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첫째, 재미있다.

이유는 학문적이지 않고 상당히 시사적인 내용들(신문, 문학 작품의 인용)과 재미나는 비유들이 많다. ("난쏘공"은 없다.) 진지한 학문적인 내용은 양념처럼 얇게 가미되어 식자풍 허영심도 조금 채워준다. 그에 이어지는 진지하고 독자적인 성찰과 논의는 통째로 빠져있어 논의를 추적하는 독자의 수고로움은 덜어주는 관계로 뭔가 기워입은 느낌의 유식자 코스프레의 중산층 키치문화감각마저 충족시켜준다.

둘째, 진지함에서 다소 떨어진다, 제목부터...

바쁘게 발레조(아파트 공화국)를 반박할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위의 이유로 덜 정제되고 약간은 치우친 내용들이 많은 느낌이다. 학문적인 탐구 목표와 그 성취물로 독자들이 접근한다면 약간 후회스런 독서가 될 수 있다. 다소 의미를 부여한다면 관련된 독서목록이 뒷편에 잘 정리되어 있어 그를 통한 연결제 모르타르 역할이라고나 할까?

셋째, 지은이 좌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독자에게 불필요한 수고로움을 선사하는 이분법 좌우진영논리와 은근한 레드콤플렉스를 선물한다. 아파트를 탐구하는 학자연 하는 태도와 모습으로 시작해서는 중간과 결론에서는 레드콤플렉스를 맥락없이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136p."한국의 화이트칼라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경화를 막는 결정적적인 방파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 vs. 노동자" 이분법과 "이념적 좌경화"는 이 대목에서 무엇이란 말인가?

마지막 장의 "이와 같은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좌파 진보 평등주의 이데올로기가 쉽게 파급될 수 있는 온상을 제공한다.""좌파 포퓰리즘의 득세를 막아"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아파트를 통한 어떤 소명의식이 확연히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넷째, 지은이의 마지막 아파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뒷바침해줄 지표, 조사, 자료가 부족해서 일방적 이야기로만 해석된다. 적어도 발레조는 "프랑스는 어찌어찌 했으니, 한국도 조심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은이는 무한정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장미빛으로 마감한다. 그래~ 아파트에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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