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 - 존재감 넘치는 그녀들의 생각과 관계의 방식
노구치 마사코 지음, 장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글쎄요. 남들에게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평소에도 하지 않아요.
그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굳이 몇 가지 얘기해보자면, 대화하는 게 즐겁다, 함께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기쁠 것 같아요.
품위가 있다거나 머리가 좋다거나 매력적이라는 말도 좋고요."
결국은 내면이다. 지적이고 품우이 있는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것.
알렉산드라가 말한 매력저깅라는 표현은 프랑스어로 '세뒤상트'인데,
이는 성적인 매력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뜻한다. 어쩐지 용기가 나는 것 같다.  


 '프랑스 여자'라고 도서 검색만 해도 몇권의 책들이 쏟아진다. 대체 왜 이들은 매력적인가. 왜 우리는 그녀들에게 끌리는가. 어떤점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실제 프랑스에서 살면서 만난 50여명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쩐지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했는데 결국 여성의 매력은 자기 자신을 꾸미는 것,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 등의 요소로 구성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상황에서든 거절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신경질적으로 변하지도 않고 상대를 공격하지도 않는다.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격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가?
아마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면 한다. 전혀 엘레강스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비단 여성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여자'로서의 매력과 연애,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점도 인상깊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편한 삶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고 주고받는 관계의 법칙도 확실히 하되, 자신에 대한 확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갖출 것. 어쩌면 살아가면서 평생을 노력해도 몸에 익히기 힘든 그 어떤 것들 말이다.



나와 친구의 사생활을 똑같이 존중하다.
친한 친구에게 한동안 연락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둔다.
특히 프랑스인들이 그걸 잘하는데, 그들에게는 무엇이든 가만히 두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유명인을 봐도, 누군가의 스캔들을 알아도 혼자 알고 있지 함부로 떠벌리지 않는다.
우리도 가만히 두는 연습을 하자. 관계에서 가만히 두는 연습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대통령조차 스캔들이 종종 있음에도 국민들은 그의 정치적 수행 능력에 더 집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힘든 일이기도 한데, 이러한 무관심이 어떠한 사람의 사생활과 직업적 능력을 분리시켜 본다는 점에서는 아주 좋다. 그러나 친구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부분에서 나는 어쩔수 없이 한국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이 붙어 초중고 생활을 해서 그런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인간관계가 불행한 지점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관계에 애정을 갖고 성심성의껏 대하되, 너무 집착하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 내가 늘 서운해지는 이유라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는다(자신은 없다).



"특이해요."
"조금 엉뚱해요."
이런 말을 듣는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 말은 나에게 다른 길을 걸어갈 용기가 생겼다는 반증이다.
동시에 나만의 개성이 살아 있고 군중 속에 묻히지 않는 사람, 즉 내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느 시대든 특이하다.  엉뚱하다는 말을 들은 사람이 낡은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리드해왔다.
무난해지지 말자.


나도 정말 당당하고 꿋꿋하게 나의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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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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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중에서도 추파는 두가지 모두에 거리는 최악에 속한다.

그래도 그 '추파'에 몸을 맡기고 한 키스가 결국 심장을 도려내는 종말로 끝나는,

그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끔찍한 순간에는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 번째 규칙이 필요하다.

첫째, 입 닥치고 있을 것. 둘째, 지나치게 관심을 쏟지 말 것.

그리고 셋째, 좋아하는 여자에게 절대 키스하지 말 것.

나로서는 '정신 차리고 나도 내 인생 찾아야지'라는 말을 듣고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내 인생'이라는 것은 가게에 가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의 10대는 늘 멋지지 않다. 누구나 빛날 수 없고 누구나 인정받을 수 없다. 의대 캠프에 가라는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윌에게, 상황에 떠밀려버리는 윌에게 그래서 나는 무한공감한다. 나의 하루하루 또한 매일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내 청춘은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는다. 윌 그레이슨과 윌 그레이슨의 상황 또한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함께 답답해하고 함께 슬퍼한다.

 

 책 도입부에서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무런 교차점이 없는 윌 그레이슨과 윌 그레이슨의 이야기가 교대로 그려지고 각자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바람에 썩 친절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이 중간까지는 지나가야 두 사람이 만나기 때문에 그 만남까지만 읽어나가보자고 생각했다. 둘은 내가 예상치도 못했던 장소에서 만났고, 내 예상을 끝내 모두 비웃었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넌 도대체 정체가 뭐니?

-타이니 쿠퍼!

-'타이니'란 이름, 너랑은 안 어울리지 않니?

-나도 알아. 아이러니라는 것도 있잖아.

-.

-''라고 할 필요 없어. 난 괜찮으니까. 내가 뼈대가 좀 크긴 하지.

-, 뼈대만 큰 거 아니거든.

-그만큼 사랑할 데가 많다는 거 아니겠어!

-그러려면 장난 아니게 힘이 들 텐데.

-친구, 난 그만한 가치가 있어.

 

 어쩜 이렇게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하나같이 골 때리는 사람들인지. 하필 유일하게 있는 친구들의 무대뽀 기질에 막무가내식인지. 주인공들은 거기에 힘도 못 쓰고 끌려가는 꼴이 어찌나 답답하던지. 특히 설마설마 했던 마우라의 뒤통수(!)와 멋대로 자신의 뮤지컬에 이름을 올려버리는 타이니 쿠퍼의 행동들에 욕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결국은 그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일 뿐이고 그들과 평생함께 하는 순간도 다시는 보지 않을 순간도 스쳐지나갈 뿐이다.

 

  타이니 쿠퍼는 계속해서 말한다. 자신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그와 친구가 아닌) 그와 며칠 알았을 뿐인 윌 그레이슨은 그가 있었다면 당연히 학교에 게이클럽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그 회장을 맡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타이니 쿠퍼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늘 그 사랑과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설사 그가 떨고 있고 그의 어두운 마음들이 나오는 순간에도 그는, 주었던 만큼의 사랑을 다시 받는다. 수많은 윌그레이슨들에게. 이 책의 주인공은 타이니 쿠퍼가 아닌가 싶을만큼 그는 충분히 아름답다.

 

 외국 작가들의 재치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농담을 알아듣기도 힘들뿐더러 국내정서에 완전히 세뇌되어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생각들에 좀처럼 녹아들지 않는다. 하지만 긴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나도 점점 그들의 재치에 젖어든다. 윌 그레이슨과 윌 그레이슨이 주고 받는 이야기에 함께 담기고 타이니 쿠퍼의 뮤지컬을 함께 신나게 즐긴다. 긴 여정을 함께 그리고 홀로 걸어가며 성장한 두 윌 그레이슨의 사랑과 우정이 찬란하게 빛나길.

 

 

 

-그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게 그거였잖아. 맞지? 시행착오 말이야.

'시행성공'이라는 말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시도를 하면 실수를 하게 되어 있는 거야. 시도하고 실수하고.

...

-, '시행착오'란 말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데는 동감이야.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내 생각에는 시도하고 실수하고. 그걸로 끝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은 시도하고 실수하고 또 시도를 하지.

시도하고 실수하고 시도하고, 시도하고 실수하고 시도하고.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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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소울 스키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5
박은몽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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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심아경은 잠시 고개를 들고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를 어째, 쯧쯧.’

그것은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조금도 익숙해지지 못한,

전혀 편안해지지 않는 말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하는 이를 어째, 쯧쯧은 다른 사람들이 이때까지 해온

이를 어째, 쯧쯧보다 조금도 더 따뜻하거나 편안하지 않았다.

 

  가족과 세상에 상처입은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천천히 치유해 나간다. 그 과정은 타인이 보기에 때로는 어지럽고 때로는 함께 고통스러우며 자칫하면 공감하지 못한 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굳이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후자에 가깝기도 하다. 성까지 붙이며 지칭하고 때로는 호칭이 바뀌는 면도 어느정도 기여했을 테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어루어만져 주기에 문장들이 조금, 딱딱했다.

 

  아무래도 어른들이 보기에 더 좋을 책일 듯 싶다. 어른과 아이는 불과 몇 년의 텀을 두고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로의 세계를 너무나 모른다. 누군가는 이 책을 그저 소설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로 일어나기에 잔인한 일이라서.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상상 이상으로 살벌하다. 그저 웃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언제나 어려웠다.

다만 그녀가 알고 있는 것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바보처럼

타인에 의해 자신의 인생을 난도질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두려워도, 더 힘든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분명 세상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을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그들을 보듬는 문장이 따뜻하고 힘든 이야기는 부드러워지기를 바란 것일지도. 그녀의 마음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싶다는,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리던 강아경이 (그 자신감으로(!)) 자신의 옥상을 뛰어넘어 훨훨 날아가기를. 우리 아경이들의 헤어짐이 다시 만남이 되는 날까지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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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6
현길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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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와 미국에 가서도 학생들을 만나면 한국에서 만났던 세철의 이야기를 하거든.

너는 참 착하고 영리하고 순수하고, 그리고 뭐랄까.

인정이 많고, 자기 욕심을 채우지 않고, 그런 소년으로 내 가슴에 깊숙하게 남아 있어.

-그렇지 않아요. 욕심이 많고, 공연히 헛된 자존심이 세고,

경쟁심이 강해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고집이 세어 남과 타협하지 않으려 하고,

그런 안 좋은 점이 너무 많은 아이에요.

 

 

  다른 등장인물들의 생각도 분명 등장하지만 거의 세철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소설인 듯 싶다. 지방(그것도 제주라니!)에서 올라와 서울을 보는 소년의 시선은 걱정만큼 의기소침하고, 귀여울만큼 순진하고, 비슷한 처지의 나로서는 슬프게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1956년의 서울을 고등학생 소년의 눈으로 솔직하게 담은 이야기로 보면 좋을 것이다. 다만 문장이 투박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뚝 떨어뜨린 채로 보는 듯한 방식에 점차 적응이 될 것 같다면 별 문제 없고.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한 가지는, (결정적으로 내가 결핍을 절절히 느끼는 소년이 아니기 때문일 듯 하지만) 욕망인지 연민인지 모를 옥자에 대한 마음이다. 그렇게 호되게 다한 뒤로 두 번째로 찾아간 일은 순수한 억울함과 궁금증 덕분이라고 해도 그 다음에도 종종 그녀를 떠올리고, 서울을 떠나려 했던 그 날에도 그녀를 찾아갔던 이유를 글로는 대충 알겠지만 백퍼센트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냥 마지막에, 세철이 그녀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왜냐면 우리 앞에 흘렀던 탁한 강물을 함께 건넜기 때문이야.

우리 인생의 한복판을 흘렀던 전쟁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온몸으로 헤엄쳐 건너지 않았니?

그 강물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피도 되고, 살도 되고, 생각도 되었거든.

그것을 우리는 같이 지니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잊을 수 없지.

 

 

  전편을 읽지 못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아 할지 모를 유원과 규석, 그리고 세민과 정선생의 관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만 유원이 아주 똑부러지는 여자아이라서 세철의 첫사랑의 열병 또한 현명하게 맺어줄 줄 알았다는 것과 (매우) 딱딱하게 말하지만 변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동생에게 진심으로 충고하는 형 세민의 마음이다. 많은 이들의 대견함이 반복되는 데 나도 가끔은 부끄러워지지만 분명한 건, 정 선생부터 얀드레 소령까지 세철의 인복은 엄청나게 좋다는 것!

 

그의 성장이 무조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그의 순수함과 정직함이 여전하기를, 동화같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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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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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가 간다. 내일은 또 올 것이다.

그 내일은 또 오늘이 될 것이고 그 오늘이 지나면 또 내일이 올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면 된다. 사고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평범함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죽어라 말 안 듣는 아이들과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먼 선생님의 사투가 눈물겨운 이야기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신나게 튀어버리고 그들을 잡아야하는 선생님의 하루는 지겹도록 길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로 도서관에서 독서활동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히고, 자신의 이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과 작은 일로 피곤한 밀당을 하고,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수인의 성장담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양희순과 같은 교사가 곁에 있어 다행이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이 그녀의 성장을 함께 했다는 것에 다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등장하는 이름들이 참 예쁘다는 것이다. 수인이 전에 있던 학교의 이름인 수산나라는 말도 참 예쁜데 아이들이 꿈과 현실사이의 고리삼아 만들었던 독서동아리의 이름, ‘호접몽도 묘하고 신비로운 이름이다. 수인이 자주 들렀던 헌책방, ‘자작나무 사이로도 그렇고 도범이의 새 이름 은탁또한 그렇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름과 모습들이 예쁘고 오래된 책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고성같은 도서관이 그러하다.

주체할 수 없는 흥이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 왔다는 것을 안다.

그 흥이 사라지기 전에 그 자리를 메울 또 다른 흥을 좇아 여기까지 왔다.

그 흥 때문에 자신의 발등을 깰 때도 많았다.

고만한 용기와 고만한 소심함, 고만한 머뭇거림,

고만한 두려움과 고만한 후회로 밤잠을 설치며 잠을 이루지 못한 다음 날,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려 하거나 포기하려 한 날이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갔다.

늘 불안했고 그보다 더 큰 불안이 잠재우거나 잊게 만들었으며

겪은 불안만큼 용기도 가질 수 있었다.

 

 

  망치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선생님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며 쉴새 없이 떠들고, 때로는 절도와 폭력도 서슴치 않는 아이들. 책 내내 이어지는 긴긴 싸움에 수인도 지치고, 아이들도 지치고 이미 오래전에 지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사실 그들의 가려운 부분들이 시원하게 긁어지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다. 그들의 프로젝트를 제대로 지켜보고 싶은 독자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수인은 또다시 달릴 것이고, 아이들은 조금 느리더라도 그녀의 손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고 더 느리더라도 어쩌면 다른 교사들도 아이들을 다시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수인의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길.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즐길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그들의 도서관이 그들이 이름들 만큼이나 어여쁘고 좀 더 따뜻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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