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 콥 자매 시리즈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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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 프롤로그 격의 주인공 콘스턴스의 각성이었다면, 이번 편은 콘스턴스가 제도권에 진입 후 좌절을 겪고 결국은 인정받는 순간들의 이야기다.
동료와 신뢰가 쌓이고 주변에 조력자들도 하나 둘 생겨나는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주니, 후속편 역시 기대된다.

콘스턴스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무척이나 제한적이던(선거권도 없음) 시절, 어쩌면 미래에서 실수로 그 시절에 뚝 떨어진 듯한 진취적인 캐릭터다. 비슷한 경찰계통 직업인으로 최초의 여자 경찰서 근무자가 등장하는데, 경찰서 내의 어머니 역할에 무급 봉사를 한다는 점이 콘스턴스와의 다른점이자, 그 시대 여성 역할의 리얼한 단면이어서 인상적이다.
또 두 여동생과 오빠 부부와의 형제 관계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두려하는 점, 사건 해결을 위해 머문 호텔에서 만난 여성 직업인들의 모습은 긍정 그 자체의 모습.
여성들 끼리 서로의 일에 긍정적 평가와 지지를 보내는 모습은 콘스턴스와 플러렛의 관계에서 무척 명징하게 표현되고 있어 매우 흡족하다. :)

시리느 계속 기대!

- 서장이 왜 그렇게 못마땅해했는지 알아요? 본인 입으로 내게 직접 말하길, 여자들이 제복을 입고 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채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크기만 좀 작을 뿐이지 남자들과 똑같아질 거라더군요. - 12

- 나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다. 열 살 무렵의 어느 날, 신문에 실린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제목의 목록을 베껴 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각 항목을 단정한 글씨체로 주의깊게 옮겨 적은 다음, 곰곰 생각하며 대부분의 항목에 가위표를 쳤다. 그렇게 음악계 종사자가 지워졌고, 사진 채색가와 목판화가가 제외됐다. 가사 도우미 항목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철저히 지워졌다. 재봉사 역시 똑같은 운명을 맞이했고, 정원사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내 작고 단호한 손에 실린 힘에 종이는 거의 너덜너덜해졌다. 법조계 종사자만이 여자 공무원, 신문기자, 간호사와 함께 남았다. 각 항목 옆에 희미한 체크 표시가 쳐졌다. 나는 그 목록을 수선이 필요한 흰 장갑 속에 숨기고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다. 거기 적힌 것들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었다. - 22

- 요컨대, 플러렛은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았다. 문득 우리 어머니가 생각났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삶에 손을 뻗는 나를 보는 기분이 이러했을까 싶었다. 내가 통신강좌에 등록하면 어머니는 관련서류를 태워버렸다. 그 땐 그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어머니의 대담무쌍함에 조금 웃을 수 있게 됐다. 어머니는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바깥 세상을 갈망할 때 나를 자기 세상안에 붙잡아두려 했을 뿐이었다. 그기로 이제 플러렛이 내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 229

- 나는 플러렛에게 왜 그러면 안 되는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내가 그저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며 아이를 막을만한 적당한 핑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세상에 나가 혼자 힘으로 유용한 일을 찾아냈다. 내가 무슨 이유로 불평해야 한단 말인가? ˝그거 잘됐네.˝ 내가 말했다. ˝핸슨 선생님이 네 재능을 알아보셨구나. 그럴 줄 알았어.˝ - 315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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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정말 계속 빨리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

hellas 2020-01-14 14:09   좋아요 0 | URL
출간 텀이 너무 길죠? 이제야 뭔가 좀 일어날 일이 생긴 판이 깔린 느낌이라 다음편이 시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