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ㅣ 작가특보
곽재식 지음 / 북스피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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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 은행나무, 마음산책 출판사의 새로운 콜라보 <작가특보> 시리즈다.

곽재식 작가는 아직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는데, 곽재식속도라는 집필량?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어서 곧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이렇게 가벼운 에세이로 시작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이것은 무엇으로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에 모두 해당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

지칠 땐 쉬고, 타인에게 휩쓸리지 말고, 정체 된다 해도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

‘멋진 글을 쓰는 것 만으로 한순간에 성공 할 수 있는 건 조선시대 중기 까지나 가능했던 일‘(136)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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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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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에서는 여학생들이 운동장에서의 구기종목으로 피구 밖에 할 수 없는 이상하고 끔찍스런 상황이 묘사되었다면, 피구왕 서영은 그런 상황에서 피구를 본격적으로 또래 안으로 파고드는 권력으로 이용하는 모습, 그 과정에서 스스로 즐길줄 알게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 두차이는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말할 수 있는 문제라기 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분류가 될 수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영의 적극성 이야기 초반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서영이 즐기게 된 피구도 시작은 또래에 편입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고, 그 안에서 서열과 빈부차 등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학교라는 집단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 그 안의 무사 생존에 집중해야 하는 곳인지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가장 안정적인 집단이어야 하지만,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구성원들은 얼마나 피로했었는지.

잦은 이사로 전학생이라는 역할에 익숙해진 서영과, 여유의 냄새로 모두를 굴복시키는 일에 도취된 현지, 울타리 너머를 자꾸 바라보는(그리고 바라보게 하는) 윤정.
전형의 캐릭터 셋으로 이루어진 구조지만 학교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다른 단편 중엔 물건너기 프로젝트와,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흥미로웠다.

- 집에서는 착하면 상을 받고 나쁘면 벌을 받는다는 단순하고 모호한 말로 인성교육을 끝내버리고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지만, 막상 교실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집에서 배운 것은 다 잊고 다시 배워야한다. - 86

- 피구만 생각하면 분명 재미있었다. 피구는 죄가 없다. 즐거운 피구를 피구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 문제다. -118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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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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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마음에 쏙 드는 기획이고, 좋은 작가를 많이 만나기도한다.
왠만하면 일단 사서 읽는다 주의이기도 하지만, 민음사의 유튜브를 보고 덕질의 세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게 된 터라 어서 이 책을 읽음으로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민음사 유튜브 번창하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항구가 있는 지방 도시에서 성장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여자 학생들만 모여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는 느낌.

힐러리가 우상이 될 수도, 일부러 남자 같이 행동하는 또래가 우상이 될 수도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학교, 학창 시절이지 않나 싶다. 제한된 장소에 몰아 넣어져 있는 환경에서 나름의 환타지를 구축하는 것이 그 시기를 견디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다.

지나간 어떤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릴 독서가 될까 기대도 했지만, 경험의 차이일까.
여중, 여고에 특화된 경험일까, 지역의 차이일까. 조금은 생경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시절의 조급하지만 막막한 감성은 충분히 와닿는다.

- 나는 그 일을, 그러니까 남들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조건으로, 즉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처럼, 유럽의 어느 도시나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쪽 끝에 붙은 항구도시 목포에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그 일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고, 그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일은 너무 일찍부터 내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 11

- 이후로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할 때 그 부분을 건너뛰곤 했다. 그 때의 나도 나인데 빼버리고 싶었다. 앞뒤와 연결되지 않는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그 부분까지 포함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 53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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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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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즐겨읽는데 어느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가 하는 지점은 작가와 작품에 따라 꽤 다른 것 같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즐거워 지는 것은 인물과 사건의 전개가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줄 때, 내면에 대한 공감할 만한 통찰이 있을 때, 마음에 콕 박히는 문장이 존재할 때 등등 이다.

샤론 볼턴 너무 마음에 드는 작가다. 책읽는 취향을 믿을 만한 분이 추천한 책이고, 초반 묘사부터 엄청나게 마음에 들어버렸다.
서스펜스가 익히 알고 있는 감각의 공포가 아닌 촉감(충분히 상상하게 만드는)으로 펼쳐진다.
게다가 시작과 동시에 동물이 죽고(으악.... 진짜 싫은 지점) 그 덕분에 증오의 레벨을 상당히 올려놓고 시작되서 이 범인은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만 한다는 당위를 준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고 큰 상처를 가진 클래러가 어떻게 동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 탐정 노릇을 하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가 흘러가려면 그래야만 하기도 하지만, 동물에 대한 애정과 연민,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렇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은 공감능력이 주인공을 움직이는 것이다.
공감력은 지능이라는 말에도 딱 들어맞는 좋은 캐릭터다.

- 나는 홀 안을 둘러보았고 흔들림없이 주목하는 사람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그리고 흉측하게 번뜩이는 눈동자들을 확인했다.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주저 않고 학대하려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얼마나 자주 합법적이 이유를 들어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고 벌이는 것일까? - 58

- 나는 그녀를 보았다. 지금껏 나를 예쁘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농담이겠지? 하지만 바이얼릿은 웃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웃지 않았다.
˝속에 든 게 중요해, 아가씨.˝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문이 저절로 닫히게 내버려 둔 채 집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 서서는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저도 늘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죠.˝ - 211

-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냥 흉터일 뿐이에요. 그게 제 인생을 망치지는 않아요.˝ - 498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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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밤 되세요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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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지인의 책이라고 하여 아는사람, 아는 여자 돕기의 일환으로 펀딩에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척 재밌다.

달콤한 밤과는 무척 먼 거리에 위치한 이야기로,
남조선사회주의노동자당 출신의 모텔 캐셔를 중심으로 이 사회의 꼴 보기 싫은 지점들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이야기.

분홍 일색의 표지 탓에 말랑하고 달콤할 거라 지레짐작한 점이 미안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분홍이 아닌지. 오해할만 하지 않은지..)

특히 ‘너의 달란트를 사장에게 알리지 말라‘는 챕터는 예비 직장인, 아니 사회생활하는 모두에게 필독시키고 싶다.

- 여자 패는 새끼들은 지옥불에 플라스틱이랑 같이 불태워버려야해요. 아니, 내세까지 갈것도 없어, 넌 이 새끼야, 죽을 때까지 미세플라스틱 먹고 죽은 생선만 먹어, 이 발암물질 같은 새끼야. - 72

- 타자의 죽음을 해석하는 일정한 회로가 있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어요. 죽음의 영역이지만 죽음에 대한 주석만 달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은 샴 쌍둥이처럼 등을 붙인 한몸이라서 그렇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타자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곰삭여서, 무심하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삶의 태세를 놓치지 않아요. n분의 일의 죽음을 인정하고 n분의 일의 삶을 또 살아가는 것이지요. 무심하게, 이 갈리게. - 112

-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어. 네 무덤 위에 꽃을 뿌리며 네 몫의 삶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건 남아 있는 자들의 자기위안일 뿐이야. 네가 살지 않는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란다.(...) 아직 애도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잠시 너의 상실에만 집중하렴.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는 거야. 그리고 다시 살아. 우리 모두 그래도 돼. - 166

- 하다하다 저엉 안되면, 그냥 대충 살아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 - 206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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