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출근했었나?
한 주의 중반 쯤이라서 오늘은 참 피곤하게 시작한 아침이다.
가뜩이나 연 이틀 숙면을 취하지 못한 이유로 아침엔 짜증이 난 상태였다.
실은 좀 점잖은 옷차림을 해야했는데,
통이 넓은 청바지에 얇은 스웨터를 입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카디건을 입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이 카디건은 우연히 구매하게 된 나의 잦은 충동 구매의 증거물이다.
그러나, 맘에 꼭 드는 디자인에 평소에 필요하던 건데 세일까지 한다면 사야하는 게 아닐까?
소매가 넓고 적당한 길이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나 접히는 깃이 맘에 드는 디자인이다.
이 옷을 입으면 어딘지 따스한 보호를 받는 느낌이다.
그렇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옷장 가득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로 채워져 있어도 주말엔 쇼핑을 하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옷들로 가득한 백화점은 나에겐 행복의 샘터이다.
읽을 거리를 사랑하는 나는 갖가지 쇼핑 정보지도 꼼꼼하게 표시를 하면서 읽기도 한다.
어떤이는 그런 나를 보고 공부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자,
나는 어떤 심리를 갖는 사람일까?
혹시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따뜻한 사랑을 부족하게 받아서 그 상처를 지닌 사람일까?
아니면 욕구불만이나 애정 결핍으로 쇼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아닐까?

 

아침마다 별 생각없이 꺼내어 입게 되는 그날의 의상들은 실은 그 주인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한다. 청소년 시절 친한 친구와의 갈등이나,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자매에 대한 경쟁심들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몸이 아프다거나 다른 일로 신경쓸 게 많아서 옷을 대충 입었다는 것은 어쩌면 어설픈 핑계인 것일지도 모른다.

 

제목도 발칙한 이 책 <나를 벗겨줘>는 옷차림으로 알아보는 숨겨진 그 안의 자아를 찾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두명의 정신 의학 전문의가 쓴 이 책은 추가 연구까지 끌어냈다고 하니, 옷이라는 게 단순히 몸을 가리는 도구만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체 19개의 옷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그것에 대한 분석이 이 책의 내용이다.
엄마의 의사대로 옷을 입던 아기때부터 어린이 시절의 경험들과 사춘기에 처음 만나는 비밀스런 아름다움의 란제리에 얽힌 소녀의 여성성의 발견 과정들, 어른인 엄마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소녀와 옷차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반항기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10대의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새겨 읽은 만한 좋은 내용들이었다.
진정한 자아를 웨딩드레스를 바꿔입음으로써 쟁취하고 기분전환의 방법으로 작은 변신을 시도하거나 가끔은 깜짝 놀랄 옷차림으로 자신을 바꿔보는 새로움을 시도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과  부부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견해들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때로는 지금은 빈자리인 그 곳을 떠난 이의 옷으로 채우는 행동, 그리고 그 옷을 다른 사람에게 입히는 행동은 사랑의 옮겨짐이라고 한다. 죽은 할아버지의 스웨터를 가끔씩 입는 그녀는 어떤 마음일 것인가? 그리고 그 옷을 남자친구에게 입으라고 한다면?


옷은 어쩌면 옷 그자체로만 존재할 수는 없다.
그것은 누군가가 입었을 때 하나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게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옷은 그저 천 조각일 뿐이지만, 사람이 그것을 입었을 때는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 새로운 무엇인가로 탄생하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그 안에 이리도 많은 욕망과 상처와 내밀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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