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사는 법
박완서.한말숙.김양식 외 지음, 숙란문인회 엮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의 인간 관계에서 뿐 아니라 지나간 날의 추억 중에서도 사랑 받은 기억처럼 오래 가고 우리를 살맛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없습니다.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본문 42쪽 박완서, 행복하게 사는 법

 최근 들어서 '참 이러고도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조금 우울하던 참이었다. 하루도 마음 편히 쉴 날이 없이 바쁜 직장 생활에도 불구하고 늘 힘이 나게 하던 소소한 행복들이 그 빛을 잠시 잃어가는 듯 했던 것이다. 내가 쏟은 정성과 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도 사람이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어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늘 마음을 다치고 상처를 받으면서 살아야하는 지 스스로 회의를 느끼고 우울하던 중에 이 책 <행복하게 사는 법>을 만났다.

 오랜 세월 문단에서 활동하신 어른들이라면 게다가 나처럼 그분들도 일과 가정을 함께 일군 여성들이니 무언가 더 잘 사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 틀림럾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제목 역시 <행복하게 사는 법>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 지금 잠시의 슬럼프일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의 답을 이 책은 줄 수 잇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앞뒤의 표지와 날개 등을 꼼꼼하게 읽는다.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고 이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도 짤막하게 있으니 미리 짐작도 하고, 또 이 책을 만든 회사는 다른 어떤 책들을 만들고 있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책 역시 그렇게 날개와 표지를 읽다가 알게된 새로운 것이 있다. 처음엔 늘 존경하는 작가인 박와서님의 이름에만 눈이 갔었는데, 이 책을 엮은 '숙란문인회'가 어떤 모임인지 알게 된 것이다. 바로 문인들 중 '숙명여고' 동문들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전통이 있는 아주 오래된 여고를 다녔다. 그 때의 한 선생님께서 하신 퇴임사가 생각난다. "긴 시간 이 학교에 근무했지만, 나는 이 학교의 동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단 3년의 시간을 이 교정에서 보내도 영원한 이 학교의 일원입니다. 자랑스런 선배가 되어 주십시오." 이 말이 어찌나 가슴을 울리던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여고 시절의 동문이란 바로 이렇다. 이 '숙란문인회'가 어떤 모임일 지 짐작이 간다.

 22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개성대로 세상 사는 얘기, 가족 이야기, 고향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을 들으면서 한 동안 들끓던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은 사물에서 사색의 깊이를 넓히고, 떠나 보낸 선생님을 그리워한다. 많은 것을 욕심 내지 않고 작은 풀에 기뻐하면서 자분자분하는 그 이야기들은 너덜거리고 지친 내 마음을 조금씩 위로해 주는 것을 알았다.

 그래, 인생은 과정일 뿐이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저 말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