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의 쓸쓸한 정서.밤이라서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지쓸쓸하니 밤이었던 것인지... 모호해지는 그런 감각.- J에게벚꽃이 지는 거리를 차로 달리며꽃 봐 저기 저기햇빛에 모가지가 떨어지는 죽음을 뿌리치며꽃 좀 봐나는 안타까워서 여러 번 소리쳤다죽었는지 살았는지아팠는지 마음이 부서졌는지그렇게 아파서 스러지고야 마는지뒷좌석에서 힘없이 눈을 감고 기울어져 있던 네가잠시 고개를 들어 꽃을 보아 줄 때얼마나 안심했는지얼마나 두려웠는지내 모가지를 꺾어 너에게 달아 주고 싶던봄 - 시인의 말- 걷는다는 것은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다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을 두 다리로 천천히되밟는 것이다 - 순찰 기록 중- 물에 가라앉는 것이 필요해손에 쥘 수 있는 마음 같은 것쇠로 만든 막대 같은 것두드리면 울리고 손에서 놓으면 가라앉는 것내려다보면 일렁이는 바다바닥을 바라고 가라앉기 위해파도를 버리고 내려가는 위안 - 쇠막대의 규격 중- 손님이 모두 떠나고먼 자리부터 불이 꺼지고하나 남은 배려마저 캄캄해질 때까지기다리다가일어난다 비가 오는아무것도 없는 돌무더기 위에 서서바닥돌 하나를 골라반듯하게 놓아 본다 쇠락한 공항을 세우기엔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 - 기초공사 중- 모든 불행은 나의 가족이다커다랗고 못생긴 마음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기울어서 바닥에 모두 쏟아져 버린다 해도주워 담을 사람이 없어 이리저리 쓸려 다녀도 - night shift - 야간 근무 중- 이 밤의 주요 고민이다살아가는 것이고통을 받으며 나아가기엔 지나치게 길고부질없는 마음을 바둥대기에는 너무 짧다 - night bus 심야 버스 중- 희망이고 전망이고 개나 주라지난 절망을 겨우 비껴 난허망에 자리 잡았어단순하고 자족적인 삶을 꿈꾸며복잡하고 소모적인 세상에서죽음을 집어삼키는 게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우린 다 알고 사랑하는 거야 - 나, 맥도날드 맨 중- 고장 나기 직전까지 나를 붙들고놓아주지 않던 사람과고장 나기 직전인 나를 붙들고놓지 않아 준 사람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에는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았다 - 업무 외 일지 중- 이 시는 인천의 민족, 민주, 노동 열사를 추모하는 <인천 투데이> 신문기사의 발췌, 편집만으로 작성되었다.추모제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시 낭독을 잘 들었다는 한 노동자 시인이 술잔을 놓고 내게 말했다. "아람전기는요?" 그는 젊은 시절 아람 전기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그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아람전기는요?" 나는 시를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 우리들의 리스트 중 각주- 밤이 되면 사위가 잠잠해지고우린 바로 옆도 지켜 주지 못할 만큼 외로워져요내려다보면 멀리 무관하게 빛나는 불빛들사람이 작아지고 희망도 절망도 작게 보여요다 사라지고 나면 내가 보여요 - 드리운 이야기 - 한국 옵티칼하이테크 470일 고공농성에 부쳐 중- 해적왕이 될 거야누군가에게 물들었다고 생각하는 너를 뒤로한 채나는 대장장이였지대장이 되고 싶진 않았지두드리고 두드려서 치밀해지는 쇠를치밀하다 못해 집요해지고집요하다 못해 지나치게 되는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꺼지고더 차가울수록 단단해지는 쇠를 만지고 싶었지빛이 날 때까지 물을 뿌리고숫돌에 문지르면서너와 나는 격이 없어 -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야기 중- 그리서 자주 잊어요멀리서도 듣지 못하는 다정한 말이갚을 수 없는 불행이저녁 모퉁이마다 마주쳐당신의 얼굴에 묻은 불행을 보고내 얼굴을 문지릅니다몇 번씩 확인을 하고도 믿기지 않는 죄목을어찌 세세히 기억하겠습니까죽거나 죽겠거나 죽을 거거나무슨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 휴양지 중- 문장과 문장 사이의 대단한 반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 그걸 마주했을 때 인간은 마음이 흔들린다.시란 그런 것이 아닐까. - 럼주 상자 중2026. may.#밤의공항 #이원석#타이피스트시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