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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다섯가지 감각(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과 덧붙여 공감각을 포함한 6가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450쪽 넘게 담고있다.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느낌에서부터 저 먼 우주까지 그리고 다시 마이크로한 미세계까지, 먼 고대의 벽화에서부터 현대의 IT기술까지, 전세계의 오지까지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 폭포물 같은 지식의 세례이다. 다만 풍부한 이야기들 이지만 전체가 어떤 스토리를 품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짧은 이야기들의 연속이여서 연관관계가 부족한 관계로 주의를 놓치지않토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독자들의 머리도 비슷한 양과 강도의 계속되는 지적 자극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게으른 짓과 딴청을 피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지도 모른다. 책속의 수많은 고유명사와 번역하면서 맛이 감소되지 않도록 애쓴 명사, 형용사 등등으로 그 예민한 애커먼씨의 감성과 느낌이 물씬 느껴지게 한 옮긴이의 수고와 노력에도 박수를 드리고 싶다.
저자는 대단한 감수성(왜 웃음이 나오지, 모 개그프로 때문인가?)의 소유자로 소소한 것들에서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고 무미건조하고 매력없는 삶의 모습에 경고등을 깜박이고 있으며, 삶에 게으른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며 깨어나길 차분히 종용한다. 변화와 새로움이 없어 졸기 시작한 감각은 일깨워 열심히 일하도록 응원해야할 것이고, 너무 오래 동안 지속된 노출로 피로감이 누적된 감각은 한동안 만이라도 다른 곳을 향하도록 해서 지루함을 해소해야 다시 힘찬 망아지처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책 서문의 첫 시작하는 문장과 마지막 후기의 끝나는 문장이 묘한 댓구를 이룬다.
"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 그것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가로놓여 있는가. "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감각을 통한 경험뿐이다. 이 책은 그런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