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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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강남을 다녀왔다. 다른 곳보다 터무니 없는 가격과 맵시나게 차려 입은 사람들, 항상 밀리는 자동차들, 고층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뒷편의 일본식 주점과 데크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높은 아파트와 엄청난 교육열에 호응하는 학원들...... 얼마전 선거에서 보여준 그곳 주민들의 단결력...... 종교단체에 바치는 헌금도 작은 봉투를 만들어 제출하는 그곳만의 체면 아니 보안의식......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것을 모두 응축해 한곳에 담은 그곳 바로 서울의 강남이다. 강남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토록 갈증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태연히 마음속의 이상향을 대체하는 선계의 다른 이름이 된 것일까?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총아로서 강남은 그럴만한 탄탄한 실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강남몽은 일제시대부터 삼풍백화점 붕괴까지의 시대상을 아우르며 역사의 이면을 깊게 핥으며 그 이면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1995년 다리와 백화점이 한해동안 무너지는 시점을 작가는 종언과 출발의 지점이라 말하고 있다. 물론 강남의 한 곳에서 나또한 티뷔로 지켜봤다. 모방송국 아나운서가 백화점 붕괴로 나온 먼지에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다며 타방송에서는 취급하지 않은 단독취재 내용의 특종이라며 무너진 백화점의 잔해를 뒤로하고 마스크를 한 모양으로 평정심을 잃지않고 방송사를 홍보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마지막으로 구조되어 나오던 아가씨가 눈을 덮은 담요를 제껴 밖을 보던 모습또한 생생하다.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강남몽에서 보여주는 모습보다 그러니까 구조되어 나온 아가씨가 바라보던 그 세상보다는 더 나은, 더 좋은, 더 건강한, 더 공정한, 더 살만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혹시 박탈감에 분노는 더 깊어져 있고, 상승을 위한 사다리는 모조리 걷어차여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빈곤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남으로 가는 지하철은 항상 만원인것 같다. 우리에게 강남은 욕망이 낳은 장소이고 또다른 욕망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새로운 욕망을 품게 하는 장소이다. 그래서 강남꿈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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