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4
안나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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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의 그림이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볼이 붉은 소녀가 웃고 있다. 그녀의 두 눈은 사랑스러운 꽃으로 가려져있고, 한 쪽이 살짝 접혀져 마치 윙크를 하는 듯한 표정이다. 살짝 웃는 입매와 부드러운 입술, 작고 귀여운 코와 차르르르한 머리결이 소녀의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이 소설의 작가 안나는 미국교포이다. 흔히 1.5세대라고 불리는 그녀의 세대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서 집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혼란스러운 문화를 지녔다. 한국적인 사고방식의 부모와 미국적 사고의 친구들 사이에서 살짝 가치관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미국 내 한인 사회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사고 방식에 조금 놀라게된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그들은 요즘 한국의 아이들이 오로지 공부만 하고, 혹시나 남는 시간엔 쉬는 것과 달리 부모의 일을 돕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가족간의 위계를 중시한다. 같은 동포 사회 내의 소문에 대한 예민함과 어른 말씀에 대한 복종도 의외의 모습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가정의 둘째딸인 조이스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언니 헬렌의 뒤에 가려져 못생기고 부족한 딸이라는 열등감에 빠져있다. 같은 학교의 존 포드 강을 좋아하지만, 그는 조이스를 다른 아이와 혼동하기까지 한다. 그런 조이스에게 가족 중 가장 어른인 고모가 쌍꺼풀 수술을 제안한다. 언니보다는못하겠지만, 훨씬 예뻐질 것이라면서......

 사실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쌍꺼풀 수술은 성형수술 축에도 못든다. 성형으로 가기 위한 시발점 같은 것으로 겨우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할 지경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미국의 교포사회에서는 그것은 큰 사건인 모양이다. 조이스는 단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눈 위에 작은 주름 두 개를 더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미 쌍커풀 수술을 했다는 리사를 만나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게다가 의사조차도 그녀에게 임시로 한번 라인을 만들어볼 것을 권할 정도로 그들에겐 큰 사건 취급을 한다. 우리나라라면 병원에 처음 간 날 바로 수술을 했을 텐데 말이다.

  조이스의 가족들은 다들 고민이 있다. 자신의 고민에 빠진 채, 언니를 질투하기만 했던 조이스는 언니의 고민과 괴로움을 알고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그따위 외모에 정신파느라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샘과 지나를 실망시킨 자신을 돌아보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무조건 두려워했던 고모의 아픔, 말썽쟁이 앤디에 대한 사랑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까워진 존은 자신에게 쌍꺼풀이 없는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조이스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번 방학이 되면 또 많은 아이들의 눈이 달라질 것이다. 이 소설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어떤 사람에게 쌍꺼풀은 삶을 바꾸어줄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또 어떤 아이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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