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일까, 동화일까를 잠시 궁금해했다. 소설이라기엔 너무 천진하고, 세상이 아름다우며  동화라 하기엔 좀 깊은 상처가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읽고나서 찾아보니 어린이책의 어른 버전이란다. 역시 김려령 작가답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은 단 한 번의 수상으로 작가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동화작가 오명랑씨다. 가족들은 그녀가 작가가 되었다고 다들 기뻐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존재가 가물가물해지니 이젠 뭐라도 좀 하라고까지 한다. 그녀는 단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을 해 낸다. 누구는 논술 학원으로 누구는 글쓰기 하는 데쯤으로 알지만, 그녀의 생각은 확실하다. '잘 들어야 말도 잘 하게 된다는 것' 말이다. 그리하여 모인 아이들은 겨우 세 명이다. 영어 학원 대신 듣기 교실에 온 종원이와 종원이의 꼬마 동생 소원이, 그리고 나중에 동화 작가가 되겠다는 나경이. 오작가는 이 아이들에게 '건널목 아저씨'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다른 모든 이야기에 앞서서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비밀스럽게 간직했던 그 소중한 아저씨를 드디어 세상 밖으로 꺼내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의 아픔을 건드리고 터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견뎌야하는 그 과정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치료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어쩌면 오작가가 그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와 그것을 치유해 준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다른 이야기들로 에둘러 돌아가려니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작가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속에 누구나 한 가지씩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작가라는 사람들은 그것을 풀어내지 않고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슴 속의 맺힌 이야기가 다른 모든 것들의 소통을 막고 있어서 그것부터 풀어내어야 하는 소명을 가진 사람들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글을 쓰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그들은 그 길을 기꺼이 가지 않는가. 오죽하면 천형(天刑)이라고 할까?

  이제 오작가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은 눈물을 쏟고, 상처가 시릴 지라도 그 상처 위에 새 살이 돋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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