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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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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카피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 정말 온전하게 흡입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420여쪽에 이르는 소설을 하루에 다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의 '고령화 가족'에 반해서 이 책도 사게 된 것인데 역시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작가이다.

읽는 내내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떠올랐다. 그건 비단 나만이 아닌 것 같지만..... 마르케스의 작품처럼 고래에서도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그 환상이 오히려 더 리얼리티를 담고 있는 듯한 점이 마르케스를 떠올리게 했다. 꽤 긴 이야기를 강렬한 서사의 힘으로 이끌고 가는 소설이여서 등장인물도 여렷이고 사건도 단편적이지 않고 호흡이 길다 보니 다 읽고 난 느낌은 뭐랄까 전반적으로 흡입력 강한 거대한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 그리고 돈과 명예 고독과 고통까지도 모두 나의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득실을 천천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그런 여운을 남긴다.  

남다른 체구로 태어난 춘희는 평생을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절대고독속에서 산다. 지적인 능력이 떨어져 본인의 고통을 남에 대한 저주나 원한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춘희의 엄마는 평생을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내팽겨치기도 하고 돈을 쫒기도 하지만 결국은 불을 쫒는 불나방처럼 한평생을 살게 된다. 또한 이 이야기의 시발점인 노파는 어떠한가? 그는 원한과 복수의 정념만을 갖고 살았고 또한 그 복수를 이룬 듯이 보이나 마지막 춘희 앞에 나타났을 때는 지친 느낌이다. 자,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안락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돈과 명예 혹은 사랑까지도 자신의 인생에서의 득실을 천천히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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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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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미있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기에 올해도 별다른 주저없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싱커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SF소설은 내가 그닥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 창비상를 믿고 읽게 되었다. 

읽은 느낌은 역시나 믿고 선택하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배경은 미래이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현재와 같았다. 돈많은 자손들인 유전자귀족들과 대다수의 늦둥이들 그리고 그러한 시민도 되지 못하는 난민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늦둥이들. 그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지금의 한국사회의 10대.20대를 떠올리는게 되었다. 주로 늦둥이들이 싱커로 살면서 삶의 활력을 찾고 광장에서 싱커 댄스까지 하게 되는데 그들의 활기를 볼온시하는 지배층과 언론을 보면서도 현재의 우리 사회가 그대로 오버랩되었다. 

주인공인 미마가 늦둥이로 무기력하게 살아가다가 싱크를 하게 되면서 삶의 활기를 찾고 친구들과도 교류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원치 않았지만 지배층과도 대립하게 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사실 어느 사회든 무기력한 대중을 좋아하지 않는가. 그들이 무언가 각성하고 활기를 찾게 되면 그것 자체가 위협이 되기에 그리도 싫어하는 것이겠지.  책에도 나와있지만 어떤 종류의 경험은 사람의 인생을 전과 후로 나눈다.

P.S 반려수(伴侶獸)를 싱크하는 것, 역진화에 대한 내용, 반려수에 싱크한 경우 인간의 감정으로 반려수가 반응하는 내용등도 신기하고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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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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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흥미진진하며 워낙 재미있게 읽혀서, 절대적 수면시간 확보를 중요시 하는 내가 밤잠을 설쳐가며 읽은 책이다. 다 읽고도 그 감동이 너무 먹먹하여 주말에 다시 정독하였다. 다시 읽을 때에는 간간히 나오는 유머에 낄낄거리며 읽었다. 내가 왜 그리 감동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우선, 정신병원은 치료기관이 아니라 순응을 체화시키는 교육기관이라는 수명의 말에서 한 번 가슴에 살짝 통증을 느꼈다. 비행을 배운 이후로 가슴에서 널뛰는 광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는 승민의 말에서는 결국 현대 도시인의 삶이 약간이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모두 정신병원에 가둬두는 형태인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연애하는 기분으로 대한 승민은 수명의 말대로 개미구멍만한 틈만 있어도 탈출하려고 하는데그 무모함이 죽을때까지 정신병원에서 살기로 작심한 것처럼 보이는 수명이 보기에는 황당함 그 자체이다. 승민이 탈출하려고 하는 이유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듣고는 나도 수명만큼이나 한대 맞은 것처럼 명했다. 

나는 수명처럼 승민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질문하게 되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었이며,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었인지...? 사춘기도 아닌데 아직도 답을 못찾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이다.

일상에 대한 탈출이 그리워질때 다시 승민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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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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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이어 읽은 책이 어찌하다 보니 신자유시대의 피해자로 살아야 하는 20대의 삶에 대한 우려 혹은 묘사가 잘되있는 책들이었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 그리고 이 책 김영하의 "퀴즈쇼"이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는 경제학자가 쓰는 20대에 대한 연민 혹은 20대 스스로 연대하여 각성하라는 사회과학의 책이라면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목표인 20대의 모습에 대한 적나라하면서도 건조한 묘사가 우울했던 책이다. 김영하의 "퀴즈쇼"는 김애란의 책처럼 사실 그 전세대보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20대의 삶에 대한 직시가 뛰어나면서도 김애란과 다르게 좀더 읽히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어떤면에서? 요즘 소설의 흐름에서는 많이 약해진 서사구조의 강한 얼개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다. 주인공이 퀴즈게이트(?) 회사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생활하고 거기에서 튕겨져나오는 과정이 현실성이 결여된 듯 보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IMF이후 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어찌나 잘 그려져 있는지 우울하고 씁쓸했다. 한편으로 한발만 잘못 딛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의 삶에 대한 공포도 다시 한 번 살짝 들었다.

아, 정말 우석훈 박사의 말대로 우리 모두 연대하여 짱돌을 들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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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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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나는 처음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었을 때 뭐 재미있긴 한데 이게 소설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냥 시트콤 같았다.

소설은 뭔가 달라야 한다는 나의 편견이 구시대적이라 해도 중고등학교때 문학은 순수함 혹은 인생의 의미 그 자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겐 뭔가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표면적으로 자본주의의 생리를 조소하는 내용 같지도 않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 소설이라고 일컬어지기에는 기이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머릿속에 오래 남는 소설이었는데 정이현의 새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을 읽고서야 그 이유가 명확해졌다. 작가가 소설속에서 말하는 태도는 얼핏 체제순응적이다. 아니 체제순응적이다 못해 체제가 유포해놓은 환상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이데올로기(?)를 쫒아서 사는 여자들이 소비자본주의가 유포해놓은 환상을 쫒아 매뉴얼적으로 사는 모습을 미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태도를 쫒아가다 보면 어느새 " 그래서 그들은 안전했을까" 혹은 "경계선 안쪽에서 살려고 버둥버둥하는 나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32평 아파트와 중형차, 그리고 아이의 좋은 학군을 꿈꾸는, 그 안에 편입되려 애쓰는 30대 주부인나....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가면 과연 안전한 것인가?

체제의 안쪽으로 편입되려 애쓰면 결국 안전해 질 것이라는 것이 환상인가? 아니면 체제를 이탈해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순진한 환상인가? 갈수록 모호해진다.

하루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앞으로의 정이현의 소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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