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며칠간의 시간들은 마치 내가 로스앤젤러스의 한 법정에서 '할러' 변호사의 재판을 방청하거나 '할러'의 근사한 야경을 함께 보거나, 혹은 '할러'의 링컨을 함께 타고 다닌 듯한 기분이었다. 자그만치 468쪽이나 되는 이 소설은 마치 화면으로 보듯이 생생한 묘사로 잠시라도 눈을 떼면 궁금해지게 했고, 혹시나 복잡한 진행을 놓치지나 않았나 다시 읽기 시작할 때마다 앞장을 들춰보게 만들었다.

 사실 소설의 줄거리는 그다지 복잡할 것이 없었다. '할러'는 자신의 의뢰인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재판의 절차와 관습을 잘 알았고, 어떤 방법으로 그 재판을 이길 수 있는지도 정확하게 알았다. 그런 그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은 '할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돈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죄가 있을 수도 있었고 아닐 가능성도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법의 그물에서 빼내 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할러'에게 그날 아침 대박 사건이 들어왔다. 보석 전문가 페르난도가 중개한 그 의뢰인 '루이스 룰레'는 누가 봐도 '무죄'로 보였다. 연약하고 겁에 질린 그는 전날밤 매춘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들어왔지만, 자신은 무엇인가에 얻어맞고 쓰러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며 누군가가 누명을 씌운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그의 무죄를 확신하고 가볍게 그러나 수임료는 무겁게 재판을 준비하던 '할러'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루이스 룰레'의 정체에 의심을 품은 '할러'는 조사관이자 친구인 '라울'에게 은밀한 조사를 지시하지만, '라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존 그리샴에 빠져서 그의 소설들을 엄청나게 읽어대던 시절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긴 분량과 개성있고 흥미로운 인물들이 엮어가는 복잡한 사건들이 단 한 순간도 딴 생각을 허락하지 않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듯 마음을 졸였다. 이 더운 여름 한동안 열대야를 잊게할 충분한 능력을 보여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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