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 이수네 집 와글와글 행복 탐험기
김나윤 지음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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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

욕심내지 말라고, 나누라고, 싸우지 말라고, 해결책을 찾으라고,

어질러놓은 것을 정리하고, 인사 똑바로 하고,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어른인 나도 세상 밖으로 나가면 잘못하고 있다.

나도 못하는 이 이려운 것들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말하지 않아도 차츰차츰 알게 되는 것들은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17p

그저 흔한 육아서라고 생각했다. 방송분을 전혀 본 적이 없어서 <영재발굴단>에 출연했다고 하니 똑똑한 아이를 기른 양육법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젊고, 아이도 없는 나는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짧은 글로 이루어져 다소 두서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대하면서 느꼈던 감정, 행복과 외로움, 소룩도에서의 경험, 제주도의 자연이 망가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젊은 시절의 고생, 그리고 저자의 엄마에 대한 느낌까지. 솔직하게 담아낸 글들이 어떤 예쁜 포장같은 글들보다 짙게 다가왔다.

잠시 말없이 레미콘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이수의 뒷모습은 참으로 작아 보였다.

난 읽던 책을 이어 보려고 다시 책장을 펼치는데 갑자기 이수가 입을 열었다.

"엄마! 그러면 지구도 사람이 굳지 말라고 돌아가는 거야?"

44p

대다수의 우리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왔을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면,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이러지 말아야지. 내가 이렇게 싫어했던 행동과 말들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그러나 그걸 기억하고 실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역지사지의 논리는 내가 어른과 부모라는 강자의 위치로 갔을 때 당연히 희미한 기억들로도 남기 어렵다. 이수 엄마는 그것들을 최대한 기억하고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드라마에나 나오는 슈퍼맘처럼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지는 못하지만 눈높이를 맞추고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려 늘 생각한다. 이런 점들이 정말 인상깊었다.

이수야, 엄마는 이수가 인사를 하지 않게 된 점에 대해 조금 슬픈 생각이 들어.

왜냐하면 너의 인사가 누군가에겐 하루 동안 행복한 마음이 들게도 하는 일이거든.

그 작은 일 하나가 큰 선물이 되는 거야.

친구들이 매일매일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마음이 상했을지도 몰라.

엄마라도 그럴 것 같아.

그렇지만 그것으로 네가 금방 변했어.

반대로 친구들이 변화가 된다면 어떨까.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너에겐 큰 경험이 될 것 같아.

너 혼자라 할지라도, 좋은 일이라면 네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켜보는 거야.

그러면 세상도 바뀔 수가 있어. 아주 천천히 변화가 오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틀림없이 넌 후회하지 않을 거야."

111p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4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말만 들어도 정말 쉽지 않다. 책에 묘사된 것의 몇천배는 더 힘들고 아팠을 거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모습을 이렇게 담았지만 말미에 마음의 병이 있다는 점까지 고백할 만큼. 그러나 그것들까지 저자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준다. 저렇게 어려운 말들을 다 이해할까,하고 나는 참 내 입장으로만 생각했다. 아이들은 최소한 그 느낌을 이해한다. 그리고 어른보다 더 따뜻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서로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이렇게 빨리 만나서 이들 가족은 참 행운이고 그 이상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엄마, 얼마 전에 학교 친구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 친구 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굉장한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것저것 자랑을 하는데 부럽더라구.

그렇게 큰 집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해 봤어.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그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좋은 우리 엄마,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큰 집도 소용없다는 생각 말이야.

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런 큰 집보단 내 마음에 큰 집을 짓고 살 거야."

181p

남편과 1년이나 떨어져 네아이를 혼자 키울 결심을 하다니 인간적으로 존경심도 들 정도인데 이 부부가 서로에게 하는 말들도 참 따뜻하다. 물론 결혼 후에 이런저런 갈등이 있었지만, 아내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당신이 리더라고 해준다니. 다름을 이렇게 대해주는 사람이라면 정말 결혼하고 싶다(...) 갑자기 유정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예전의 입양 약속을 상기시켜주고, 말을 잘못하는거같다고하자 수화를 배우면 되겠다는 답변에서 또 한번 울컥했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아이들은 더 잘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화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수가 유치원에서 두달 간 받은 마음의 상처로 이년간 괴로워 했다는 단락을 읽을 때쯤 화가 나고 안타까워서 울컥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상황이 있더라도 보듬어줄 누군가가 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어렵고 비현실적인 꿈이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이수, 우태, 유정, 유담이도 모두 지금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엄마를 꺼내어 생각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져.

엄마가 되는 것은 쉽다지만 아이가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항상 웃음 짓게 하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엄마를 하루에 천 번을 생각해도 지겹지 않아.

언제나 나를 웃게 해줘. 난 엄마가 정말 좋아.

275p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구나.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존댓말을 강요하지 않고, 나의 행동들을 이해해주고 모르는 것들은 알려주는, 내 첫 책을 함께 만들어주고 천 권이나 인쇄해준 부모님이 있으니깐. 사실은 저자처럼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아이들은 세상이 처음인데 오히려 더 유연하고 때로는 곧다. 마지막에 실린 편지와 에필로그에서 진짜 펑펑 울고 말았다. 이수의 말들 중 그 어느것 하나 그냥 흘려보낼게 없었지만, 그래서 자주 눈시울이 시큰했지만 엄마에게 보낸 편지는 정말... 얘는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말을 할까. 이수의 말로 인해 부끄러웠고, 감사했고, 슬펐고, 또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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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건축기행 - 유토피아를 디자인하다 My Little Library 7
강영환 지음 / 한길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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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왕이나 대사제의 영웅적 서사나 권위 따위는 없다.

많은 사람의 희생이나 고통을 강요해 만든 것도 아니다.

아마도 민초들이 지극한 정성과 염원을 담아 목탁처럼 정을 두드려 새겼을 것이다.

그 부처는 새긴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남산골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우리 모두의 구원자로서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지난 천여 년의 세월을 이기며 종교와 예술, 건축적 수준을 초월하는 위로와 평화를 주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걸작임에 분명하다.

47p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지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나와 비슷한 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구의 침략이 만든 우월주의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저자는 인도부터 시작해 스리랑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지역 등 일반적인 건축구조, 역사의 주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곳들을 찾아 여행하며 그 감상을 말한다. 건축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일 때도 있고 주변 자연 풍경에 대한 감탄일 때도 있다. 한국 건축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틈틈이 언급하며 오랜 시간 건축의 세계에서 일해온 저자의 연륜을 발휘한다.




불치사원 앞의 도시는 너무나 이국적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호텔과 상업건물들이 그대로보존되어 상업지로서 활기를 지속하고 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제 나라의 건축양식보다 식민시대의 건축들이 더 잘 보존되어 있다니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광화문을 헐 때는 한 마디도 못하다가,

해방 이후 조선총독부 건물이 헐릴 때는 적극 반대하며 보존의 당위성을 부르짖지 않았던가.

동남아시아의 식민주의 건축들이 대부분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99p



유럽건축과 대조되게 대부분 외부공간과의 관계에서 탁월성을 가진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인도의 기차부터 안나푸르나까지 동남아시아, 인도양 지역을 누비며 그는 곳곳을 관찰한다. 앙코르와트 일출일몰, 돌을 깎아만든 부조, 라오스의 느긋함 등 처음 도착했을 때 받앗던 불쾌감부터 예상을 깨고 나온 광경에 대한 감탄에 대한 솔직한 기록들이다. 도시이름이 당연히 모두 생소한 외국어라서 재밌기도 했는데 또 이상하게 한 나라의 지역들의 이름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을 주는 건축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사람은 참 대단해.




아유타야의 폐허 위에서 도시의 흥망을 생각한다.

짓는 것도 역사고, 허무는 것도 역사다.

지을 때 지을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허물 때도 허물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유타야에서 타이인들은 부처와 함께 사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간에서 미얀마인들이 꾸었던 꿈과 다를 바가 있을까.

그것을 파괴한 것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배타와 증오를 무기로 한 인간의 탐욕일 뿐이다.

218p



캄보디아의 경우 옛 건축물 복원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이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라는 역설이 씁쓸함을 안긴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안타까움을 느꼈던 듯 싶다. 밀림의 근압으로 파괴된 타 프롬 사원 유적의 모습이 슬프고 미얀마군의 침공으로 파괴왼 왓 마하탓 사원의 경우 파괴된 불전 뿐만 아니라 불상의 목을 자르고 불을 지른 흔적을 그대로 보존된 모습은 충격적이다. 건축물은 역사를 오롯이 기억하는 존재라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카트만두도 '기형적인 근대도시'로 표현되는데 자본주의로 망가지는 경관의 파괴성을 알지만 공적 시스템으로는 다 막을 수 없다. 그 중요성에 대해 우리가 먼저 인식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은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을 꿈꾸곤 했다.

그러나 그 집은 저 푸른 초원 위에 있거나 그림 같은 집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바로 '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좋은 집이다.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궁구하기에 앞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할 때 유토피아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252p




루앙프라방 허름한 트로피칼 카페에서 저자는 유토피아를 생각한다.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공간'에서 존재한다. 마지막에 등장한 부탄의 왕추크는 유토피아의 대안을 어느정도 제시한다. 궁벽한 산골의 왕이 국민의 행복을 생각한 지점이 인상깊다. 이 작은 나라의 소중한 역사를 그동안 얼마나 몰랐던가. 물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서도 아주 작은 비중으로 등장해 스쳐지나갔음이 너무나 아쉽다. 저자는 부탄의 모습들과 자연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 건축물들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를 지음으로써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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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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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갭마인더 테스트를 접하고 그 답을 알게 된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이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내가 세상을 반의 반의 반도 몰랐다는 데서 오는 어떤 감정들과 함께. 그러나 한스 로슬링의 통계와 수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정확하게 세상을 알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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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 신냉전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김택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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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이 전쟁 비용을 부담한다.

2) 모든 해상무역을 보호한다.

3)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시장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하다.

4) 회의 참석 나라를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19p

작디작은 나의 삶이 피곤해서, 국제질서나 정치는 골치 아파서 관심을 가져야할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모른척 해왔다.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나 나라 간의 역사에 관한 상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무작정 덤비기에는 나의 관심과 노력, 배경지식이 부족했다. 이 책을 읽고, 뉴스 제목들이 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외교문제에 관계에 관심을 갖고 해당 영역에서 일하며 많은 글을 써온 저자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장의 구성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외교문제와 뉴스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들이 간결하다.

신동방 정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서울대 한정숙 교수에 따르면, 신동방 정책은 고르바초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개혁,개방)을 단행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수교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도 1990년에 소련과 국교를 맺었다.

사실상 이때부터 동방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푸틴의 시대가 되자 동방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극동 시베리아 개발을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고,

정치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신동방 정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91p

그동안 내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국제질서와 한반도를 둘러싼 시스템에 관한 생각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감성적인 것이었는지를 조금 깨닫게 됐다. 책은 놀라울만큼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협상과 타협으로 해결책을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멀리 가기 위한 전략은 냉정하고 깔끔해야 한다. 한, 중, 일, 러, 미의 몇세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역사에서 부터 지금의 질서는 설명된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탓하고 있기에 눈앞에 펼쳐진 현실들은 가차없음이 두렵지만, 어쨌든 그 길을 걸어가야 하므로.

1부 3장 <한반도에 대한 야심>은 그 제목부터 살짝 섬뜩한데, 중고등학교를 거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근대사가 명료하게 설명된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여전히 주변을 맴돈다. 그래서 대담하지만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덜컥 해버린 위안부 협정이나 IMF 사태 직전과 해당시기의 많은 조약들은 개화기 때만큼이나 오랜 시간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소수의 수뇌부에 의한 결정으로 참 한심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없는 힘을 좀 합쳐야할텐데 사실 국내 국외가 다 평화롭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항상 사전에 징후가 있다.

수년 전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를 외치며 중국 견제에 들어갔을 때 미중 전쟁의 예고편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의 여론을 주시하면서 '스타일리시'한 리더십을 보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선적이고 감정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117p

정치라는거, 국제 질서라는 게 엄청난 나비효과를 고의적으로, 때로 뜻하지 않게 항상 가지기 때문에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롭지만 또 어렵고 위태위태하기도 하다. 웬만큼 정신 똑바리 차리지 않고서야 금세 몇년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책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 일, 러 그리고 미국의 역사와 현재 상황들을 분야별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말하고 있다. 우연인지 뭔지 네 나라의 지도자라고 할만한 인물들이 모두 전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지는 이들이다 보니, 이들을 분석한 글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과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그 덩치가 압도적이며 두 나라의 신냉전이 심화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두 나라 사이의 오랜 자존심 싸움,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인물들의 대립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무역, 디지털 플랫폼, 해양, 우주-사이버 등 지배국의 조건을 모두 갖춘 형세지만 사실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 인도, 호주, 아세안 국가들의 위력과 현시대에서의 역할을 촘촘히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도 국면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모 아니면 도'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분리해서'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미국과는 군사적 동맹을, 러시아와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일방적인 적과 아군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외교갸 양자택일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쪽은 일방적으로 미국을,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중국을 선택한다.

미국과는 군사안보를 견고히 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 관리하는 전략을 놓지 말아야 한다.

124p

주제가 주제인만큼 시의성을 뚜렷하게 갖춘 책인데 분기마다 한권씩 읽고 싶을 정도로 정보가 탄탄하고 확실하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결책을 잘 알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통상의 과정이 어려울 뿐. 북한과 일본의 문제에서 북한식 인더스트리4.0 모델, 한일 더블 블란데 전략 등의 방법을 저자 또한 제안한다. 정말 역사적으로도 지경학적으로도 한반도, 참 바람 잘들일 별로 없는 나라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대로 지경학적 위치의 새로운 장점, 침략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역사와 문화, IT산업 강대국이라는 결과물들은 빼놓을 수 없는 산물이다.

우리는 이러한 요소들을 너무 당연하고 뻔한 것이라고 여기지만 전략적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임을 저자는 계속해서 강조한다. 이제는 숨통이 트일 차례도 되지 않았을까.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사실 모두가 해답의 기본원칙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현재 내 위치에서 계속 지켜봐야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 통일을 달성한 독일과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 지체된 역사 속에서 살고 있다.

독일의 동방 정책을 설계한 에곤 바는 "통일은 생각하되 말하지 말라.

큰 담론보다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통일은 모스크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이 독일 통일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했다.

독일의 정치 리더들은 말로만 통일을 외치기보다 데탕트, 평화, 협력, 화해의 실천을 강조했다.

조건을 갖추면 통일이 찾아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역사의 신이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남북은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매진할 때이다.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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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케어 바이블 - 원인 없는 트러블은 없다
안잘리 마토 지음, 신예용 옮김 / 윌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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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학으로 뒷받침되는 타당하고 공정한 스킨케어 관련 충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뢰밭이 양산되고 만다.

현재 유행하는 최신 뷰티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유행에 불과할까, 아니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까?

요즘에는 누구나 블로그에 고급스런 잡지와 신문의 스타일 섹션을 뒤섞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다.

스킨케어에 정말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돈벌이에 불과한 차세대 흥행 제품과 검증된 치료법을 올바로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9p)

책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뷰티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이고 '내가 바로 프린세스 메이커다' 느낌 뿜뿜하는 책 디자인이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과학적인 스킨케어 방식이라는 말에 읽어냈다. 총 9장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세심하고 꼼꼼한 스킨케어 노하우들을 펼쳐내는 저자는 타고난 피부가 아니여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음을 계속 어필한다. 세럼, 스킨이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는 나같은 독자들도 적당히 이해할 수준이지만 다소 양이 많고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당황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좋은 성형 시술은 눈에 확 띄려는 것이 아닌,

얼굴에 이미 있는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술은 50세가 25세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50세인 사람이 50세라는 나이에 맞게 좋은 외모를 갖추게 하려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반드시 더 젊게 보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185p)

단순한 스킨케어 요법 뿐만이 아니라 대표적인 피부트러블들의 종류와 그 원인을 먼저 다루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주사비는 생각도 못했는데 하나하나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원인이 설명되며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한다. 사마귀와 피부암, 그리고 피부과 의사를 찾는 방법으로 마무리 되는데 피부에 관련해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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