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유가 도가 철학
방동미 지음, 남상호 옮김 / 서광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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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73~1976까지 방동미 교수의 강의를 녹음 필기한 내용이다.

일찌기 1985년 대만에서 출판되었고 1999년에 우리나라 번역서로 나온 이 책에 리뷰 한 문장이 아직까지 없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걸까?

동양철학 전공자나 공부 좀 하신 분들은 꾀나 읽었을 것 같은 책인데...

방동미 선생의 존함은 도올 김용옥선생을 통해 일찌기 들었다.

김용옥 선생이 70년대 초반 대만 유학 시절 방동미 선생의 마지막 제자로서 (고려대 김충렬 교수는 당시 박사과정으로 함께) 방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이야기 등등이다.


진한시대 이전 (그러니까 한무제가 잡가가 섞인 유가만 추켜세우기 이전의) 순수한 유가와 도가의 모습을 통해 "동양철학(중국철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말하고 있다.

또 서양철학과 어떻게 구별되고 (방교수는 원래 서양철학 전공의 미국박사다),

이어서 서경 홍범과 역경을 통한 유가와 노장으로 묶이는 노자와 장자를 구분해 천착하며 서로를 (구별이 아니라 하나의 동양철학으로) 회통하고 있는 내용이다.


대가의 학문과 견식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이 책의 첫느낌이다.

방선생은 이 책에서 학문의 요건으로 "재才, 학學, 식識"을 말하는데 견식만큼은 학인 스스로 배양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말과 글, 책을 학인이 견식을 갖고 판단하고 구별해낼 줄 알아야만 제대로 학문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문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만족을 위한 학문으로 머물러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 더 큰 것을 지녀라, 지양해라)는 말로 이해되고,

학문하는 자세, 바탕의 마음가짐에 대한 깊은 충고 속에 제자와 학문에 대한 경애가 담겨있고,

선생의 인품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말해 무엇하리요.

서양 학문과 구별되는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기본적인 개념 이해에서 동-서, 북-남 양안을 아울러본 학자로서 방선생의 그 넓이와 깊이에 존경을 느끼게 한다.

(비전문가지만 감히 말하건데) 이 분의 견식과 동양 철학자로서의 글쓰기 형식과 내용이 씨앗처럼 뿌려져 도올 선생 포함 우리나라 여러 동양철학 책 속에서도 꽃과 열매로 많이 값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장자에 대해서는 방동미 선생도 후쿠나가 미쯔지 선생(공자를 계승한 것은 장자다)과 비슷한 견해를 말한다.

391p.

이런 면에서 보면 장자는 유가의 정신을 깊이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가는 '주역'에서 방통통관적 계통을 취하기 때문이다. ......

장자는 이 점에서 역시 같은 정신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도가의 용어로 말하면 "대도는 처음부터 한계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다음에 "도와 통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장자 제물편)

그러나 다른 점에서 말하면 도가와 유가는 결국 다른 것이다.

유가는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인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 그러나 도가는 이런 방면에서 노자에서 장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람을 기점으로 삼았을 뿐 종점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도가 사상은 사람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사람의 극한을 부수려 하고,

우주의 객체 속에서 객관적 핵심을 찾으려 한 것이다.

이 객관적 핵심은 바로 대도의 절대적 자유 정신이다.


자칫 무슨자子, 무슨자子로 칸지우고 배회할 것이 아니라

종횡으로 누비는 회통과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초월해 자유를 느껴본 이에게는 그 초월에 머물지 말고 다시 내려와 모두 함께 자유로워지라는 사범의 시범을 본 느낌이다.

서경(최소한 홍범편), 약간의 시경, 역경, 논어, 맹자, 노자, 장자와 중국 역사와 불교에 대한 대체적 이해가 장착되었다면 한 번 거쳐가야할 관문과 같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종 보다는 횡의 책인데 읽고 나면 텅빈 공간과 가운데 한점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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