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을 때는 거창한 이념, 볼거리들이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며 나는 작은 것들에 매혹된다.

파편같은 작은 것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주적 황홀감을 맛본다.

발밑의 삶과 한 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자만이 우주의 신비를 맛볼 수 있다. "

에필로그 397-398

 

  사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어린 시절엔 생일이라면 뭐 대단한 날이라고 이래저래 축하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생일이라는 것도 그저 어제와 똑같은 날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는 게 뭐 다 똑같아서, 특별히 기쁠 것도 슬플 일도 없고 그저 어제처럼 오늘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얼핏 하게 되면 느닷없이 우울해지곤 했다.

  며칠 째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 이런 우울한 생각들이 이 책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 질 것이다> 속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여행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의 작가가 그의 첫 여행지였던 타이완을 또다시 여행하면서 쓴 일기를 읽으면서 그의 한없는 우울과 허망함에 공감했다. 그는 타이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더위를 먹을 지경이었으나 나는 여기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사실 그의 더위만큼은 공감할 수 없기는 했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던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나서 우울함과 허전함과 슬픔을 견디다 못해서 그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타이완으로 향한다. 그의 삶의 전환점이었던 그 곳에 가서 친절한 사람들과 맛난 음식으로 위로받고 싶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실제로 그는 22년 전 처음 타이완 여행을 했을 때 찾았던 숙소를 찾고 그 때의 음식들을 그리워한다. 그 때 만났던 아름다운 여인을 기억하고, 예전에 마음을 뉘고 쉬었던 곳들을 찾아서 마음을 달래고 쉰다. 야시장 가득한 맛난 음식들은 그에게 원기를 주고, 객잔의 친절한 주인은 한 잔의 향긋한 차로 그의 마음을 위로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산길과 그전 그대로 잔잔한 파도와 따가운 햇빛은 세상에 대한 허망함으로 다친 그의 마음을 보듬는다.

 

  "타이완에 가 보세요. 삶에 지친 당신, 푹 쉴 수 있을 거예요.

친구네 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노천 온천물에 목욕하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것처럼

천천히 게으름 피우다 오세요. 그리고 작은 보물들을 가슴 한가득 안고 오세요."

본문 15쪽

 

  그에게 타이완은 그런 곳이다. 맛난 음식과 향그러운 커피와 따끈한 온천물이 있는 곳,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있고, 푹 쉴 수 있는 곳이다.

  세상 어디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었다. 내가 평생 찾던 곳이 그런 곳인데,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을 쉬는 그런 삶이 아니라, 한 번 쯤은 유유자적하게 걸으면서 저녁놀을 바라보고, 깊은 향의 차를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있어 보고 싶다. 바람이 시원한 객잔의 3층 평상에 앉아 고양이에게 웃음 한 번 주고, 창 밖으로 지나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그렇게 한가하고 싶다. 거기가 주펀의 금석객잔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