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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월남가다 - 하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평점 :
2004년 6월의 여행을 그해 12월 연말까지 저술해 2005년 초에 발행된 책이다.
상,하 2권의 책구성 중 하권은 (기-승-전-결 구성의) 전-결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상권은 기-승의 내용을 맡고 있다.
기-승에서는 이 여행의 발단과 사연 그리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크메르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전관으로 시작하고 있다.
도올 선생은'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삶의 방식과 근원적으로 다른 인류의 삶의 방식을 체험한다는 것처럼 인간에게 위대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하권205쪽
상권에서는 도올 선생도 고국의 업무에서 일탈해 이 여행에 대한 적잖은 기대감과 지적 흡입력으로 시작하고 있다.
유, 불, 호치민의 베트남과 폴 포트, 인도신화 크메르를 대비하며 앙코르("도시"를 의미) 유적에서 느끼는 심미안과 감수성 그리고 자연과 인간 역사에 깊게 심취한 내용을 상권에서는 말한다.
선생의 유물을 대하는 관심과 미적 안목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이 앞서가다 머리가 점점 놀기 시작하는 시점은 오고야 마는 건가.
하권에서는 상권과 차이를 보이며 마음이 잠깐 아래로 깔리며 뒤로 돌아가고
조선인으로서 바라보는 크메르와 베트남에 대한 (비교와 천착) 내용으로 하권은 옮겨간다.
이미 앞 상권에서 모든 입장과 심미적 틀로 전거의 유적을 통해 얘기했다며
"앙코르 와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사진으로 실을뿐 과감히 생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
(알려준다고) 전부 알수도 없는 것이고, 다 아는 느낌은 자신의 것, 나의 틀도 아니고
결국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실마리 아니던가?
도올 선생은 중국 원나라 시기 '진랍풍토기'를 기록한 주달관의 판단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에게 이 책의 (다른 앙코르 유적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배치되며 몸소 가보고서도 또 제목에 붙이고 나서도) "앙코르 와트" 해설 생략과 독자 나름의 판단을 바란다는 변은 72쪽의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
"신화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하권 72쪽
밤거리 관광에서 만난 인류학 전공 독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도올 김용옥은
"앙코르 와트" 설명을 생략한 이유와 도올 이라는 조선인이 바라보는 크메르의 앙코르 유적에 대한 입장과 견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크메르인들은 너무도 거대한 천상의 궁전을 지상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문명의 정신적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없었습니다." 하권 196쪽
이어서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와서 부터는 책내용도 일정기록 정도로 소략하고
호흡도 짧고 행간의 큰 인상도 없는 경험해본 패키지 해외여행과 똑같은 느낌이다.
크메르의 석조 판타지에 들떠 인도신화를 뱀처럼 몸아래 깔고 날름거리는 글느낌이 전혀 없다.
신화가 없어진, 판타지가 남아있지 않은 이성의 인간과 기계처럼 고르기만 하고 맥을 느낄수 없는 호흡으로 그렇게 돌아오는 여정은 A+와 A 학점 사이의 통화로 이젠 현실로 완연히 다시 돌아왔음을 실감하며 마무리된다.
우리에게 신화는 이런 것이다.
코로나19 빨리 없어지기를 바란다.
판타지를 끼고 어디로든 떠나보고 싶다. 눌려있는 역마를 책으로 대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