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6
현길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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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와 미국에 가서도 학생들을 만나면 한국에서 만났던 세철의 이야기를 하거든.

너는 참 착하고 영리하고 순수하고, 그리고 뭐랄까.

인정이 많고, 자기 욕심을 채우지 않고, 그런 소년으로 내 가슴에 깊숙하게 남아 있어.

-그렇지 않아요. 욕심이 많고, 공연히 헛된 자존심이 세고,

경쟁심이 강해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고집이 세어 남과 타협하지 않으려 하고,

그런 안 좋은 점이 너무 많은 아이에요.

 

 

  다른 등장인물들의 생각도 분명 등장하지만 거의 세철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소설인 듯 싶다. 지방(그것도 제주라니!)에서 올라와 서울을 보는 소년의 시선은 걱정만큼 의기소침하고, 귀여울만큼 순진하고, 비슷한 처지의 나로서는 슬프게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1956년의 서울을 고등학생 소년의 눈으로 솔직하게 담은 이야기로 보면 좋을 것이다. 다만 문장이 투박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뚝 떨어뜨린 채로 보는 듯한 방식에 점차 적응이 될 것 같다면 별 문제 없고.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한 가지는, (결정적으로 내가 결핍을 절절히 느끼는 소년이 아니기 때문일 듯 하지만) 욕망인지 연민인지 모를 옥자에 대한 마음이다. 그렇게 호되게 다한 뒤로 두 번째로 찾아간 일은 순수한 억울함과 궁금증 덕분이라고 해도 그 다음에도 종종 그녀를 떠올리고, 서울을 떠나려 했던 그 날에도 그녀를 찾아갔던 이유를 글로는 대충 알겠지만 백퍼센트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냥 마지막에, 세철이 그녀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왜냐면 우리 앞에 흘렀던 탁한 강물을 함께 건넜기 때문이야.

우리 인생의 한복판을 흘렀던 전쟁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온몸으로 헤엄쳐 건너지 않았니?

그 강물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피도 되고, 살도 되고, 생각도 되었거든.

그것을 우리는 같이 지니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잊을 수 없지.

 

 

  전편을 읽지 못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아 할지 모를 유원과 규석, 그리고 세민과 정선생의 관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만 유원이 아주 똑부러지는 여자아이라서 세철의 첫사랑의 열병 또한 현명하게 맺어줄 줄 알았다는 것과 (매우) 딱딱하게 말하지만 변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동생에게 진심으로 충고하는 형 세민의 마음이다. 많은 이들의 대견함이 반복되는 데 나도 가끔은 부끄러워지지만 분명한 건, 정 선생부터 얀드레 소령까지 세철의 인복은 엄청나게 좋다는 것!

 

그의 성장이 무조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그의 순수함과 정직함이 여전하기를, 동화같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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