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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홍보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하는 것인지...? 영화 청춘은 주로 남녀주인공들이 벗었다는 것에 중점을 두어 홍보했다 그렇지만 않았어도 영화관에서 볼 법했던 영화다. 근데, 홍보에 속아 거짓말이나 미인처럼 벗기기에 열중한 영화인 줄 알고 관심 갖지 않았던 영화다.  친구중 하나가 김래원이 멋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영화라고 말하길래 혹하여 비디오로 빌려다보았다.^^;;;

성장통이 제대로 그려진 영화였다. 물론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는 더욱 적확하게 대한민국의 20살을 그려내고 있고 카피도 섹스말고도 우리에겐 궁금한 게 많다 였나 뭐 그런거 였지만, 그 영화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나가게 된 여학생들이고 "청춘"의 화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대학에 들어가게 된 남자애들이다. 굳이 섹스를 매개로 그들의 방황을 그려내야 했던것는 성별에 따른 차이점 그리고 돈벌이를 해야하는 입장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영화에서 김래원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 섹스할 때의 냉소적인 눈빛 다른 사람과 가까워질려할 때의 두려워하는 느낌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그 힘들어하는 모습까지도... 나는 개인적으로 김래원이 연기한 자효의 고민과 고통은 이해가 되는데, 수인의 고통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혼란스럽고 어려운 성장의 시기이겠지만 수인은 그냥 자신의 우울함 때문에 죽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자체는 나의 20대도 돌이켜보게 만들고 아직도 정제되지 않은 나의 모습도 느끼게 했는데,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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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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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에서는 서점인들이 선정한 '서점대상'이 꽤 효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산 책이다. 사실 서점인은 책을 가까이에서 접하기에 책을 가장 빨리 읽고 소비자(독자)에게 자기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며 권할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실 그냥 고객이 원하는 책이 어디에 분류되어 있어 어디에서 찾을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인의 역할을 하기 쉬운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예전에 서점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었던 나로서는 그들이 제시하는 책을 접해보고 싶었다.

며칠전에 "첫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로 뇌의 측두엽이 손상되어 기억이 사고나기 전 시점에 멈추어버려 자고나면 그날이 항상 사고나던 날의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그리하여 그날 만든 일은 그 다음날에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는 매일 자신을 처음보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여자에게 자신을 인지시켜야 한다. 이영화에서 의사가 이 여주인공의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하더니 사실 이 책에서 나오는 박사는 80분 동안만 지속되는 기억력으로 모든걸 80분마다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박사와 그 집에 고용된 미혼모 파출부 그리고 그녀의 아들 루트 사이에 쌓이는 우정에 대해 쓴 책인데, 박사의 어린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그의 애정에 감사할 줄 아는 아들, 박사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갖고 참을성있게 대하는 파출부 사이에 형성되는 인간애가 맘을 설레게 한다. 박사는 수학박사이다. 아직도 악몽은 수학문제를 푸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수학을 소재로 삼을 소설은 신선하고 신기했다. 그리고 그 수학을 소재로 쓰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정말 소수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수라고 느껴지게 만드는 작가는 참 대단하다. 사실 나는 읽다가 박사가 열정적으로 수학의 여러가지 법칙-... 벌써 기억이 안난다..^^;;;- 에 대해 설명할 때면 좀 지루하기도 했는데 파출부가 박사의 설명에 열심에 귀기울이는 장면을 읽다보면 그 파출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특이한 소재로 감명을 주는 그런 소설이다.  다음은 소수에 대해 나도 공감하게 만든 소설에 나온 문장이다.

"나는 소수의 매력은 그것이 어던 질서 속에서 출현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1과 자기자신밖에는 약수가 없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각각은 제멋대로 흩어져있다....... 그 무질서가 완벽한 미인을 추구하는 박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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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의 엄마는 모성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헌신적이고 게다가 게으른 아버지에게도 따뜻한 사람이기에 이 영화에 나오는 엄마(고두심분)처럼 입 걸고 억척스러운 게다가 착해서 무능한 아버지를 구박하는 그런 타입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딸(전도연분)이 욕잘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엄마와 바보스러울만치 착해서 무능한 아버지에게 절망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부끄러워하고 본인을 절대로 가정을 만들지 않겠다고 혹은 엄마같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딸이 공감하지 않을까싶다. 자라면서 누구나 생각하는 '엄마처럼 살진 않겠다'.... 엄마가 헌신적인 경우에도 혹은 억척스런 경우에도 70년대에 태어난 우리딸들의 대부분은 조화롭게 살아가는 부모의 전형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가 국가주의와 어울려 공고했던 그때만 해도 그 자체가 불가능했을까? 사실 모든 일은-가사일부터 돈버는 일까지- 엄마가 다하면서도 사회적인 권한은 남자에게 있던 시대에.... 이영화에서도 보증을 서는 일이 부부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했다면 엄마는 그렇게까지 모질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던 나영은 아픈 아버지의 가출로 여행을 포기하고 어쩔수 없이 아버지를 찾아나서게 된다. 아버지를 찾아나선 섬에서 시대가 바뀌며 나영은 젊은 시절의 엄마와 함께 지내게 된다. 현재의 억척스러운 엄마가 맑고 수줍은 모습의 20대초반의 모습이고 현재의 무능한 아버지가 해맑고 따뜻한 모습의 20대이다. 그들이 수줍고도 애틋하게 만들어 나가는 사랑의 모습은 나영을 감동시킨다.   과거의 엄마와 만나고 나영은 내면에서 엄마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되고 현재의 남자친구도 자신의 범위안으로 끌어들일수 있게 된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듯하면서 한편으로 아리송하다...

젊은시절의 맑고 깨끗한 젊은이들이 세월의 흔적으로 모질고 무능해지는 모습은 여전히 속상하고 나영이 결국은 어떤 이유든 엄마와 화해하고 본인도 가정을 이루는 모습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들도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현실적인 이유든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은 대부분 가정을 이루게 되지 않던가...?

전도연, 고두심의 인상깊은 연기와 우도의 아름다움 그리고 박해일의 해맑은 모습으로  기억에 오래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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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지는 관계맺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30대후반의 윌과 학교적응에 실패한 10대소년 마커스와의 기묘한 관계맺기에 관한 영화다. 브릿짓존슨의 일기로 대히트를 기록한 워킹타이틀의 작품인데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인지 꽤 재미있고 인상깊었다. 

윌은 백수이며 모든 진지함이 요구되는 관계를 두려워한다. 모든 인간은 섬이다라는 굳건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친구아기를 보러가서 아기를 안아주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윌의 모습에 나는 꽤 공감했다. 사실 백수로 지내도 될만한 여건이 되는 윌이 상당히 부러웠다. 영화에서 그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그를 가볍고 이기주의라고 비난했지만 나도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아이낳아 키우기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면에서 그에게 오히려 친밀함을 느꼈다. 물론 나는 우아한 백수로 살 수 없는 처지이기에 그보다는 진지할 수 밖에 없지만 부유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의 그에겐 그런 생활방식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마커스는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꿈꾸는 싱글맘과 함께 사는 10대 소년이다. 그 소년은 엄마의 자살시도를 계기로 둘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둘중 하나게 죽으면 하나밖에 남지 않으므로 한명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의 데이트 상대로 윌을 지목하여 셋이 되기위해 노력한다. 학교에서 왕따인 마커스가 지내는 모습이 많이 안타깝고 엄마의 우울증을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소년이 안쓰러웠다. 그러면서 윌에게 접근하는 그의 모습은 또 얼마나 집요하던지....마커스와 윌이 매일 시청하는 퀴즈프로그램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일상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모든 관계를 거부하는 윌에게 마커스는 유일한 의미가 되고 그런 소중한 마커스에겐 엄마밖에 없기에 윌은 그 엄마의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비약일수도 있는 부분이긴 하나..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맘에 들었다. 내가 꿈꾸는 그런 모습이기 때문일까..? 둘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마커스에겐 여러사람이 함께 모인 모습이 만족으로 느껴지고 윌도 따뜻함을 느낀다. 모든 인간은 섬이다. 그러나 서로 연결되어있다. 모든 섬도 사실은 바다밑에서 서로 연결되어있다. 윌이 그가 호감을 느끼는 여자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끝났다면 너무 실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윌과 마커스 모자 그리고 서로 호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장면으로 끝낸 영화는 어쩐지 따뜻했고 좋았다. 한사람을 죽도록 사랑해서 그외 다른 모든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실 공감도 안되는 영화보다 한 소년을 통해 관계맺기를 배우고 서서히 다른사람과 연대하는 윌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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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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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남기는 주체가 남자들이였기에 역사는 어쩔 수 없이 히스토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려오는 여러가지 기록들에 살짝 이름을 비친 여자들은 상당히 비범한 인물들이거나 혹은 기록을 직접 남길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경우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14명의 여성 선배들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일 것이고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송덕봉과 강정일당이었다.  송덕봉은 본인은 며느리의 도리를 다하였으니 남편에게 사위의 도리를 다할 것을 종용할 만큼 자신감있고 당당한 여인이었으며 또한 남편이 본인 스스로 고상하고 우아함을 자랑하려 할때-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자랑한다거나,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았음을 칭찬받으려 할 때-조소하고 조목조목 반박할 정도로 활달하다. 그런 면이 나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강정일당은 송덕봉의 활달함이나 당당함과 달리 너무나 근면하고 성실한 그런 느낌이지만 역시 남편의 멘토였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배고픔과 추위 게다가 연이어 아홉이나 되는 자식을 잃는 고통속에서도 담담하고 의연한 정신을 놓지 않았다는 것도 강렬한 느낌이었다. 

물론 두사람 모두 부인을 아낄 줄 아는, 당시로 보면 꽤 깨어있는 남편을 만났기에 이들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어 한편으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재능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남편 혹은 집안의 형제를 가졌기에 그 이름이나마 남길 수 있었으리라. 재능은 있으나 집안은 가난하고 게다가 결혼한 남편은 옹졸하여 재능있는 부인을 오히려 덕이 없다 여기는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주변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라면 아마도 그 재능이 삶에 걸림돌로 한평생을 우울함속에 살았으리라 생각하니 나 또한 우울해진다.

그나마 기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14명이라도 복원하느라 고생한 지은이들에게 감사한 느낌이며 나의 후배들 혹은 딸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발견하여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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