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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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이 이 글의 주인공들과 겹쳐 보였다.
가망없는 연서를 쓰듯 물품신청서를 쓰는 상수가, 창고 옆 구석쟁이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경애가 이해되는 면이 분명 있다.
적극적인 타협도 적극적인 저항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마음을 다해 썼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채우는 무형의 무엇인가를 찾고 또 찾는 이야기.

- 미싱을 팔자고 미실에 대해서만 설명한다면 하나마나한 영업이었다.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으니까. 여지는 삶에 있어 숨구멍 같은 것이었다. 상수는 그런 것이 없는 삶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 9

- 그렇게 말이 안되는 조어로 일영이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경애는 자신에게 닥친 크고 작은 불행들이 우스꽝스럽게 부스러지는 기분이었고 거기서 힘을 얻었다. - 23

- 경애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과 그건 절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방어 속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도망가고 싶지않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했을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 26

-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 35

- 상수는 이따금 죽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을 맥락없이 떠올리는데 그 중 하나가 엄마, 엄마는 뭐가 어려워?하고 물으면 어머니가 설핏 웃으면서 오늘이 어려워,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 167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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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5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비로소 김금희가 좋아지더라고요. 꾹꾹 눌러쓴 마음이 보였어요.

hellas 2019-06-25 22:26   좋아요 0 | URL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곧 또 읽으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