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홀로서기 - 나는 정말 한국 사람일까?
조월호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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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미국으로 여행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언젠가는 가겠지."라는 대답을 했다. 그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매우 친숙하게 생각한다. 미국에 사는 친지도 있고, 미국산 물건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미국 드라마를 보고 미국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 중 몇 명이나 죽기 전에 미국에 가볼까? 정말 미국엘 언젠가는 가 볼까? 아니 미국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각종 책에서 만난 다양한 나라들을 정말 가 보기는 할까? 프랑스, 일본 더 나아가 마다가스카르와 벨로루시, 혹은 쿠바나 이스터섬을 언젠가는 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은 얼마전 읽은 <낯선 땅에서 홀로서기>도 한 몫을 했다. 이글을 쓴 조월호라는 분은 여성이다. 그는 젊은 시절 깊은 병을 앓았고, 또한 희귀한 혈액형을 갖고 있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그녀는 영어를 좀 했던지 통역을 도와주다가 한 미군과 결혼을 하고, 그를 따라 미국에 갔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서 좀 한다고 생각했던 영어는 현지에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 여기에서부터 조월호라는 여성 특유의 근성이 나온다. 그녀는 이왕지사 미국에서 살기로 결심했으니 영어만큼은 능통하리라 다짐하고 매달린다. 매일매일 공부를 하고, 라디오를 듣고 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연습하면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따뜻하고 자상하던 그는 의처증과 폭력으로 마음의 병이 깊은 사람이었다. 입양한 딸 진주와 함께 달랑 몸만 가지고 그와 헤어진 그녀는 먹고 살기 위해서 낯선 일을 시작한다. 바로 바느질이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전혀 조신한 타입의 여성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 매달리면 끝을 보는 성격이 이번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작은 바느질 가게를 열고, 옷을 수선하고,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큰 통으로 카레를 만들어 교회 사람들을 다 초대한다. 거실을 자기방 삼아 살면서 돈을 모아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 그 마당에서 소녀들의 날을 정하고 즐긴다. 그녀의 딸 진주는 그런 그녀의 삶의 이유이고 생명이다. 멀리에서 공부하는 딸을 찾아가 음식을 한가득해서 딸의 친구들을 먹이고, 아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서 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준다.

  얼마전 잠시 미국 생활을 한 지인과의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이 사시던 곳은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인데, 한국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살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아예 새로 살러 온 한국사람을 노리는 전문 사기단까지 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외국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되고, 한국 사람만 만나도 왈칵 반가운 마음이 든다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싶어서 참 씁쓸했다. 이 책의 저자 조월호씨가 그 곳에 있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목소리 크고 남 참견 잘하는 한국 아줌마, 딸이 보고 싶어서 아무데서나 눈물을 한바가지 쏟지만, 예의없는 아이를 큰 소리로 야단치고, 어이없이 잘난 척하는 미국 아줌마에게 다시는 내 가게에 나타나지 말라고 쏘아 붙일 수 있는 용기있는 이 아줌마가 가서 혼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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