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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평점 :
기록을 남기는 주체가 남자들이였기에 역사는 어쩔 수 없이 히스토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려오는 여러가지 기록들에 살짝 이름을 비친 여자들은 상당히 비범한 인물들이거나 혹은 기록을 직접 남길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경우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14명의 여성 선배들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일 것이고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송덕봉과 강정일당이었다. 송덕봉은 본인은 며느리의 도리를 다하였으니 남편에게 사위의 도리를 다할 것을 종용할 만큼 자신감있고 당당한 여인이었으며 또한 남편이 본인 스스로 고상하고 우아함을 자랑하려 할때-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자랑한다거나,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았음을 칭찬받으려 할 때-조소하고 조목조목 반박할 정도로 활달하다. 그런 면이 나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강정일당은 송덕봉의 활달함이나 당당함과 달리 너무나 근면하고 성실한 그런 느낌이지만 역시 남편의 멘토였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배고픔과 추위 게다가 연이어 아홉이나 되는 자식을 잃는 고통속에서도 담담하고 의연한 정신을 놓지 않았다는 것도 강렬한 느낌이었다.
물론 두사람 모두 부인을 아낄 줄 아는, 당시로 보면 꽤 깨어있는 남편을 만났기에 이들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어 한편으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재능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남편 혹은 집안의 형제를 가졌기에 그 이름이나마 남길 수 있었으리라. 재능은 있으나 집안은 가난하고 게다가 결혼한 남편은 옹졸하여 재능있는 부인을 오히려 덕이 없다 여기는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주변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라면 아마도 그 재능이 삶에 걸림돌로 한평생을 우울함속에 살았으리라 생각하니 나 또한 우울해진다.
그나마 기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14명이라도 복원하느라 고생한 지은이들에게 감사한 느낌이며 나의 후배들 혹은 딸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발견하여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