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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ㅣ 걷기여행 시리즈
프랭크 쿠즈니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꼭 해보아야할 일들에 대한 미련과 희망을 사람들은 늘 가지고 있나보다. '죽기 전에 꼭......" 운운하는 각종 책들이 등장할 때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 진다.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아름다운 장면은 무엇일까? 죽기 전에 꼭 먹어보아야 할 만큼 맛있는 음식은 또 무엇이며, 죽기 전에 꼭 해보아야할 스포츠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죽기 전에 꼭 가 보아야할 곳은 어디일까?" 하는 질문이 가장 많았나 보다. 언젠가부터 다른 어떤 종류의 책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의 책이 여행서가 되었다. 정말로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작가들이 그야말로 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을 때로는 화려한 사진과 짧은 글들로, 또 때로는 단 한 장의 사진조차 없이 오로지 텍스트로만 전하고 있다.
여행에대한 로망만 있을 뿐 실천력이 전혀 없는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을 퍽 많이 읽었다. 그러니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나의 관심이 머물지 않은 곳은 없다. 유럽이고, 동남 아시아고, 미국이고, 남아메리카고 간에 말이다. 나는 소금 사막에서 맨발로 걸어도 보았으며, 뉴욕을 걸으면서 샅샅이 탐험하기도 했고(물론 쇼핑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잘 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사륜 구동으로 건너기도 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캠핑카로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 또 아이슬란드에서 대중교통이용하기라든가, 런던에서 눈치있게 살아내기도 할 줄 안다. 간접체험을 통해서도 마치 그 곳에 가본 듯 읊조릴 수 있으니 책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프라하만큼은 영원한 나의 로망이 될 것이다. 머지 않은 시기에 곧 가게될 그 곳 프라하에서의 알차고 멋진 시간을 위해서 나는 미리 다녀왔다. 결코 좁지는 않은 도시 프라하.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고 먹을 것조차 많은 그 곳을 백배 즐기기 위해서 우선 가볍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깊이 들어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우니 수박 겉핥기라도 먼저 맛을 보기로 한 것이다. 시작은 국립 박물관으로 하기로 했다. 국립 박물관의 내부 전시물은 의외로 빈약하다 하니 오늘은 박물관의 건축미만 즐기기로 하자. 신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인 박물관의 수많은 조각상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박물관을 등지고 선다. 바로 앞에 보이는 광장이 바츨라프 광장이다. 프라하에서의 역사적 사건에 꼭 등장하는 그 광장은 아름다운 꽃과 사람과 호객꾼과 소매치기와 노점상들로 가득하다. 멋진 건축물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광고판에 가려져 아쉽지만, 광장중앙을 가로질러서 프라하 시민회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 거리를 따라간다. 체코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아름다운 건물인 프라하 시민화관은 크림색의 벽과 푸른 색의 지붕이 근사하다. 구시가 광장에서 천문시계의 신기한 모습을 감상하고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관광객들의 관심거리 카를교로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틈에서 다리의 조각품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다. 공연과 그림을 감상하고 사람들을 본다. 카를교를 건너면 프라하의 작은 구역 말라 스트라나를 만난다. 말라 스트라나에서 프라하 성까지 거리를 구경하면서 전진한다. 프라하성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제 카프카를 찾아서 황금 소로를 누빈다. 22번지의 푸른집에서 카프카의 숨결을 찾아보고 비현실 세계로 가는 문인 '마지막 랜턴 빛의 집'을 상상해 본다.
광장의 바닥과 계단의 바닥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 책 <프라하 걷기 여행>을 보면서 나는 프라하를 마치 내가 사는 도시인양 가깝게 느꼈다. 결코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곳곳에 가득한 유서 깊고 아름다운 건물과 기념물들 때문에 이 곳 프라하는 걷기엔 더할 나위없는 도시라고 한다. 길의 바닥에 깔린 작은 돌들이 너무도 낭만적이다. 이런 길을 걷는 상상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하나하나 유서깊은 건물들과 장소, 조형미가 완벽한 광장의 기념물들과 우아한 벤치들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들뜨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저 프라하를 걷게하는 안내서일 뿐인데 이렇게 실감이 나다니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