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위한 변명 한길그레이트북스 10
마르크 블로크 지음, 고봉만 옮김 / 한길사 / 2007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프랑스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이 책 '역사를 위한 변명'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집필했고 

전후, 블로크 사후인 1949년에 미완성본으로 묶여 출판되었다.

영국 외교관 출신 에드워드 H. 카가 1961년에 '역사란 무엇인가'를 발표했으니 두 책 사이에는 10여년 정도 세월의 간격이 있다.


마르크 블로크 저자 개인의 삶도 몹시 관심가는 부분이다.

블로크는 57세에 나치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붙잡혀 총살당한 프랑스 역사학자다. 

1차대전에 프랑스 장교로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전쟁영웅이였고 다시 2차대전에도 참전해 일찍 패한 후 돌아온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로 또다시 활동하다 결국 프랑스인으로 끝까지 살다간 인물이다.

우리로 치면 민방위 소집도 면제될 연배에 대학 교수직까지 버리고 두번째 참전, 다시 나치 점령 치하에서 레지스탕스에 참여했던 것이다.

브로크는 나치에 의해 1944년 57세 나이로 붙잡혀 고문당했고 결국 총살당해 이 책 '변명'을 완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 속 사진으로 보이는 동글동글 사람 좋은 외모와는 다르게 마음속 지조와 기백만큼은 장사인 '허허실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남들 다하는 말이니 짧게) 

흔히 브로크의 주장은 "역사학이란 시간 속의 인간들에 관한 학문, 역사의 대상은 본래 인간이다, 인간학으로서의 역사학"으로 소개된다.

반면에 카의 책은 으레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다"로 요약한다.

두 역사학자 사이의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카의 책 '역사란'은 역사학 교수가 연구실을 벗어나 TV 강연에 나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 카의 '역사란'은 강의 내용이라고 한다.)

이 부분 블로크의 책 '역사를 위한 변명'은 '역사란'과 상당히 다른 책으로 (개인적으로) 읽혀진다.


블로크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어린이용 노트에 이 책 '변명"을 별 자료도 없이 집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책내용 만큼은 마치 대학의 도서관이나 박물관, 유물실, 서고, 자료로 가득찬 연구실 책상에서 수술복까지 잘 차려입은 집도의사의 면밀함으로 역사에 대해서 또는 역사가라는 직업의 애환과 속살을 하나하나 해부해 보여주는 듯하다.

전장에서 집필되었음에도 몹시 장황하고 사례를 들어가며 꼬치꼬치 다 얘기하려 시도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변명'은 책속에 사례로 언급되는 당시 프랑스, 독일의 여러 역사적 사건들과 역사학의 저변(인명, 지명, 사건명, 의미)에 낯선 독자에게 깊은 해득이 따라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카의 "역사란"이 '변명'과 비교해 이해하기 쉽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역사를 위한 변명' 이 책의 내용은 마르크 블로크의 외모를 닮아 허허虛虛하기 보다는 

삶의 궤적이 말해주듯 신념으로 강하게 내모는 삶과 조국 프랑스에 대한 사랑처럼 독하게 실실實實한 '고뇌로 가득찬 역사가의 작업장 풍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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