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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사진과 사진에 얽힌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한데 어울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책이다.
한쪽면은 흑백사진이, 그 한쪽과 짝을 이루는 맞은편은 최민식작가의 시선이 담겨져 있는 글이 실려 있다.
나는 그런데 이 사진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고뇌에 차 있는 모습들이 많았고, 어떠한 명분으로든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더 마음이 아팠다.
시장통에 앉아 물건이 다 팔리기를 기다리는 노파의 표정에서는 어떤 삶의 희망 보다는 너무 힘들어하는 고뇌하는 모습이 보였고, 외국도시의 서민과 노동자들의 모습에서도 이제 그만~ 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고통에 찬 모습이 많았다.
사진은 정말 작가가 주장하는대로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때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실제로 봤을때와 카메라렌즈를 통해 보는 모습에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뭐랄까, 생각지도 못했던 피사체의 심오한 내면의 모습까지도 드러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보수적이고 전통을 존중하는 영국인의 가정교육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던 어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알고는 있으나 노파심에 실천까지 강행하기는 좀 애매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다.
"자녀에게 반드시 큰 지구의를 사준다"라는 내용은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내아이에게 사준 지구의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사준것인지 한번 체크해볼 필요가 있구나 하고 느꼈고, 심부름 같은 것을 시켜보곤 하지만 매번 가슴졸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드는 것은 내 가슴이 새가슴인것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아버지의 직장을 자주 보여주고 긍지를 갖게 하라는 것은 꼭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이 들어 가끔씩 그런 시간을 갖도록 계획해볼 생각이다.
솔로몬왕편을 읽으면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현명한 판단에 관한 일화는 다시봐도 인상깊었지만, 그가 700여명의 아내와 300명의 첩을 두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헉!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아인슈타인의 아내 엘리자편은 내조를 하려면 정말 엘리자처럼 소리내지 않고 항상 남편의 일이 잘되게끔 안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이 지지를 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이자 어머니, 때로는 비서의 역할까지 했던 엘리자. 모든 위대한 인물들의 뒤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채 지극정성으로 내조하는 아내가 있었음을 모든 남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말미부분에 나오는 <하나라도 잘하자>편은 많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은 한우물만 파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거의 지배적인데, 이곳에서는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다 제대로 마치지 못했을때는 걱정거리만 끌어안게 되므로 한번에 한가지씩 차근차근 해나가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즉 책을 읽을때도 책에 집중을 못하면 그저 시간을 죽이는 일밖에 되지 않으므로 책 한줄을 읽더라도 집중해서 읽을수 있도록 몰입하라는 것이다.
포토에세이가 이렇게 재미나게 진행될줄은 몰랐다. 물론 내용에 비해 사진들이 너무 어두운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것이 못내 아쉽고 우울하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정감을 듬뿍 느낄수 있었다.