구조 안의 개인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무력함과 순진한 악의를 드러낸다.
조직의 중심에서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떠밀리듯 떠난 출장지에서는 그곳의 사람들을 중심 밖으로 밀어내는 일에 한 역할을 하는 요나. 그래서 그들을 잘 밀어내고 다시 중심으로 가는 욕망의 인물이 아니다보니, 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생겼다.

학살의 책임자가 없었다고 본문에 나오지만, 우리는 그 책임자의 얼굴을 분명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하게 상황을 모르는 사람, 눈칫껏 알아챘지만 외면한 사람,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돈을 흐름을 타고 기획하는 사람.
학살당한 자를 제외하고 그 모두가 책임자이고 재난의 성적표를 받을 자들 아닐까.

우울하고 할 말이 많아지는 이야기다.

- 문장을 읽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 사이에 얼마 만큼의 거리가 있는지 아직 요나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 161

- 카메라 속에는 그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잇었지만, 5박 6일 동안 찍힌 것과 그 이후에 찍힌 것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있었다. 그러나 진짜 재난은 두 세계 어디에도 찍혀 있지 않았다. 무이의 재난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있었다. 그것도 사진 따위로는 찍을 수 없는 형태로 존재했다. - 163

- 사람들은 과거형이 돈 재난 앞에서 한없이 반듯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현재형 재난 앞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것이 재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방관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조장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싱크홀은 저편 사막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 175

- 이 계획에서 직접 누군가를 칼로 베거나 구덩이에 밀어 넣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희생되는 사람들은 정보에서 소외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일은 많은 사람들을 구덩이에 매몰할 것이다. 그 일에 대해 사람들은 침묵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누군가가 말한 대로 학살의 한 형태였으나, 학살의 책임자는 없었다. 모든 것이 분업화되어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열중했다. -182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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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책 추억해주는거 어떻게 없애나....

그닥 안 궁금한데 되게 알람 자주오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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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의 탄생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14
김선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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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반복이 주는 효과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시들.
고르고 골랐을 시어들이 원래 그 자리에 있기로 약속한 것 처럼...
딱 자기 자리에 있다는 충족.

너무 좋은 시들이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인용을 하자면 시집의 반은 옮겨야 할 것 같다.

완전 추천. <어떤 생일> 은 특별히 언급할 만큼 좋다.

- 아는 것과 외운 것 사이에서 주어를 뺀다면
세상은 참, 잠깐 동안 빛나겠죠 - 저녁 숲의 고백 중

- 앙금같은 시간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철자법은 멀고 구름은 가깝다 밥그릇에 붙은 밥풀들은 끝내 싹을 틔우지 않았다 콩인지 팥인지 알 수 없었지만 슬프지 않았다 작고 잘 벼린 칼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무 것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청년기 중

- 우리는 서로 밤마다 멀어졌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견디는 법 그러나 그것은 어제의 일, 이따금 바람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등을 후빈다 색깔없는 구름들이 우리를 지키고 마른 잎사귀들이 우리를 덮고 우리는 흙이 되고 우리는 서로를 가두고 우리는 우리의 전부가 되고 우리는, 우리는 목 놓아 운다 - 하루의 연보 중

- 종이학처럼,
접힌 면적만큼
희망은 줄어들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평화는
마침표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점 하나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이 더 필요할까 - 질량은 보존된다 중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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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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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 3부작.

순탄한듯 흘러가던 느릿느릿 사소설이 후반부에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으로 빨려들어간다.
어쩌면 순탄함을 가장한 암시가 여럿있었지만...

변화의 시대에는 (뭐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도)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괴로워하거나 고뇌하거나 순응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대와 나의 괴리, 인간 존재와 나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아 고통스러운 사람들 말이다.

술술 읽혔지만, 되돌아 감상을 남기려니 독서후가 더 진지해지는 책이다.

이치로는 왜 홀로 괴로운가, 주변인에게 그는 왜 그저 히스테릭한 타인인가.

사고하는 인간이 소중한 존재임과는 별개로 사고하는 인간이 윤리적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보게 된다.

소세키는 전작을 쭉 읽기엔 좀 고루하다 느껴지지만 생에 대한 일종의 각성을 주는 작가다.

- 거기에 우리가 깨닫지 못한 암투가 있었다. 거기에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과 질투가 있었다. 거기에 조화로도 충돌로도 발전 할 수 없는, 중심을 결여한 흥미가 있었다. - 76

- “그거야 형이 말하는 유전이니 성격이니 하는 건 아마 아니겠지요. 지금의 일본 사회가 그런 성격이 아니면 통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세상에는 아버지하고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정말 참을 수 없이 경박한 사람들이 있어요. 형님은 서재와 학교에서 고상하게 지내니까 모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거야 나도 알고 있어. 네가 말한 대로야. 지금의 일본 사회는, 어쩌면 서양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다들 겉만 번지르르하고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만 존재할 수 있게 생겨먹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지.”
형은 이렇게 말하고 잠시 침묵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 246

-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목적이 되지 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네”하고 형님이 말했네.
“목적이 아니어도 수단이라도 되면 되지 않은가?” 하고 내가 말했네.
“그건 괜찮지. 어떤 목적이 있어야 수단이 정해지는 거니까”하고 형님이 대답했네.
형님이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뭘 해도 그게 목적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수단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네. 그냥 불안한 거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네. 형님은 차분히 누워 있을 수 없으니까 일어난다고 하네. 걸으면 그냥 걷고 있을 수 없으니까 달린다고 하네. 이미 달리기 시작한 이상 어디까지 가도 멈출 수 없다고 하네. 멈출 수 없는 것 뿐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시시각각 속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네. 그 극단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하네. 식은 땀이 날 만큼 두렵다고 하네.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고 하네. - 363

- Keine Brücke führt von Mensch zu Mensch.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 - 375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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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 -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ㅣ 아우또노미아총서 44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 갈무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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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불일치는 현재에 투영해서 보면 되고, 상당히 강한 논조도 이 책의 매력이긴하나,

책이 파본...

속도감이 붙을 때 쯤 페이지가 통으로 날아가고 앞 페이지가 반복되고...

흐름이 끊기니 흥미가 뚝 떨어진다.

일단 모르는 이야기가 아닌지라 후반부를 대충 훑고 드랍한다.

- 역사의 결정적인 힘은 당면한 삶의 생산과 재생산이다. - 엥겔스

- 가족은 본질적으로 여성부불노동의 제도화이자, 무임금으로 인한 남성에 대한 종속의 제도화이며, 결과적으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규율해온 불평등한 권력분배의 제도화이다. - 69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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