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학설 - 최한기의 삶과 생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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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7월 초판후 2004년1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 도올 선생은 이 책을 두고 쉬쉬하며 알만한 이는 다 읽어봤고 책장에 두고 모르게 보는 책이라고 갈한 적이 있다.
1990년 당시에 논문집에 함께 묶이지 못하고 퉁겨나와 단행본으로 출간해야 할만큼 저자에게는 회한이 많은 책이였다.

혜강 최한기의 ‘기학‘ 소개글로 시작했지만 ‘기학‘ 책 내용 설명 이전에 사전지식, 서문같은 내용만 책 한권이라는 사실은 저자도 인정한다.
소개글도 이쯤되면 단행본으로 손색없다 여겨진다.

잠시 소략하는 혜강 소개는 정다산이 죽은 1836년에 혜강 최한기는 34세였고,

최수운은 12살, 해월은 10살 정도로 차이나는 연배들이다.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차가 막 달리기 시작했고,
미국 모스가 전신기를 한 해 전에 발명했고,
프랑스 외방선교회 천주교 모방 신부가 조선에 몰래 들어왔고,
청나라는 아편흡입죄를 만든 그쯤의 시기다.
책 ‘기학‘의 성립은 좀 더 나이가 든 1857년, 혜강 55세 정도에 성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혜강 이 분 굉장한 서울부자에다 엄청난 지식욕과 책욕심을 가진 분으로 나온다.
혜강(1803~1877)의 대표작 3종은 1836년 34세때 ˝기측체의(추측록과 신기통의 합본)˝,

1857년 55세때 ˝기학˝, 1860년 58세때 ˝인정˝이 꼽힌다.

(비전문가로서) 이 책 내용의 혜강 최한기의 의미는
˝최한기는 당시에 정다산처럼 유교 경전 해석에 매달리는 경학에 뜻이 없었고,
북경에서 번역된 서양의 최신 학문(과학) 책까지 비싼값에 구해읽으며 갈고닦아,
자신의 언어로 자기의 사유를 담은 많은 책을 남겼다는 것이다.
(혜강 저작물은 1천여 권에 이르고 2002년에 ˝증보남명루총서˝ 5책으로 대동문화연구원에서 발간된 사실이 있다.)
또 그 책들은 기존 경학이나 조선 사회의 틀에서 밖으로 나와 우리땅에서 우러나온 고유의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일제의 근대가 우리 조선문명을 잠식하기 전에 순수한 자생적 사고체계로 새로운 보편적 사고의 큰 전기 마련에 노력한 것이다.
(서양에서 발전한 과학이 천인을 관통하는 활동운화의 법칙을 밝혀주리라는 낙관적 믿음이 있었을 뿐, 당시 흔들리던 조선왕조 군주체제와 서세의 동점 상황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1840년 아편전쟁과 최수운의 동학의 발화에 비교해보면 지나친 낙관이나 자신의 기학체제에 함몰로 생각... 김용옥, 최한기와 유교, 54~55쪽) ˝
로 요약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책은 ‘기학‘ 책내용의 주해서가 아니라 소개서 이다.

이 책 내용중 초간 당시 가장 크게 주목받았고 여전히 흥미롭고 깊게 인식을 전환시키는 ‘실학‘ 관련내용이다.
(역시 비전문가로서) ˝조선사에서 실학자로 호명되는 분들이 당시에 자신의 학문에 대해 내가 ‘실학‘을 하고있다고 자평, 자청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외부에서 주입된 도식적 발전단계로 상정된 역사인식은 제국주의 시절 서양과 일제의 뒷그늘이고 무비판적 수용이다.
이런 과몰입은 그 내부와 논리적으로 뻔한 종극귀결까지 품고있어 인식적 한계가 있다 또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 어색하기만한 이런 짜맞추기식 인식에 대해 이차에 내재적인 맥락, 사유, 비판적 태도로 다시 철저히 검토, 종합, 혹은 극복되야 하는 문제다˝ 로 졸약해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제7장 실학의 실성의 세 반전과 그(실학의) 파기‘ 였다.
거대하지만 정연한 사고와 안목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언급된 혜강의 ‘기학‘ 주해서는 4백쪽도 넘는다. 아하~
이 책 이후 도올 선생은 다시 혜강을 말하는 ˝최한기와 유교 (2004)˝라는 책을 발표했고

이는 ˝독기학설˝로는 부족한 혜강의 책과 사상에 대한 더깊은 논의가 되겠다.
다시 이어진 ˝정도전의 건국철학˝은 ˝독기학설˝과 ˝최한기와 유교˝로 파헤쳐진 ‘근대성과 실학의 허상 논란‘ 중 (수비 혹은 공격의) 논구로써 조선 역사 자체와 내재적 맥락을 나서서 설하려는 공부와 책진행이 아닌가 하는 혼자생각이다.
이런 역사적 허상 제조를 추적하는 류의 책으로는 에릭 홉스봄 ˝만들어진 전통˝ (휴머니스트 2004 )이 있었다.
근대성과 근대 대응에 관한 책들은 심화와 탐구의 대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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