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2천 년의 비밀 롯데학술총서 3
이덕일 지음 / 만권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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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기史記를 포함한 중국 역사책의 기록을 통해 삼황오제로부터 하은주 삼대에 걸친 고대 왕조의 민족귀속성을 추적한 책이다.

전한시대 태사공 사마천의 기전체 역사서 <사기史記>에 대한 악평은 익히 들어서 알고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악평은 내용 짜집기, 끼워맞추기와 선후가 전혀 맞지않는 정합성의 오류를 주로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전 악평들에 더해 이번엔 "하화夏華역사 창작"이라는 내용을 하나 더해야겠다. 특히 동이東夷의 역사를 이용해 하화夏華를 창조해냈다는 것인데 예전에 없던 하화를 새로 만들면서 동이를 애써 지우고 가감과 윤색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기史記가 현재 중국의 역사공정에서 주재료로 이용되고 있다는 르뽀이다.


35p. 양계초는 사마천을 "사학계의 조물주"라고 불렀다. ...... 사마천이 '조물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 그야말로 실체가 없었던 한족族을 만들고 그 한족들의 중국사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든 한족들의 천하사가 바로 <사기>다.


73p. 현재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직접 주도하는 국가 차원의 여러 역사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 핵심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내에서 발생했던 모든 역사는 하화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80p. 중국은 최근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중원의 고고유적들이 대부분 동이문화임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동이문화는 후대에 하화문화로 편입되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화문화가 언제 시작하는지 즉, 하화족夏華族이 언제 시작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역사공정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164p. 사마천은 황제도 신농도 치우도 모두 동이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보다 유명한 동이족은 신농과 치우였고, 특히 치우는 유명한 동이족 군주였다. 그래서 사마천은 동이족 군주임이 명백한 신농, 특히 치우와 싸운 황제를 하화족의 시조로 설정해 중국사의 계통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사마천이 중국과 만이蠻夷를 구분하는 '화이관華夷觀'을 갖고 있었음은 앞서 인용한 "효무본기"의 중국과 만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다.

   유학자들은 화이관을 하화족의 중요한 사상의 하나로 만드는데, 사마천은 제후가 아니었던 공자를 제후들의 사적인 <세가>에 편입시킬 정도로 유학에 깊이 경도되었던 인물이었다. 공자와 사마천에 의해서 '화이관華夷觀'이 동아시아 유학 사회의 기본 관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마천은 비록 때로는 유학의 틀에서 벗어난 <화식열전>이나 <유협열전> 등도 서술해 비판도 받았지만 그 근본은 유학적 화이관을 갖고 있었다.


166p. 사마천은 그래서 황제부터 시작하는 중국사의 계통을 만들어 유방이 만든 한漢나라를 화이관 계승자로 만들 수 있었고, 이후 중원을 차지한 여러 왕조들이 이 화이관을 바탕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다른 이夷들을 방위개념의 동이, 서융, 남만, 북적으로 비칭卑稱하면서 화이관은 중국인의 세계관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하화족 자체가 만들어진 민족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화이관 자체가 공상의 개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72p. 중국은 현재 자신들을 한족漢族, 또는 하화족夏華族 이라고 부르는데 누구도 그 뿌리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재 중국에서 전해지는 고대 사료를 통해 하화족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족族의 역사가 드러날 뿐 하화족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227p. 하화夏華와 사이四夷 개념은 사마천의 <사기> 이후에 뚜렷해지는데, 후대에 만들어진 이런 개념을 앞 시대에 적용해서 상고시대부터 하화와 사이의 개념이 있었던 것처럼 호도된 것이다. 고사변학파가 말한 것처럼 중국상고사는 뒤로 갈수록 시대는 올라가며, 뒤로 갈수록 상고시대의 내용이 풍부해지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사이四夷의 개념 역시 후대에 만든 것을 앞 시대로 소급시켜 마치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만든역사'이다.


229p.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들 지역들은 모두 동이족들이 살던 지역이고, 각지에 봉해진 나라들은 모두 동이족 국가들이다. 중원 고대 국가들의 민족귀속성을 살펴보면 이른바 하화족의 국가는 찾을 수 없다. 중국상고사의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공자가 이상사회로 높인 하은주夏殷周 삼대도 모두 동이족 국가이다. 은나라가 동이족 국가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 하화족의 나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주나라도 다름 아닌 사마천이 작성한 계보를 보면 동이족 국가이다. 주나라 시조 후직이 동이족 소호의 손자인 제곡의 아들이자 후직의 어머니 강원이 동이족 유태씨니 부계로 보나 모계로 보나 주나라는 동이족 국가이다. 하화족이라고 볼 수 있는 사료적 근거가 없다. 


331p. 이족의 실체는 중원에 널려 있지만 하족의 실체는 모호하다. 즉 하화족의 중국사는 사마천을 비롯한 여러 역사가들이 만든 개념인데, 이제 그런 만들어진 역사의 실체를 찾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P.S. 요하와 패수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국과 한국의 상고사, 고대사 논쟁에 대해 이덕일님의 <사기, 2천 년의 비밀>은 역사책, 사료를 재료로 민족귀속성 추적(결국 모두 동이東夷족)을 얘기해 나갔다면 , 우실하님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은 요하遼河 주변 최근 고고학 발굴 결과와 유물, 유적을 중심으로 사료 이전 한국, 중국 두 나라의 상고사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중국의 역사공정 및 동북공정 관련으로 함께 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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