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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평전 - 조선 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우선 고백하자면 난 평전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한 인물에 대해 깊게 들어가기에 평전만큼 좋은 텍스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균형감이 평전의 미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평전들이 균형감에서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중에는 원칙에 근거한 깔끔한 텍스트 또한 많으나 혼탁하리만큼 즐비한 평전들 가운데 그런 옥색을 가려내는데 드는 수고스러움을 다른 책을 읽는 것으로 대체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다산과 관련된 연구서만 열권이 넘고 다산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이다. 시간을 흘러도 변함이 없는, 우리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핵심 가치를 다산의 삶을 통해 관통하려 했고 다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평생을 바쳤던 저자는 책의 서두에 미리 이렇게 밝힌다.
다산에 대한 당대의 평가이건 먼 뒷날의 평가이건, 대체로 다산의 사람됨과 학문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는 칭찬의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잘못되었다거나 좋지 않다는 평가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평에 따른 이 책 또한 찬양 위주의 평전이 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의 역량 부족으로 여겨 또다시 부끄러움을 면할 길이 없다. 조선 선비들의 공통적인 자세이기도 하지만, 학자들이 다른 학자를 평가할 때는 대체로 후한 점수를 주지 야박한 점수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다산의 경우도 어쩔 수 없이,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잘못했다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애초에 책 서두부터 적혀있는 이 글을 읽고 글에 대한 겸손이거나 우려이려나 추측할 수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엄밀히 후자 쪽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건 저자 스스로 느끼는 우려이자 미리 내다보는 독자들의 평가에 가깝다. 잘 쓰인 평전은 토론의 균형감 있는 사회자 같은 것이다. 한쪽의 의견을 듣고 또 한쪽의 의견을 듣고, 그 후에 갖게 되는 평가는 시청자 스스로 내리게끔 유도하는 방식 말이다. 그러나 평전이라는 위태로운 시소게임에서 이 책의 균형감은 뭔가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가치가 약간은 색이 바랬지만 ‘평전’이라는 두 글자만 뺀다면 여전히 빛나는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600페이지가 넘는 공간을 할애하여 다산의 가치와 공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책이 또 있을까. 개혁자이자 철학자, 그리고 과학, 수학, 기계학 등 실용적인 학문까지 집중해낸 실학자이기도 한 다산의 삶을 일화나 후세의 평가를 열거하며 새로운 삶을 꿈꿨던 학자임을 분명히 해내고 있다.
분명한 건 다산의 삶은 우리 사회에 시사 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가 꾸준히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청렴함을 기반으로 한 도덕성과 윤리 의식이다. 자본주의가 대두되고 윤리 의식이 불필요한 가치로 치부되기도 하는 요즘 다산의 삶은 다시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 총체적 저서는 그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