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유럽 여행이란 큰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생애 한 번의 호사였다. 영화에서나 보던 파리니 런던이니 하는 도시들은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하는 상상의 공간이었고, 우리는 책을 통해서 낭만적인 꿈을 꾸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대학생들도 삶의 경험을 넓히고자 배낭을 둘러매고 떠난다. 어린아이들조차 부모의 손에 이끌려 루브르를 테이트 모던을 방문한다. 세련되고 전문화된 숙박시설과 널리 알려진 여행 코스와 먹거리들에 대한 정보가 풍부한 요즘 세상에는 클릭 몇 번으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잠잘 곳을 마련할 수 있다. 가기 전에 이미 어디서 자고 어디를 둘러보고 무엇을 먹을 건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유럽 낭만 탐닉>에서 세노씨는 그렇지 못했다. 그가 유럽 여행을한 것은 1971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누구나 한 번쯤 상상만 하던 그 곳을 직접 경험한 그는 유럽의 유명한 건물과 멋진 음식과 전통 그리고 공연들과 그림을 보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책이 특이한 것은 그가 보고 온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미술가답게 여행지의 곳곳을 스케치 하고, 만나는 사람들의 복색을 비교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룬 테마는 창문과 기차, 승무원, 호텔들이다. 거기에 약간의 성의 모습이 곁들여있다. 익히 사진으로 보았던 몽셸미셀의 모습은 그림으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그림은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우선 그는 유럽 사람들의 풍토와 일본 사람들을 비교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일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세노씨의 눈에는 유럽 사람들의 매너와 비교할 때 많이 차이가 보였던 모양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침해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으로 타인을 침해하지 않고 배려한다.(본문 25쪽)"라는 한 문장은 그의 이런 시각을 잘 드러낸다.

 세노씨는 유럽의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창문을 유심히 보고 그린다. 그가 그려놓은 창문들을 보면서 나의 생각과는 약간 다른 점을 발견했다. 더운 지방에서 창문을 크게 만들어서 환기를 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더운 지역에서는 열을 차단하기 위하여 창문을 작게 만들고 중유럽의 창문이 크다. 또 북으로 갈수록 다시 창문이 작아져서 열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아기자기하다.

 그는 국제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을 신가하게 생각한다. 각 나라별로 차장들의 제복을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왕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구별한다든지, 그 나라의 국민성이 복색에 드러나는 것들을 표현한다. 또한 열차 내부의 모습을 자세히 그림으로 그려서 당시 유럽의 풍취를 전한다. 자기가 묵은 호텔방을 자세히 그리면서 기후와 나라별로 그리고 가격대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그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건물을 소개한다. 특이한 점은 모든 호텔의 방에 세면대가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욕실이 방마다 있어서 그런지 방에 있는 세면대를 보기는 어려운데 당시는 그랬던 모양이다.

 세밀하고 예쁜 그림과 세노씨의 재치넘치는 문구들이 이 책을 보는(읽는다기 보다는) 재미를 많이 주었다. 감각있고 감촉이 좋은 표지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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