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개 우기 - 기적을 선물한
래리 레빈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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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조금 서운하고 조금 행복한 기분이 교차했다.
 지난 겨울 동안 집에 데리고 있었던 두 강아지를 시골의 넓은 마당에 풀어놓으려 데려간 탓이다. 처음 도착해서는 두려움에 떨면서 차에서 내리지 못하던 강아지들은 마당에 내리자 갑자기 두 귀를 바람에 날리며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신나게 뛰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휙 돌리고 내곁으로 오던 강아지들, 아들과 함께 내손으로 받은 새끼들이라서인지 더욱 정이 간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 유유히 걷는 모습은 산책나온 영주처럼 보였다면 내 착각일까?

 
바람부는 날은 산책을 하자


        
 이 책 <기적을 선물한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긴 개 우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함께 해  온 강아지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마당 넓은 집에 큰 개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 처음 강아지를 집에 들일 때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실내 생활만을 주로 하는 터라 날리는 강아지털과 배변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앨리스는 그런 걱정을 많이 덜어주었고, 긴 시간 집을 비우는 우리집에 잘 적응해 주었고, 오히려 아이들의 정서에 더 큰 도움을 주었다.  

 

 우기는 참 놀라운 강아지다. 태어나자마자 투견장의 미끼견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우기는 온몸이 다 찢어지고 부서지는 부상을 당했으나 천행으로 목숨을 구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치료를 받았다.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우아한 우기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레빈씨 집에 입양된 우기는 끊임없는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온몸과 얼굴을 잡아뜯는 고통 속에서도 우기는 그 어려운 수술과 치료를 모두 견뎌낸다. 우기에게는 그런 아픔과 고통을 이겨낼 힘이 있었고, 레빈씨네 가족은 그런 우기의 힘의 원천이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를 알아본 그들의 만남은 진정 운명이 아닐까 싶다. 누가보아도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우기의 험한 모습 속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으니 말이다.

 요즘엔 '애완견'이라는 말보다는 '반려견'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나의 장난감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미 열살을 휙 넘긴 우리집 앨리스를 볼때마다 '반려'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낀다. 이젠 주로 자는 시간이 더 많고, 더 이상 애교를 떨지 않아도 앨리스는 우리의 앨리스이니 말이다. 레빈씨네 우기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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