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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역사 100년 ㅣ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 1
이수광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9월
평점 :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그다지 사랑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끔 보는 편이다. 요 몇년 사이에는 특히 눈에 띄는 드라마들 중에 역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인기가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 경향이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사극들이 대체로 장희빈이니 연산군이니 사도세자를 다루고 있어서 '역사'라면 조선을 떠올리게 하는데 한 몫을 한다. 조선은 우리의 그 장구한 역사 중 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역사' 전체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 이전에 우리에겐 고려도 신라도 고구려도 그리고 백제도 있었다. 그 이전에도 이 땅에는 사람이 살았고 문화를 이룩했고 지금껏 이어지는 무엇인가를 남겼을 것이다.
이 책 <굴욕의 역사100년>을 읽으면서, 무신정권 이후의 고려의 역사를 어쩌면 애써 감추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들은 모두 원나라 왕실의 핏줄이었고, 신하들은 고려를 원나라에 한 성(城)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었다. 심지어 원나라에 살고싶어서 왕위를 넘긴 왕까지 참 구구각색이었다. 그리보면 왕족이었던 왕씨가문은 어쩌면 더이상 고려왕가라 불리기도 민망한 지경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왕자 시절 원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원나라 벼슬을 하고, 심지어 그 벼슬이 호화로워서 고려의 왕위가 하찮은 지경이었으니, 고려가 그 시작은 왕건으로 창대하였으나, 그 끝이 이리도 보잘 것 없었다. 그 와중에 민중들의 삶은 부족한 위정자에게 수탈당하고 원나라 군사들에게 짓밟히면서 초토화되었다. 그 시절에도 충신은 있었을 것이고, 왕에게 목숨걸고 간언하는 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기울기 시작한 배는 기어이 침몰하고 마는 법인가 보다. 고려의 역사가 조선에 의해서 뒤집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또한, 그동안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단일 민족이니 5000년의 자랑스런 역사니 하는 표현들에 의심이 생겼다. 100년이나 되는 그 긴 시간동안 고려는 원나라의 속국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고려로 끌려가고, 수많은 몽고인들이 고려에 들어와 살았는데, 과연 단일민족이 가능했을까? 태국의 북쪽에 사는 한 고산족은 우리와 많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들은 색동저고리를 입고, 우리처럼 끈기가 있는 쌀로 밥을 지어먹는다. 그들은 아이를 업어기르고 '아빠'라는 말을 사용한다. 혹자는 그들이 고려시대에 원나라로 끌려간 우리의 조상들이 중국의 남쪽으로 이동하여 결국엔 거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고 한다.
최근들어 '단일민족'이라는 설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른 의견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러한 의심이 든다. '회회아비'와 더불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