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라디오를 들으니 수학능력 시험이 76일 정도 남았다고 한다.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만 해도 대입 시험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지라 같은 학교에 배정된 아이들과 함께 예비소집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기분이 참 묘했다. 과연 내일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내일이면 이제 그 지겨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에 마음이 뒤숭숭했다. 

  오래 전 어떤 친구에게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 지겨운 공부를 더 하고 싶냐면서 자신은 어른인 것이 너무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은 기억이 있다. 누구나 공부는 그렇게 지겨워한다. 어른이 되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공부를 하지 않은 일이라고들 한다지만, 그래서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공부란 때가 있다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그 자신이 처한 나이가 공부를 한참 할 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기에 아이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윤오순씨는 다들 공부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보기 좋게 깨뜨린 사람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증권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자신의 남은 삶을 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공부했다. 철학이란 어른들 말씀으로는 게으른 실업자를 낳기에 딱 알맞은 학문이라고들 하시지만, 윤오순님은 “열심히 생각해서 분명하게 하는 것”(본문63쪽)이라고 한다. 그는 그 때 생각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삶을 분명하게 결정하고 추진하는 법을 배운 게 틀림없다. 그 후 그는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의 생활은 고달프고 외로운 생활이었다고 한다. 중국어는 너무 어렵고, 베이징의 날씨는 춥고, 기숙사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낡고 더러워서 늘 힘들었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중국의 숨겨진 아름다움들을 감상하면서, 그리고 맛난 시장의 음식들을 탐하면서 중국 생활을 즐겼다, 우연히 여행 중에 소수 민족들의 공연을 보고 힌트를 얻어 공연 기획이라는 일을 시작하고, 이번에는 관광비자를 들고 일본에 가서 대학원에 입학한다. 일본어를 새로 공부하면서 대학원 수업을 병행하고,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가끔은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늘 누군가 좋은 선생님 혹은 이웃, 친구들이 생겨서 견딜 힘을 주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특히 인간 관계에서 공짜란 있을 수 없다. 그의 곁에 늘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의 공부가 끝나고 이번엔 영국에서 지리학을 공부한다.

 언제나 학생의 신분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부를 할 힘을 가진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내 나라 말과 글로도 하기 어려운 것이 공부인데 그는 새로운 말과 글로 공부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장학금을 신청하고, 기숙사에서 살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는 언제나 공부를 할 용기와 기운을 갖추고 있다. 공부가 주는 기쁨과 희열이 그 어려움보다 더 크기 때문 일 것이다.

  공부란 평생 하는 것이다. 공부의 동기가 없는 아이들, 혹은 공부의 목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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