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세계 5
모랑지 글.그림 / 온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랑 다음에서 수많은 웹툰을 챙겨보는(...) 이 시대의 잉여. 네이버는 사실 웹툰퀄리티 면에서 다음보다 감당하지 못할 작품을 점점 늘린다는게 마음에 안드는데; 그 중에서도 학원물 비율이 압도적이며 대부분은 일진/폭력/연애물이다. 이 분야의 흐름은 참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언제적 포맷이 계속되는건지.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작품은 바로 월요일 웸툰 <소녀의 세계>


작가가 실제 고등학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자 고등학생들의 심리와 일상을 섬세하면서도 몽글몽글하게 표현한다. 그림체나 애들 노는것도 너무 귀엽고ㅠㅠ 이런 친구관계가 좀 부럽기도 하고 얘네들 아기자기 우정 쌓는 모습 보기 좋아서 매번 엄마미소로 보는 중이다ㅠㅠ나리는 부모님이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마음도 예쁘고 하는말이나 행동도 예쁘고ㅠㅠㅠㅠ

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또 현실적이라서 같은 상황에 있거나 그 순간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장면들도 많다.



책을 잘 사는 편이 아닌데다가(둘데가 없음...) 만화책은 더더욱 웹툰/굿즈정도만 소비하는데 감사하게도 이 작품을 만화책으로 받게 되서 기분좋다.

책도 웹툰만큼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느낌이다. 컷 배치도 종이책으로 읽기 편하고 이렇게 구분하니까 선지-미래-유나 순으로 과거가 해결되는 느낌이 딱 들어서 좋았다. 나리야 너가 최고다.



그나저나 오늘 회차 보니까 벌써 겨울인데다가ㅠㅠㅠ 약간 완결각인데 아니 작가님 최소한 얘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지금 템포로 연재해주십셔ㅠㅠ 애들 1년동안 이렇게 힘들었는데(물론 그러면서 끈끈해졌지만) 깨발랄하게 노는거 좀만 더 보여주십셔ㅠㅠㅠㅠㅠㅠㅠ



앞뒤 표지도 애들 성격 보이는 듯이 아기자기하고 딱 보기 좋은 정도로 편집된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으로 나온만큼 다른 에피소드가 더 실렸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많은 축복을 받은 존재이지만, 상대적으로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삶의 스팩트럼에서 나는 불행한 쪽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다.

임상적으로 말하면, 나는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이다.

나 자신을 두둔하자면,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거의 범죄자가 될 뻔했던 날들 이후로는 학생들과 지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려고 애썼지만,

나는 현명한 도덕군자도 아니고, 밤에는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

그날의 약속들을 원활하게 처리하는 유능한 사람도 아니다.

15p

인간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모순된 존재가 또 있을까. 이 책의 저자 고든 마리노는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들을 빌려 인간의 실존을 고찰한다. 철학책이라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고풍스러운 책 디자인에 넘어가서 선택한 책이다.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이라는 부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때때로 우리를 잠식해오는 불안감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런 자유, 즉 끊임없이 어떤 가능성을 선택해서 실현하려 애쓰며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하는 필연성은 불안의 근원이다.

사르트르는 낭떠러지 끝에 선 사람을 예로 들어, 이 점을 설명했다.

천길만길의 아득한 낭떠러지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머리가 아찔하고 뱃속이 뒤틀리며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언제라도 뛰어내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61p

세속적인 왕국과 영적인 왕국에서 같은 단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어들의 개념 자체가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다. 등장하는 철학자들마다 각자의 정의를 내리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우리의 불안은 질병이 될 수도, 마음의 상태가 될 수도 있고 질병이라 해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그는 키르케고르 뿐만 아니라 니체, 사르트르, 헤겔, 아리스토텔레스, 카뮈, 루터, 토마스 아퀴나스 등 몇백년에 거쳐 있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뛰어넘으며 우리의 감정들에 대해 설명한다.

반대로 암울하고 우울한 고투의 시간이 반드시 절망적인 시간인 것은 아니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인정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건강한 편이라고 판단했다.

1846년의 일기에서 키르케고르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썼다.

진실로 나는 불행한 사람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광기에 가까운 이런저런 고통에 사로잡혔다.

그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 마음과 육신 사이의 잘못된 관계에 있다.

그 고통은 내 정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것은 무척 놀라운 사실이며, 여기에서 나는 무한한 용기를 얻는다.

96p

당신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아주 힘든 훈련이다.

키르케고르도 이런 상상에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생각은 현재의 심리 상태를 투영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생각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지나치게 경박할 수 있고,

지나치게 명랑하거나 지나치게 음울할 수 있다.

엽기적인 환상이든 기막히게 멋진 공상이든 우리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모든 것이 끝나고 더는 시간이 없는 때가 온다는 사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관점에 대해 깊이 감추어둔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일종의 심리 테스트가 된다.

121p

"죽음은 우리 삶을 규정하는 확실한 불확실성이다.(111p)"

"죽음이 명확해지면, 순간이 영원처럼 지속될 수 있다. (125p)"

3장에서 톨스토이는 진정성과 형제애가 없는 삶은 영적인 죽음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죽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유행할 정도로 죽음은 인간 실존 그 끝에 놓인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구체적인 자아와 이상적인 자아를 넘어선 나의 세번째 자아는 어떤 것이며 나는 영적인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그 죽음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같은 장에서 언급된 '죽음을 상상하는 훈련'이라는 말에서 나는 갑자기 영화 <어바웃 타임>을 떠올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하루를 새로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지내기 위해서만 그 능력(?)을 이용했던 엔딩이. 심지어 중간에 아버지도 죽었고(...). 사랑까지 제대로 쟁취한 이 사람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실존주의자 아닐까. 신앙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키르케고르의 설명을 저자는 약간은 세속적으로 이끌어낸다. 죽음이 두려움보다 슬픔이 되는 삶의 끝을 맞고 싶다.

따라서 친절에 대한 내 확신은 나 자신에 대해 나에게 말하는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달리 말하면, 내가 항상 친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내가 상상하고 싶어하는 것만큼 내 진심에 가깝지 않다는 뜻이다.

실존주의에서 언급되는 미덕들은 자신에 대해 정직함을 요구한다.

따라서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진정성은 우리에게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생각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물음에 솔직하기를 바란다.

149p

몇몇 흥미로운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자면, 두려움은 명확한 대상을 갖지만 불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정의했다는 점과 우울과 절망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이 개념들을 혼동한다. 이러한 혼란은 때로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우울을 절망으로, 병리적인 것으로 착각해버리고 감정에 또다른 의미들을 부여하는 순간 겉잡을 수 없이 그것이 나를 압도할 수 있다.

또한 진정한 나를 찾는데 있어 나태와 소극적인 수용의 위험성을 2장에서 경고한다. 심지어 4장에서는 '타락'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상당히 뜨끔하다. 어딜내놔도 나태함으로 뒤지지 않는 나로써는 그것에서 오는 어떤 무력함과 우울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어떤 것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어떻게(150p)' 실행하는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스스로 진정성이라고 믿는 것에는 자아도취적 위험성도 동반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밖에 존재하는 것과 강력히 유대해야 하지만 이 또한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인간은 정말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동물이다(머리아픔)

누구도 애초부터 겁쟁이로 태어나지 않는다.

또 누구도 처음부터 영웅으로 태어나지도 않는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서 믿고 싶겠지만, 우리는 변할 수 있다.

도덕적인 전환은 가능하다.

사르트르가 성경 이야기에 감동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신약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했다는 것이다.

베드로가 세 번재로 "나는 그 사람을 모릅니다!"라고 부인했을 때,

당신은 베드로가 가롯 유다의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는 용기를 되찾았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으로써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197p

도덕적으로 말하면, 유혹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하는 동시에

그 길이 옳은 길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자신의 주체감을 약화시키면, 우리의 도덕적 이해력도 조금씩 떨어진다.

키르케고르였다면 '변증법적'이라고 칭했을 이런 역학 관계 때문에,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무시하듯이 내려다보며

'너희가 지금은 이상적인 생각으로 가득하겠지만 머잖아 알게 될 거다'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알게 된다는 것일까? 이상적 생각들을 어떻게 끊어낸다는 것일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당신이 발성하면 냉대를 받거나 승진에서 탈락하게 될지도 모를 진실의 폭로를 늦춤으로써

당신의 도덕적 이해를 은근히 덮어버리게 된다는 말일까?

출세제일주의, 성공으로 보장되는 물리적 안락함과 소속감 등은 희생이 요구될 때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이다.

나는 알았어야 했다.

222p

물론 고든 마리노는 책 전반에 걸쳐 개인의 통제력과 감정을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항우울제 복용 등도 우울의 감정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핵심은 스스로가 유약한 인간이라는 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통제하려는 욕심을 버리되, 스스로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수단으로 우울을 생각할 줄 아는 어떤 내공(?)을 살면서 좀 키워야 하지 않을까. 철학이 목표로 하는 지혜의 수단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세상에 연민을 보내라는 말이 약간은 냉정하고 이성적인 이야기돌 들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삶을 살아야하니.

그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진정성authenticity란 무엇일까. 4장에서 아주 명확한 해답을 뚜렷하게 내리지는 않지만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삶의 태도가 결국 그것이겠지. 5장에서 언급한 신의 존재조차 신앙의 상실은 우리의 의도에 의한 것이며 신뢰의 방식과 욕망 또한 우리의 선택이라고 하기 때문에. 6장이 다루는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의미도 진정성의 수단이자 목표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끌어내는'과정.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지만 동시에 가짜후회가 아닌 '도덕적 후회'를 가슴 깊이 간직한다. "회한으로 현재의 나를 바꿀 수 있다(228p)."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는

이상한 의무도 사랑의 책무 중 하나이다.

달리 말하면, 사르트르와 카뮈와 니체와 달리 키르케고르는

누구나 사랑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었다.

우리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이 아니라,

길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우리를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244p

그럼에도 마지막 장은 결국 '사랑'이다. 키르케고르는 비록 레기네와의 사랑에서 찌질한(...) 모습과 씁쓸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그 또한 인간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처럼 우리는 때로 온유함과 거리도 멀고 어색한 결과를 만드는 행동을 하지만 우리의 '사랑의 의무'는 어쨌든 간에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철학자들이 논의하는 개념들이 '허무주의'로 빠지기 쉬울 수도 있겠다. 저자도 그들이 가지는 모순이나 허점을 지적하지만 여기서 어떤 교훈들을 끌어내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수많은 저서들과 말을 남긴 이들의 논리는 어느 지점에서는 부딪히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한 편이 된다는 점이다. 그 중 한가지, 삶은고통인 동시에 선물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그들의 생각조차 변덕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저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자기고백적 조언들은 분명 어떤 용기를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Future of Humanity : Terraforming Mars, Interstellar Travel, Immortality, and Our Destiny Beyond (Hardcover)
Michio Kaku / Penguin Books Ltd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에 직면할 때마다 인간성humanity을

십분 발휘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왔고, 더욱 큰 목적을 이루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탐험정신은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는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물리법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조만간 인류는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12p

사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장 친하지 않은 과학 영역의 책인데다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우주에 대한 이야기라니. 나같은 독자가 많기 때문일까.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이것은 단순히 우주와 관련된 과학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미래'라는 제목이 거창하다고 생각했는데 제목 그대로의 흐름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구의 종말을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우주자체의 수명에 대해서는 더더욱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아주) 소수의 과학자들을 끊임없이 우주를 탐구하며 다양한 가설과 이론들을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한다. 로켓의 아버지 로비트 고다드로 시작하는 이 천문학자들은 "지구는 인간의 요람일뿐"이라는 문장을 증명하겠다는 듯 우주선 제작부터 우주 멸망의 과정까지 찾아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지구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1부, 별을 향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는 2부, 그리고 우주에 존

재하는 생명체 가설부터 탈출가능성을 다루는 3부까지 빼곡하게 가설과 이론들을 살펴본다. 1,2 부에 비해 3부가 다소 읽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후반부에 물리학에 대해서 본격적인 설명이 이루어지는데 살짝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일단 우주 자체와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기술, 문명에 대한 글이다보니 연구 스케일이 기본으로 몇억년, 광년, 달러도 조 단위로 엄청나서 처음에는 현실감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살짝 아이러니한 구석이 있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전저기기를 가능한 한 작게 만드느라 무진 고생을 했고,

그 덕분에 현대문명의 총아인 컴퓨터가 탄생했다.

그 후 컴퓨터혁명 덕분에 큰돈을 벌어들인 오늘날의 억만장자들은 사재를 털어서

과거의 우주개발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103P

우주선 개발에 관해서는 가장 많이 부딪히는게 바로 '돈' 문제라는 점은 당연하지만 흥미롭다.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금액' 개인적으로 우주보다는 현실의 사회상황이나 회사경영(전공병)에 더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서 더 흥미롭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4장에 등장하는 페이팔과 테슬라를 설립한 엘런머스크나 보잉의 CEO 처럼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 거대한 우주개발의 실현의 가능성에 대해서 신뢰감이 들게 한다.

8장은 우주에 보내기 위해 어떻게 우주선을 만들것인가,로 전개된다. 레이저 광합 이동방식을 이용하는 '나노쉽'이 가장 가능한 방법인데 그 동력을 얻는 방법들이 나열된다. 온갖 물리와 화학 이론을 나름 쉽게 저자가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도 반물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2그램당 70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가늠조차 불가능한 액수가 등장한다.

지구의 표면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의 표면은 지난 수십 억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형성된 수천 개의 운석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구에도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적이 있지만 물과 대기의 침식작용에 의해 대부분 사라졌고,

수억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지각운동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운석공이 다른 지형으로 변했다.

그러므로 화성의 지형은 수십 억 년 전의 상태를 되돌아보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셈이다.

124p

이어서 재활용 로켓과 화성 테라포밍 지구처럼 행성을 개조한다는 테라포밍 개념도 재밌었다. 왜 금성이 아니라 화성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개발 가능한 부분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를 하고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마치 내가 화성을 밟은 것처럼 그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온갖 경우들을 저자는 생생히 보여준다. 웬만한 SF영화보다 흥미진진해서 이미 화성 구경 한바퀴를 한 기분이다. 외계인과의 대화방식과 그들의 외모에 대한 가설들도 놓치지 않는다. 더이상 황당무계한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은 없는 셈이다. 5장에서도 화성에 대한 관심은 계속된다.

책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들을 모두 기억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대충의 연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기억나는 몇가지 개념들은 분명있다. 베로스

의 '뉴셰퍼드'는 한번 타보고 싶고 '블루 오리진'이라는 말은 감상적으로 보자면 예쁜 말이라고 생각한다. 6장에 등장하는 갈릴레오 위성 중에서 내부가 물로 차있다는 유로파 내부도 신기하다. 지구를 (이미 진작에) 벗어난 차원에서 보여주는 1,2,3차 문명과 아예 우주를 탈출한 4차 문명에 대한 언급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상식'이다.

물은 축축하고, 줄은 당길 수 있지만 밀 수 없고, 블록은 밀 수 있지만 당길 수 없고, 딸은 어머니보다 젊다.

인간은 이런 것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가?

"끈은 당길 수만 있고 밀 수 없다"는 것은 수학적 논리로 증명할 수 없다.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런 자잘한 지식을 축적한다.

174p

단지 지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태양계, 그 밖의 오르트 구름, 혜성 궤도까지 나아간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주에서 어떻게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인지의 방법을 논의하면서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 탄소나노 큐브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12장에서는 아예 나오다나오다 외계생명체를 전문적으로 찾는 탐사연구소까지 소개된다. 정말이지 한번쯤은 가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보고 싶은 심정이다.

하향식 접근법으로 인공지능의 개발은 어느정도 수준 이상으로 어렵다는 것에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을 정말이지...(절레) 신경회로망 주입부터 자기복제와 자의식이 모두 가능하기 위한 가설들이 총동원된다. 결국 인간다움, 자의식은 '시간적 의식(계획)'에서 온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식의 시공간 이론부터 양자 PC까지 계획하다니. 몇억년은 기본으로 내다보는 그들의 이론이 놀라울 뿐.

우주의 생명체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며 지구형 행성들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능성도 탐구한다. 이들은 좀처럼 포기를 모른다(...) 영구기지 건설을 위해 진짜 우주끝까지 한번 가볼 기세다. 10장에서 인간이 우주로 가 영구기지 건설을 위해 다세대여행이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가사상태여도 문제, 가사상태가 아니라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불멸의 몸으로 진화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허무맹랑 해보이지만 또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태도에 혹하고 빠져든다. 그래도 '디지털 영생'이라는 개념은 아직 좀 무섭다.

인간의 능력을 개선하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자신의 능력을 높이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오만가지 도구를 사용해왔다.

옷, 문신, 화장품, 머리장식, 각종 예복, 장신구, 안경, 보청기, 마이크, 헤드폰 등은

그런 목적으로 탄생한 발명품이다.

신체기능을 개선하는 것은 태고 적부터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었다.

단, 과거에는 번식의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미래에는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떠나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개조해 나갈 것이다.

초기단계에는 신체의 물리적 기능을 높이는 쪽으로 진행되겠지만,

나중에는 '마음으로 물질을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309p

11장의 트랜스 휴머니즘이 이러한 내용의 정점이다. 마비환자도 컴퓨터와 로봇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아주 희망적인 소식부터 인간이 자의적으로 교육수준과 오감을 향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마냥 영화같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커넥톰과 감각공유까지 가능한 브레인넷까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저자는 거의 모든 수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지어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과 크게 다른 흐름이 아님을 강조한다. 또한 '인간공학'의 윤리적 부분까지 언급하면서 정말 철저히 과학자의 마인드에서 이를 설명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상을 '거대한 무대'에 인간을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배우'에 비유했다.

이 비유를 좀 더 구체화하면 우리의 무대는 세상이라기보다 '시공간'에 가깝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시공간이 정적이고 평평하면서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절대적이란 "시간은 우주 어디서나 똑같은 속도로 흐르고,

이곳의 1cm는 우주 어디서나 똑같이 1cm"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 무대(시공간)는 얼마든지 휘어질 수 있다.

시계는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갈 수 있고, 무대를 가로질러 가는 배우는 굴곡에 걸려 수시로 넘어진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중력)이 나를 다양한 방햐으로 잡아당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 무대(시공간)가 휘어져 있었던 것뿐이다.

236p

그런가 하면 의문점이 생기는 지점들도 있는데 '외기권 우주조약'이 과연 얼만큼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 것인지, 달과 발견된 위성, 별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어떤 기준인건지 등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우주에 대해 인간의 기준으로 만든 규칙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인간공학의 초기 단계에 등장하는 양극화 현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밑으로 전달되는 수준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인간의 신체와 정신적인 역량을 전제로 일어나는 변화이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일어나는데 그 차이가 극복 가능할까. 그로 인한 지배/피지배의 동떨어짐은 결국 우생학을 입증하게 되지 않을까.

끈이른이 옳다면 우주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4차원 시공간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이 추가로 존재한다.

이 여분의 차원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6개의 차원이 아주 작은 영역에 "돌돌 말려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이를 돌돌 말아서 아주 가느다란 튜브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원래 종이는 2차원 물체지만 가느다란 튜브를 먼 거리에서 바라보면 1차원 물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이를 말았다고 해서 차원이 사라질 수는 없으니, 튜브는 엄연히 2차원이다.

409-410p

책을 읽는 내내 딴 세상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우주와 관련 이론들을 보며 놀랐고 이 방대한 지식들을 책의 흐름 안에서 풀어내는 저자의 글에 또 한번 놀랐다. SF장르의 소설과 영화를 좋아한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큼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언급, 개발 윤리, 물리학, 화학 등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면서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간다움은 무엇이고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소멸에서 어떻게 인류를 보호할 것인가가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이다. 10차원, 11차원의 우주와 그 안의 우리는 앞으로 어떤 생을 그려나갈까.

일부 과학자들은 "시공간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4단계 문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하나의 우주에 만족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크리스 임피Chris Impey

과학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몇 안 되는 사실만으로 산더미 같은 추론을 만들어낸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

360p

+)아, 번역이 정말 깔끔+센스있고 기본적으로 관련 지식을 갖고 있다는게 중간중간에 달린 각주에서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마리 강아지
임정아 지음, 낭소(이은혜) 그림 / 한길사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강아지 네 마리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성가심'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강아지들과 함께 웃고, 울고, 뒹굴며 지내는,

성가셔 죽겠지만 그 성가심을 기꺼이 껴안으면서 날이면 날마다 좌충우돌하며

강아지 일기를 써 나가고 있는 모든 이웃의 이야기다.

또한 평생을 혹은 아주 짧은 순간을 함께한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후

그 막막하고 아득한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나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8-9p)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편에 가깝다. 귀여운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 정도의 애정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겁먹을 때도 많다. 물론 그 이유의 팔할 이상은 과거에 운 나쁘게도 여러번 마주친 제 강아지가 어딜 가나 우선인 무개념 견주들 탓이다. 그 후로 알아서 피하다 보니 별다른 애정도 관심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따뜻한 강아지와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마음 한구석에 묘한 따뜻함을 채운다. 그것도 오랜 시간 함께한 강아지들을 보낸, 남겨진 사람이 쓰는 기억.

순종파인 까미도 내가 고무장갑을 끼고 대문을 나서면

계곡길 반대쪽으로 슬금슬금 올라갔다.

내가 자신을 목욕시킬 때 고무장갑을 낀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반대쪽으로 올라가봤자 멀리 가지도 못하고 돌담 아래만 왔다 갔다 하다가

"까미야, 까미야"하고 내가 큰 소리로 두 번만 부르면 마지못해 느릿느릿 내려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정말로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74-75p)

저자는 이런 면에서 나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사람이다. 국어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강아지를 몇마리씩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잠깐씩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만으로도 느껴지는데 어떻게 이런 애정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큰 애정을 준 첫 강아지 까미부터 샘이, 바람이, 별이, 그리고 곁을 스쳐간 하늘이나 다른 강아지들까지. 오랜 기간 서로를 애정으로 지켜온 강아지와 견주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한 모든 기억들을 사랑으로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그녀의 애정에 서서히 빠져든다.

까미를 보내고 얻은 슬픔과 상실감이 큰 만큼 새롭게 깨우친 사랑의 깊이 또한 크고 깊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비밀인 것 같다.

끝없는 상처와 고통의 연속인데도 인생은 왜 아름다운 것인지를 푸는 비밀의 열쇠,

무심한 바람결에 어디선가 휙 스쳐오는 꽃향기 같은 것.

그래서 삶은 아프고도 아름답다.(115p)

개도 생명이라서 그네들의 작은 행동들이 한번도 가까이서 살펴본적 없는 나에게는 기특하고 신기했다. 새끼를 나은 샘이 주인이 계속 새끼들을 확인하자 보이지 않는 곳에 물어다놓았던 샘이의 행동이나 주인 목소리를 거부하지 못했던 어느 강아지, 새끼를 낳겠다고 따뜻한 방안으로 문살을 뚫고 들어간 까미의 모습까지 개보다 사람이 낫다, 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우리 집 강아지들은 거실로 나가서 자게 되었을까요?

이제 그 아이들은 침대 발치가 아니라 침대 위로 올라오겠다고

밤마다 침대를 낑낑, 캉캉, 박박 긁어대며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시위대에게 항복하고 맙니다. (133-134p)

책의 모든 내용은 강아지와 함께한 저자의 추억에 고스란히 초점을 맞춘다.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과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애정과 슬픔으로 가득한 동시에 솔직한 고백도 망설이지 않는다. 저자가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과 잘못했던 행동들까지.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강아지를 길러오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용납되기 힘든 부분도 있는데 애써 숨기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짖음 방지기 목줄과 성대 제거 수술까지 고민했던 모습들까지 털어놓는 그녀의 후회조차 좌충우돌 많았던 그들의 시간들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들과 산책하려고 목줄을 찾으면 어느 틈에 알아차린 바람이는

현관으로 가서 1초쯤 기다리다가 나를 향해 짖기 시작한다.

나는 세 마리 강아지의 목줄 챙기랴, 휴지와 비닐봉지 챙기랴,

모자 쓰고 휴대전화까지 챙기랴 부산스러운데 바람이는 그 틈을 못 참고

"산책 안 갈 거야?"라며 발을 한 번 구르고는 캉 하고 신호를 보낸다.

샘이와 별이는 엄마가 산책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보고 있기에 짖지 않고 기다리는데

그걸 알 리 없는 앞 못 보는 바람이에게 '기다림'이라는 것은 없었다. (195p)

그리고 놀랄만큼 순수한 강아지들과 별개로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습이 나올 때는 철렁한다. 믿고 맡겼던 하늘이의 새주인이 이빨이 날 시기 동안 허브를 뜯은 행동들로 불만을 표하다가 이내 시골로 보내버렸다는 이야기가 그랬다. 그럼에도 저자의 가족들부터 팔랑이 엄마, 그녀가 맡은 학생들까지 따뜻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특히 바람이의 시체를 저자 대신 여동생이 집으로 데려오고 그 조카가 바람이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들은 뭉클했다. 이토록 순수한 사람들을 만난 강아지들도 그리고 주인들도 참으로 행운인 시간이었다.

운식이는 그런 아이였다.

20년도 더 지난 그 일화를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소년이 자라 아름다운 청년이 된 지금,

자기 집 냉동실에 있는 이모네 죽은 강아지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유쾌한 어조, 멋진 음성으로.

'바람아, 안녕?'이라고.(262p)

덧붙이자면, 영월과 단양처럼 시골에서 지냈던 작은 일상들이 읽는 나에게도 정말 소중하게 다가온다. 특히 초반에 시골에서 까미와 홀로 지냈던 작가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고 영화같이 그려졌는데 공중보건의였던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에는 책장을 넘기자마자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들의 죽음까지. 나는 차마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개나리색의 표지와 몽글몽글한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책의 풍경들과 마주할 때마다 문득 기억날 것 같다.




+)

이건 그냥 덧붙이는 건데 낭소 작가 삽화가 정말 귀엽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동화책 같은 느낌.

특히 삼총사 그림은 푸들인 아이들 털 느낌이 고대로 전달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 - 미래를 꿰뚫어 보고 변화를 주도하는 생각의 도구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확한 의사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은 기업의 속도를 높인다.

속도가 높아지면 변화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변화를 주도하니 미래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미래가 내게 변화를 강요하면 고통이지만, 내가 미래를 주도하면 변화가 곧 기회다.

오해하지 말라. 기업이나 개인의 승리에 기술이 중요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찰력이 앞서기 때문에 수많은 기술 중에서 집중할 기술이 무엇인지를 단번에 간파하고

자본과 경영 능력을 집중할 수 있어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보다 통찰이 먼저다.

25p

통찰은 한자로 밝을 '통通', 살필 '찰察'을 쓴다(20p). '미래학'이라는 마냥 낯설지는 않지만 막연한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통찰'을 미래 예측의 필수요소로 제시한다. 어떠한 과정으로 통찰을 해야하는지, 통찰을 위한 관점의 정확도와 범위는 어떻게 강화시키고 확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그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책의 두께와 낯선 용어들의 홍수로 인해 진입장벽이 살짝 높다고 느껴지지만 핵심적인 키워드와 책이 진행되는 맥락만 대충 파악하면 괜찮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은 '팩트의 축적'이다. 상황적 선입견의 위험성을 뛰어넘기 위해 한 사건을 다양하게 바라보며 이 팩트를 축적해야하는 데 그 방법 중 하나로 신문 기사에서 사실만 발췌해 내는 것 이라는 구체적인 훈련의 방법이 제시된다. 기사는 팩트를 다룬다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온전한 팩트는 생각보다 적다. 키워드로 연결해 나가기, 숫자데이터의 기준점 설정하기, 한계를 정하고 사실 수집하기, 자료를 연관, 정리하며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비난같은 단순한 판단은 금물이며,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같은 패턴화된 흐름이 그 결과물이다.

물론 현대논리학에서는 가추 사고를 타당한 형식논리로는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가추 사고는 추리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거나 혹은 추리해서 통찰해내는 특성이 있어서

셜록 홈스 같은 탐정이나 아이슈타인과 같은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사용한다.

주의할 점은 추 사고로 얻은 결론은 반드시 참이 아니라 참일 개연성이 높은 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가추에 대한 검증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가추 사고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리해내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가추 사고를 잘하게 되면 덩달아서 가설 사고 능력도 뛰어나게 된다.

166p

구체적인 예시로 고정관념 해체 과정의 단계를 가져오면, 1)이슈와 결론을 짝짓고 기술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으로 구분하기, 2) 단어 어구의 모호성을 구분하기, 3) 결론을 내린 이유 살펴보기 의 단계를 이야기한다. genius forecasting처럼 그 이름만 들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개념들도 등장하지만 이러한 생소한 개념들이 응용된 사례를 보는 재미가 있다. 기네스 기록에 오른 브리트니 캘리번의 종이접기부터 석유파동 예측까지 모든 방면의 일상과 이론의 사례를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한 '자료'를 읽으며 이를 구조화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래를 예측할 때도 세상의 '이치'와 '근본 원리'를 생각해보면 강력한 통찰의 힘과 결과를 낼 수 있다.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시간이다.

정해져 있지 않고 열려 있기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풍풍한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미래'도 있다. 미래는 미지의 세계지만, '이미 알려진 미래'도 있다.

이미 정해진 미래, 이미 알려진 미래는 확실한 미래다.

반드시 일어나는 미래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나라도 거스를 수 없다.

거스르려 노력해서 궤도를 이탈하려고 해보아도 결국 정해진 자리로 되돌아간다.

인간이 아무리 권력과 돈이 많아 늙음과 죽음을 거스르려고 노력해도

때가 되면 늙고 병약해지고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이런 미래를 만드는 힘이 '이치'다.

234p

"본질에 대한 엄밀한 사유"의 방식으로 철학부터 수학까지 등장한다. 다양한 방면의 지식이 사회 분석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보았던 철학적, 수학적, 경제적 개념들이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온다. 실체Substance 파악을 위한 생태학적 사회구조 분석도 저자가 말하는 방법 중 하나다. 현상층/유행층/트렌드/심층원동력/심층기반으로 나누고 STEEPPS 를 이용한 분석을 거치면 트럼프의 미국중심주의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생각 확장의 기술을 쌓기 위한 이러한 방법들, 그 외에도 이중표상과 형상화, 유추 등의 방법이 수없이 등장한다.

다른 하나는, 전체적으로는 열린 시스템이지만, 특이하게도 부분적으로서는

조직적으로 닫힌 시스템의 속성을 지닌다.

즉 전체 시스템은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는 열려 있지만, 조직적으로는 닫혀 있다.

이 말은 각각의 시스템이 주위환경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각 시스템은 에너지, 물질, 정보의 지속적인 교환을 하면서 자기들 주위의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닫혀 있다'라는 의미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그 시스템들의 구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303p

정해진 정답이나 단계는 없다. 독자가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분석하냐에 달려있다. 나에게 인상 깊었던 방법은 일명 새옹지마 방법인 퓨처스 휠이었는데 이를 통해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 같아 매력적인 방법이다. 물론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앞의 일과 상관없이 결과를 보는 방식이라. GBN, 시나리오 나무 등 오랜 시간 저자가 연구하고 만들어온 구조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성공적인 미래 형상Image of a future 을 위해.

마인드 세트라는 생각의 습관을 초반에 언급된다. 다소 광범위하게 보이지만 계속 생각하기 위해 기록해보면, MS1 미래에 대한 관심, 생각, MS2 많이 잘 읽으면서 분량과 관점을 확장시킬 것, MS3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UNCHANGEABLE한 것 구분, MS4 현상의 이면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driving force, MS5 어떻게 연결되는지, MS6 '이치'에 대한 고민, MS7'사고 '실험을 통해 주고받는 피드백 MS8. 사람에 대한 생각, MS9 최악의 상황을 생각, MS10 기회와 위기에 대한 생각 습관을 기르는 것. 이러한 훈련을 통해 뇌신경 상태는 계속해서 단련 가능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미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범주에서 미래 정보를 생산하거나

미래 가능성을 연구하는 예측을 '안전하다' 혹은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①논리적으로 제법 그럴듯한 미래a plausible future

②확률적으로 일리가 있는 (타당한) 미래a possible future

③확률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일어날 경우 영향력이 큰 임의의 미래a wildcard or unexpected future

④(규범이나 비전에 따라) 선호하는 미래a preferred future

386-387p

내용 자체가 방대하고 기술적인, 다방면의 개념들을 다루고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일단 페이지 수를 보고 처음에 엄두가 안 났고 통찰과 예측력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하는 3장이나 도입부 부터 수학 얘기 할거라는 북인북을 시작하면서는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 개념을 복잡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철학적인 개념의 설명이 많은 생각을 요하고 학문의 '역사'와 '의미'에 가까운 내용이다. 북인북도 수와 기하의 역사에 가까운 내용이다. 소크라테스의 보편적 진리' 유클리드의 다섯가지 공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개념임에도 새롭게 다가온다.

지수적 증가의 또다른 예는 음계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8음계는 최고의 균형을 가진 진동이다.

아름다움의 극치다. 8음계의 진동수는 인간의 귀에는 똑같이 한 단계씩 증가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8음계의 진동수는 '배수' 단위로 증가한다.

지수함수와 로그는 서로 역이다.

즉 8음계는 지수적 증가를 하는 진동이지만, 인간의 귀에는 로그값이 들리기 때문에

한 단계씩 아름답고 균형 있게 증가하는 것처럼 들린다.

지수적 증가를 직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간의 치명적 결함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550p

인공지능에 대한 예측까지도 언급하는 저자는 인공지능을 단계별로 나누면서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현재 상태를 규정하며 결국 '데이터지능화 역량'에 달린 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막연한 개념만 알고 있던 현상이나 다양한 통찰의 방법을 제시하는 점에서 정말 유용한 '도구'의 쓰임새를 제대로 갖춘 책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미래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신중한 통찰을 보여준다.

모순Paradox와 궤변을 조심해야 하며 위험한 예측(예언)과는 구분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통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이다. 완벽한 '이치'를 구현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은 '신'이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에 조심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미래학은 단순히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내고 끝나는 학문이 아니다. 문제를 발견해낼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 태도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강조된다.

역사가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사고의 힘을 활용하여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과거 교훈'을 얻는 것이라면,

미래학은 과거와 현재의 자료를 근거로 사고의 힘을 활용하여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미래 교훈'을 얻는 학문이다.

그래서 미래학에서는 검증의 영역을 예측하는 '내용'의 현실 가능성에 두지 않는다.

이는 특정한 예측 내용이 100퍼센트 정확하게 맞았느냐 틀렸느냐는 것을 검증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미래연구의 목적이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과 가정을 연구하여 통찰력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확률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통찰력을 위해서일 뿐이다.

42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