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나가 미츠지의 장자 내편 -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후쿠나가 미츠지 지음, 정우봉.박상영 옮김 / 문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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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일본에서 초판이 나온 책으로 2020년 1월에 나온 한글번역본이다.

'장자(장주)'는 중국 전국시대 인물로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와 동시대인이다.(424p.)

현존하는 책 "장자" 33편은 위진시대 진晉나라의 곽상이 정리해 33편 체제로 만들었고(435p.) 자기의 주注를 달았는데 크게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3개로 구성된다. 

후쿠나가 미츠지는 중국철학을 전공하게된 계기도 "장자" 책이고, 2차대전 참전 중 전장에서 "장자"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고 술회한다.(441p.)


이 책은 "장자" 전체 33편중 "내편"에 해당하는 7편에 대한 후쿠나가 교수의 주注를 번역한 책이다. 물론 이어지는 후쿠나가의 외편과 잡편도 있는 것 같다. 

나는 후쿠나가 미츠지 福永光司 교수를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과 안동림의 '장자' 책 속에서 얻어들어 알게되었고 후쿠나가 교수의 이 "장자" 책을 보며 그의 학문이 정녕 허명이 아님을 여실하게 알았다. 

후쿠나가 교수의 장자 설명은 진실하고, 실제 체감형이고, 현대적인데 특히 "장자"가 기원전 중국의 전쟁국가시대라는 피폐한 시대 현실을 배경으로 나왔다면(425p.), 후쿠나가의 이 책은 2차대전 참전과 패전군이라는 후쿠나가 교수가 실제 체험한 전율과 고뇌를 배경으로 한 인생의 깊은 사색이 담겨있는 책이다.(441p.) 이 책으로 읽은 후쿠나가 교수의 "장자" 설명은 상당히 경건, 겸손하고 깊은 사색과 절제되고 종교적인 느낌을 담고있어 흡사 불교의 수도 깊은 스님의 법문을 대하는 듯하다.


톺아볼 지혜가 아직 부족한 아마추어가 보는 장자와 노자의 단순 비교는

장자의 도道는 정리가 필요없는 나이브한 상태로 한몸이 됨을 말하고, 

노자는 멀리 있는 도를 말하며 도의 은밀한 추구를 말하는 것 같다.

장자는 도를 말하며 내가 사라지는 경지(만물제동)를 말하고,

노자는 도의 이치로 현실의 나를 변화시켜 제세濟世해야 함을 말하는 것 같다.

(※ 장자와 노자의 비교에 대한 후쿠나가의 의견은 이 책 후기 430쪽에 실려있고, 427쪽에는 유가와 노장의 비교가 실려있다.)


아쉬운 한 가지는 장자 원문 한자 밑에 나오는 한글 해석글만으로는 정확한 내용 파악이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다시 아래로 이어지는 후쿠나가 교수의 긴 설명글을 봐야 정확한 내용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부분이 압권이다. 너끈히 별 다섯이다.

(※원문에 대한 정확한 한글 번역문은 후쿠나가의 "장자" 번역본이 안동림 "장자"의 가독성, 이해용이성에 못미치는 것 같다. 감히 안동림과 후쿠나가의 장자를 두고 비교한다면 후쿠나가는 경건하고 종교적이고 자세한 설명이라면, 안동림의 "장자"는 현실의 지조 높은 처사가 정확히 할 말만 하고 거기서 그치는 담박한 설명으로 여겨진다. 장자 책들 중 유려한 우리글 장자 해석문을 고르라 한다면 당연히 안동림의 "장자"를 나는 꼽겠다. 참고 삼아 안동림 교수(청주대 영문과, "장자", "벽암록" )와 윤재근 교수(한양대 국문과, "장자 우화시리즈")는 둘 모두 동일하게 영문학을 전공한 분인데 더하여 한학의 경지까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현실판 우리의 교육이란 것에 시사하는 바가 있고 "경계에는 항상 꽃이 핀다"는 과학자 정재승의 말을 기억나게 한다. )


후쿠나가 미츠지 교수의 긴 설명글이야말로 바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갱이 내용이고 그의 학식과 조예가 고밀로 응축된 액기스이다. 이처럼 자상하게 정확히 맥락을 잡아 성실히 길게 설명하고 거기에 인생의 깊은 고뇌와 사색, 관조에서 나온 자기 생각까지 겸손히 담아놓은 장자 책이 다시 있을까 싶다. 다만 이 책이 성실히 길게 설명했다는 부분에서 동어반복의 지루함은 있을 수 있겠다.

후쿠나가의 장자 책이 좋은 또다른 이유는 전체적 내용 이해를 돕는 단락을 나눴다는 부분이다. 예로 '소요유' 편이라면 '소요유' 하나가 전체 한 덩어리인 장자 원문을 내용별로 내부에서 다시 단락으로 분장함으로써 독자의 내용 파악을 쉽게 했다는 것이다. 

(※조현숙의 책 "장자" 단락 보다 자세하고 알맞은 분장이다. 단, 조현숙은 제목이 있고 후쿠나가는 제목이 없다. 나는 분장과 장 마다 제목을 붙여야 한다는 데 개인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조현숙의 단락 제목에 100%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고 조현숙은 내편, 외편, 잡편을 전부 담은 한글 대세본의 장점이 있다. 이 부분에서 윤재근 교수의 "장자" 우화시리즈 책 3권은 아예 새롭게 체재를 구성, 편집한 좋은 시도의 책이다.)


마지막으로 후쿠나가 교수의 "장자" 내편에 이어서 외편과 잡편의 한글 번역책이 출간된다면 "사읽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다. 동양철학 전공자나 심도있는 학문적 관심이 아닌 일반 독자로서는 일단 유보적이다. 왜냐하면 "장자" 내편에 해당하는 이 책이 상당히 훌륭하고 충실히 잘 만들어진 책이여서, 상대적으로 후쿠나가 교수의 이어지는 "장자" 외,잡편이 이 내편 한글번역본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423p.말미) 혹시 책값이 내편에 비해 몹시 저렴한 경우라면 고려는 해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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