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1 - 숨어사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자주 나오던 노래가 조용필의 '창 밖의 여자'였다. "기도하는~~" 하면, 화답이라도 하듯이 "꺄악!!!!" 하던 그 소리들이 기억난다. 그 때 유행하던 이야기들 중에 '창 밖의 여자' 보자 더 불쌍한 여자는 '창틀에 끼인 여자'라는 농담이 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것은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시를 당하는 것이다. 이 책 <그림자 아이들>의 책 소개를 보는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주인공 루크(이름조차 얼마나 의미 심장한가 말이다.)는 셋째 이다. 자식을 둘만 낳도록 규정한 독재자의 결정에 셋째아이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이다. 열한 살의 나이가 되도록 다른 사람들은 만나보지 못한 루크. 루크의 친척들조차 루크의 존재를 모른다. 루크의 형들은 집안일을 돕고 학교에 다니지만, 루크는 늘 집안에만 있다. 집근처에 숲이 있을 때만해도 뒷마당에서 아버지의 일을 도울 수 있었고, 형들과 공놀이도 할 수 있었지만, 숲이 사라진 후로는 아예 집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게 되었다. 혹시 창 밖의 누군가가 그림자라도 볼까봐 이젠 식사조차도 식탁에서 함께 하지 못한다. 다락방에서 읽었던 책들만 다시 또 읽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린던 루크는 어느 날 다락방의 환기구 밖으로 밖을 내다보게 된다. 숲이 있던 그 자리에는 여러 책의 큰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인부들과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들고 큰 차들이 땅을 울렸다. 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본 적이 없는 루크는 신가했다. 집들이 다 지어지고 사람들이 입주한 후에도 루크는 늘 밖을 내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집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들 둘 혹은 하나의 아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분명히 아들이 둘인 스포츠 가족의 집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기척을 발견한 것이다. 루크는 그 누군가가 셋째 아이라고 확신했다. 밖에 나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루크의 두려움이 호기심을 꺾지는 못했다. 그래서 만난 아이 젠은 루크와 너무도 달랐다. 돈 많은 배런의 셋째 아이인 젠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었던 루크와 달리 젠은 인터넷을 통해서 또다른 셋째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적극적인 젠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루크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되고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많은 것을 버리고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한 루크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은 어떤 것일까?

  내가 속한 무리에서 조금만 나를 원하지 않는 듯 보여도 왈칵 서러운 생각이 드는 게 사람이다.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을 이루고 그 안에서 싸우고 따돌리는 것들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 보아도 인간이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동물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나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니, 부모의 가장 가까운 친지들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면 그 주인공이 갖는 장체성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나의 존재가 다른 가족들의 기쁨이 아니라,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이며 더 나아가서 내가 숨쉬는 일 자체가 나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에게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좌절하고 상심할 것이 틀림없다. 대체로 자포자기하여 자신을 스스로 망치려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루크는 바르고 건강한 사고를 한다. 이런 문제들의 원인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아서 또 다른 수많은 자신들을 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마도 루크가 자기자신에 대한 이런 믿음과 힘을 갖게 된 것은 가족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루크를 키우는 동안 어머니가 보여준 한없는 사랑이 자신의 존재가 한낱 물거품이 아니라 든든한 뿌리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루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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